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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라이프스타일

진짜 루저는 미녀들의 수다다

다수 대한민국 여성들이 키 큰 남자에 대해 환상과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의 분위기나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것일 뿐, 키가 작은 남자들 또한 키 큰 남자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는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이나 그 말을 꺼낸 특정 여대생이 만들어낸 새로운 정의가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있었던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하나의 정의였고 결과물이었다. 더 생각해보면 문제를 자칫 양비론적인 차원으로 끌고 갈 수 있어 위험하지만, 이는 여성의 가슴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에도 동등하게 적용할 수 있는 문제다.

다수 대한민국 남성들은 가슴 큰 여자에 대해 환상과 동경심을 가지고 있고, 가슴이 작은 여성들 또한 가슴 큰 여성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며 그녀들을 부러워한다. 사회적 차원에서 더욱 폭넓게 바라보고 해석하면 이와 같은 문제들은 키와 가슴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재산, 학력, 외모 등등 적용하면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은 끝도 없이 많다. 앞서 말했듯 이는 대한민국 사회가 만들어낸 보편적이고 또 통용되는 분위기의 결과물이자 엄연히 존재하는 부정적 현실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이번 미수다 사태는 자극적인 루저 논란이나, 일부 여대생이 꺼낸 발언의 의식과 됨됨이 차원으로 한정지어 개인을 공격하는 사태로 끝나서는 안 된다. 더 생각해 볼만한 화두와 문제를 우리들에게 내던진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화두에는 미수다.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킨 프로그램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벌써 4년째 방영되며 방송국을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는 미녀들의 수다는, 늘 이런 형태의 자극적인 논란을 주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준코 사태, 채리나 사태나 비앙카의 네티즌 고소, 방영 초반에 있었던 시청자 게시판의 일방적 폐쇄조치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점과 한계들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보여준다. 물론 미수다는 외국 여성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와 현상에 대해 비판적 형태로 토론을 주고받고 - 궁극적으로는 - 개선을 바라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안티도 많고, 논란도 많고, 무절제하고 억울한 종류의 비인격적인 비판에 시달릴 여지 또한 충분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작진이 보여주고 있는 지나치게 납작히 웅크린 자세나 이에 대비되는 음흉한 이중적 처사를 과연 용납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문화 현상들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 자유롭게 토론하자고 말하면서, 요구받고 있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과 성찰의 의견에는 귀를 막아버리는 제작진의 잣대가 과연 옳은 것인지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편집본만이 아닌 이번 방송을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이라면, 미수다 제작진이 얼마나 음흉한 시나리오를 써나갔는지 유추하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다. 프로그램 안에는 악역이 존재하고 선역이 존재하고 이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고 이를 감싸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런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이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흘러간 건강한 토론의 일환이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악의적인 편집기술과 이리저리 짜맞춰놓은, 논란을 부추기기 위한 자극적 단어의 나열들은 - 충분히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 게스트 출연 여대생이 대본이 존재했다고 주장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고 악의적이었다. 미수다 제작진은 부정하고 있지만 방송은 제작진의 악의적 의도가 프로그램 내부에 들어갔다는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미수다 제작진은 왜 이런 방법으로 방송을 내보낸 것일까. 이는 시청률이라는 방송 제작진 입장에서는 결코 터부시할 수 없는 존재감과 영향력 때문이다. 결국 방송에 있어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할 이해관계의 정점에는 시청률이 있다. 마땅한 실적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와 뜻을 가지고 있더라도 프로그램은 존속되고 존재할 수 없다. 한때 동시간대 시청률 톱 수치를 내달리던 미수다는 최근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고, 일부에선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렇기에 굳이 그러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들은 자극적인 화두를 내던지며 현실과 생존을 쫓았다. 과거에도 이번 논란의 경우도 그들의 그런 절박함이 그대로 표출된 결과다.

그런 이유로 현실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그들의 이번 방송이 100%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공영방송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서 그들이 가진 책임감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되어야하고, 그렇기에 이 문제에서 그들을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아무리 시청률을 취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더라도 그들은 좀 더 건강한 의도와 뜻에 자신들의 힘을 실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표면적인 것은 논의와 토론으로 내세우면서, 전혀 다른 종류의 자극적인 논쟁을 부추기는 작금의 미녀들의 수다는, 희생양을 요구하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비겁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 게시판을 폐쇄하면서 네티즌들 싸잡아 비난했던 강단조차 사라진 모습이다. 그만큼 지금 그들은 자신들 프로그램 내부에서 나온 말 그대로 진짜 루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다. 부끄럽다 싶을 정도로 그렇다.

미수다는 과거에도 또 지금도 음지에서 통용되고 있는 여러 부정적인 문화적 현실들을 양지로 끌어와 긍정적인 현실로 변화시키기 위한 발전의 제시와, 문화적 상대성을 이해하는 관대한 분위기의 정착을 원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껏 공염불에 그쳤을 뿐 한 번도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었다. 그들이 정말 그런 결과를 원하고 있다면 이제 미수다는 변화해야 한다. 계속 은밀히 통용되고 있는 키, 학력, 외모와 같은 한국사회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현실들을, 뚜렷한 선악구도의 시나리오로 밀어 넣고 논란을 일으키는 방법으로만 대중을 계속 자극한다면, 결코 그들은 자신들이 본래 가졌던 프로그램의 기본적 취지를 살려낼 수 없을 것이고, 프로그램 또한 성공적인 방향으로 존속시킬 수 없을 것이다. 지속적인 희생양의 등장으로 가뿐 생명을 연명하려는 미수다 제작진의 진짜 책임과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