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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조작되는 리얼 속 유재석과 강호동

시청자들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방송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날것이기를 바란다. 꾸며진 상황 하나 없이, 정해진 각본의 틀 없이 움직이기를 원하고, 그러면서도 출연자들의 투닥거림이나 갈등으로 야기되는 웃음의 과정과 장면들 모두 자연스럽고 원만한 방법으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곰곰이 접근해보면 시청자의 시각을 토대로 한 이러한 바램들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해석하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애초에 높은 완성도를 우연한 상황에서 바라는 것은 모순이고, 그런 우연을 토대로 만들어진 높은 완성도를 과연 프로그램 성공의 진짜 일부분으로 해석해야 할지도 의문이다. 그만큼 날 것이 만들어내는 웃음의 깊이에 대한 성찰은 결코 쉽게 풀리지 않는 딜레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생생함을 상징하는 리얼과 웃음을 상징하는 버라이어티의 합성어다. 당연히 리얼도 중요하고 웃음을 만들어내야 하는 버라이어티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두 단어 중 우선적으로 위치해야 하는 원칙을 손꼽는다면? 당연히 자연스러움이 아닌 웃음이다. 버라이어티가 방송에 존재할 수 있고, 가치 있는 프로그램으로 살아 숨쉴 수 있는 이유는 웃음의 근원과 힘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바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리얼하고 생생하더라도 만약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고 웃을 수 없다면 그 버라이어티는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라 볼 수 없다. 생생하다는 것을 무기로 삼아 버라이어티로서 자신들의 근원적 가치를 포기하는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틀린 것이다.


그래서 현실을 추구하면서도 웃음이라는 명제도 함께 추구해야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완성도 있게 만들어내기가 대단히 어렵고, 프로그램의 리더인 MC가 항해사 역할을 수행하기도 힘겹고 어려운 장르다. 신동엽, 이휘재, 남희석과 같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진행자들도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실패 끝에 고꾸라졌고, 최고의 버라이어티를 만들어왔던 제작진 또한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쉽사리 실패의 늪에 빠진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진행자와 제작진은 완성도 있는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다는 목적 아래 어두운 손길과 타협의 악수를 청할 때도 적지 않다. 이는 바로 리얼이라는 표제와 어긋나는 조작되고 거짓된 상황극이다.

사실 리얼 버라이어티 속의 거짓과 조작제기는 표절문제와 더불어 대중들 사이에서 늘 가장 뜨거운 감자이자 화두다. 앞서 말했듯 대중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사랑하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리얼 버라이어티를 사랑해야 할 이유가 그들에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과거 태안 기름 유출 현장에 방문해 호감도를 높이며 무한도전과 겨룰 기회를 잡았던 경쟁 프로그램 라인업은, 뒤늦게 거짓으로 밝혀진 조작제기론과 더불어 그 힘을 잃고 순식간에 침몰했다. 또한 형식은 다소 다르지만 대한민국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효시로 여겨지는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도, 사전에 속는 연예인과 제작진 사이 은근히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끝없이 제기되자 프로그램 문을 닫았다. 그만큼 최근 대중들은 굉장히 통찰력 깊은 안목으로 사고하며 리얼 버라이어티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강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패떴의 참돔 낚시 사건이나 1박 2일의 씨름 승부 조작론,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 제기론은 대중들의 판단력이 이제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적절한 예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날카로운 시선들은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이어져야겠지만, 패떴와 1박 2일을 이끄는 리더인 유재석과 강호동에게도 성찰과 반성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두 프로그램의 쓰여진 시나리오와 조작에 있어 핵심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이가 리더인 유재석과 강호동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어떤 시각에서 놓고 보면 이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다한 것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틀리지 않다. 패떴에서 한창 게임이 진행되는 도중 일부러 차태현에게 바지를 내려달라고 소근거렸던 유재석과, 이미 수십번 넘도록 사석에서 질리도록 들었던 이수근의 개그에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강호동이 없었더라면, 애당초 패떴과 1박 2일은 존재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고, 존재하더라도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 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앞서 말했듯 버라이어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결국 웃음이다. 그러므로 진실을 희생시키고 웃음을 창조해낸 이들은 프로그램의 진짜 작업가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되는 질문은 과연 이들을 프로그램의 단순 작업가들로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유재석 강호동 두 사람은 현재 국민MC로 불리고 있고, 단순 리얼 버라이어티에 요구되는 도덕성보다 더한 책임감 또한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독보적인 투톱 체제를 구축하며 다른 여타의 MC들을 짓누를 수 있는데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들에 대한 전국민적인 호감도와 신뢰가 끼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시청자들을 속이고 신뢰를 저버리며 거짓 상황극을 계속 주도해나간다면? 이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파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부에선 이와 같은 일들에 대해 유재석과 강호동에게 너무 큰 짐을 짊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회당 수백을 훌쩍 넘는 개런티를 받고 있는 이들의 역할을 제한적인 범위로만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비록 어렵더라도 이들은 리얼과 웃음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이를 시청자들에게 불쾌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전달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최근 패떴과 1박 2일의 연달은 조작 파문에 있어 유재석 강호동은 명백한 가해자들이다.

다행스럽게도 시청자들은 아직까지는 이들을 가해자로 보지는 않고 있고 도리어 프로그램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피해자들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그만큼 그들을 향한 시청자들의 믿음이 굳건하다는 증거다. 그러나 향후에도 이와 같은 조작론과 리얼을 내팽개치는 그들 프로그램들의 거짓이 계속된다면 지금처럼 이들을 향한 동정심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재석과 강호동 두 사람은 현재 대한민국 예능계를 양분하는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이들의 책임감과 요구되고 있는 도덕적 가치의 크기는 매우 크다. 조작되고 있는 리얼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유재석과 강호동 두 MC가, 앞으로 더욱 조심하며 시청자들과 맺은 의리와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