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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강심장 속 강호동, 재앙과 같았다

방영 전부터 강호동 토크쇼라는 명칭으로 화제를 모은 강심장이 드디어 그 베일을 벗었다. 프로그램의 첫 회를 위해 지드래곤, 김태우, MC몽을 비롯한 수십명 넘는 화려한 게스트들이 출연진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이승기까지 공동 MC로 합류하며 강심장은 그야말로 다시 보기 힘든 초호화 진영을 갖춘 상태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진행자로 평가받는 강호동의 토크쇼. 거기에 더해진 떠오르는 최고의 신예 이승기와 화려한 게스트들의 지원사격까지. 강심장은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격언처럼 첫 방송을 끝마친 강심장은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재앙의 수위는 가히 과거 KBS의 박중훈 쇼나 MBC의 일밤 - 대망이 방송 첫 회 보여주었던 무상식과 무개념의 수준을 가볍게 뛰어 넘는 그런 수준의 공황이었다. 그 정도로 강심장에는 프로그램에 제대로 된 컨셉과 성격 제대로 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바라봐야 할 가치 있는 부분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5-6년도 넘은 서세원의 토크박스에서나 차용되던 낡디 낡은 토크왕 컨셉부터 절찬리 방영 중인 스타골든벨이나 세바퀴의 집단 토크 체제의 나쁜 부분만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무절제함에 전혀 미적인 감각이 포함되지 않은 세트장과 늘어지고 지루한 편집까지. 그야말로 끝도 없는 황당함만이 가득했다. 정말 그 어떤 점에서도 프로그램에 합격점을 줄만한 부분이 없었다.


물론 강심장이 이제 막 첫 회를 끝마친 방송이고, 앞으로 다른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낼 확률 또한 갖춘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조건 비판적 시각에서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태도는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마지막 퍼즐이자 중심을 잡아줘야 했을 강호동의 역할이 쇼 안에서 실종되었다는 부정적인 사실이 존재한다면? 이는 단순히 우려스럽다는 평가 이상의 비관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만큼 강심장 속 강호동은 강심장 못지않은 재앙이었다. 이 쇼 안에서 보여준 제대로 된 그의 역할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렇다면 과연 강심장 속 강호동이 부진하고 형편없는 모습은 놀랍게 바라봐야 할 의외의 결과일까. 사실 이는 새삼스럽거나 놀랍게 바라봐야 할 부분이 아닌지도 모른다. 강호동에게 있어 이 강심장은 폐지된 야심만만을 대체해 이어받는 일종의 대타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야심만만의 처참한 실패와 폐지과정의 이유는 차분히 검토되지 못했다. 야심만만은 실패했지만 왜 강호동이 야심만만을 이끌며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강호동에게 과연 강심장은 몸에 맞는 프로그램일까. 강호동은 힘으로 이끌어나가는 독단적 프로그램이나 친근함을 앞세우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그동안 훌륭한 모습 아니 대한민국 최고의 면모를 보여준 진행자였지만 그 외의 프로그램에선 제대로 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은 이미 그가 야심만만을 진행하며 수차례 지적되었던 단점이다. 집단 토크 프로그램의 MC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리더십과 포용력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맺고 끊기를 할 수 있는 지휘능력이다. 그러나 강호동은 신동엽, 이휘재, 김용만 등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이 능력이 극히 뒤떨어지며 명백히 톱클래스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포용력이 필요한 집단 토크 프로그램 속에서는 마치 쥐약을 먹은 생쥐와 같은 모습만 보여준다.

그리고 강심장에서의 강호동은 딱 그랬다. 어렵사리 외면한 실패작 야심만만에서 보여주었던 자기 한계와 단점을 전혀 고치지 못한 상태였다. 무려 스물 네 명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게스트들이 자기 이야기만 쏟아내려 시끌벅적했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이를 정리하고 조합하는 중심인물로서의 역할도, 하나로 조합시키는 절제력도 없었다. 그는 적절한 진행능력이 필요한 순간 언제나처럼 크게 웃고 오버스럽게 깔깔대는 상황으로 모든 문제점을 정리하려고 했다. 강호동의 능력을 신뢰해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말하는 지드래곤의 초반 멘트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야심만만을 폐지시키자마자 강심장을 떠안은 강호동의 이번 결정은 경솔하고 부적절한 실수로 남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명백하게 눈에 보이는 단점과 문제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실패의 결과를 외면했고 유재석을 피해 도망가는 방법으로만 자신이 처한 문제점을 해결하려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첫 회 강심장은 제대로 된 쇼가 되지 못했다. 이제 치솟고 올라가며 색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런칭 프로그램이 한없이 식상하고 난잡하기만 했다. 아쉽고 씁쓸하게도 그러했다.

사실상 강호동의 보조 혹은 얼굴마담 격으로 영입된 이승기는 이제 처음 MC직에 도전장을 내던진 상태고 당연히 강호동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강호동 홀로 스무 명이 넘는 게스트들과 초보 MC를 이끌고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강호동은 과연 이를 감당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을까.

유강체제라는 상징으로 묶여 존경받지만 야심만만을 처참한 실패의 결과로 이끈 것처럼 진행자 강호동이 겪고 있는 여러 단점과 딜레마 그리고 여러 부정적인 결과는 이제 대중들에게 명백한 수치로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 되고 있다. 과연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린 강호동은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닌 강심장을 이끌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첫 회 그답지 않은 재앙을 보여준 MC 강호동을 바라보며 우려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