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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어긋나버린 타짜의 예견되었던 부진

드라마 타짜의 부진은 어떤 의미에서는 예견되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도박이라는 범상치 않은 소재에 접근하면서도 드라마라는 제약 때문에 담배와 욕설이 불가능하고, 배우들 또한 실상 서투른 손놀림을 보이고 있으니 제대로 리얼한 도박판의 맛을 보여주지 못한다. 배경이나 배우들의 어설픈 손놀림은 그저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해도, 현실적이지 않은 어설픈 설정들과 중구난방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문제를 만들고 풀어나가는 인물들의 행동 모두가 매우 비현실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느낌이 적지 않게 다가온다.

1. 입체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의 우왕좌왕


영화 타짜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도박만큼이나 잔인하게 입체적으로 인간의 본성을 분석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타짜의 고니는 도박판에서 자신의 돈을 모두 잃고 작두를 휘두르다가 잃은 돈의 본전만 건지겠다는 약속을 하고 평경장의 제자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내 돈 욕심을 거두지 못하고 정마담과 동침을 하고, 그녀와 손을 잡고 화투판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한다. 처음에는 평경장의 말을 모두 따를 것 같던 고니는 손가락을 자르라는 평경장의 말을 거역하고 그가 죽은 뒤에는 생활형 타짜인 고광열과 팀을 이뤄 본격적으로 사기 화투를 치기 시작한다. 나중에 가서는 아귀와의 승부를 위해 정마담을 걸춰놓고 훗날 연인이 되는 화란을 돈으로 매수하는 - 물론 그 뒤에는 마음도 빼앗지만 - 대범한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도박판에서 사기를 치며 탐욕스럽게 돈을 거둬내는 타짜 그 자체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으며, 욕심 많고 탐욕스러운 우리네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타짜는 원작과 다르게 시작부터 주인공 고니를 위해 무리한 설정을 이곳저곳 심어놓는 우를 범했다. 원작을 훼손하며 투입시킨 난숙과 영민이라는 캐릭터는 주인공 고니의 연인과 친구라는 흔하고 다소 뻔한 설정 속에서 이야기의 독으로 작용되어 캐릭터를 단순화시키는데 앞장섰다. 자연스럽게 돈과 연인 친구를 모두 도박으로 잃은 고니는 도박을 증오스럽게 생각하는 착한 남자가 되었고, 도박판에서 사기 화투를 치는 타짜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지고지순한 남자에 친구와의 우정을 목숨처럼 여기는 곽경택 영화삘 마초 캐릭터를 대변하게 되었다. 캐릭터에 집중이 되지 않고 공감이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같은 족속이라 할 수 있는 다른 타짜에게 돈을 잃고 있는 속칭 도박판 호구의 돈을 되찾아주는 타짜에게 어떤 현실성이 느껴지는가? 돈을 강탈해야 할 타짜의 행동으로는 현실성이 없다 볼 수 있다. 난숙과 영민 또한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사연을 늘어놓고 배경을 깔아두었지만 사기꾼이자 승부사인 타짜를 표현하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혼란만 가져온다.

2. 전개만을 위한 느릿느릿한 스토리라인


무리한 설정만큼이나 난부하는 우연의 연속 또한 이 드라마를 갉아먹는 재앙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회가 거듭날수록 그 우연의 횟수는 늘어나고 있고, 설정 또한 지나치게 진부해 공감을 얻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휴게소에서 어렸을 적 친구 주식을 몇 년만에 우연히 만나고, 이에 친구인 성찬을 만나게 되었으며, 친구인 성찬이 우연히 본 난숙에게 찾아갔다가, 난숙이 떨어뜨린 카드를 우연히 줍는다. 스토리 전개를 위해 기본적인 드라마의 틀에 전개를 맞춘다고해도 작위적으로 흘러가는 이런 설정이 곱게 느껴질리 만무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우연한 작위적인 전개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위의 예를 들지 않아도 현재 드라마 타짜는 전개의 대부분이 높은 우연성에 기대고 있고, 이러한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 안에서 극적인 터닝 포인트가 되어야 할 남녀 주인공인 고니와 난숙의 재회조차 아주 우연적인 상황으로 시작했으니 향후 전개가 더욱 우려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영화 타짜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었던 속도감 또한 죽어있는 모습이다. 2시간 20분의 상영시간임에도 1시간도 안되는 영화를 즐긴 것처럼 빠른 속도감을 제공했던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 타짜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고니와 난숙 영민 위주로 이것저것 불편한 양념칠을 해놓아서 수습하고 정리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지나치게 호흡이 길게 느껴지고 이야기가 띠엄띠엄 흘러가지만 사건 위주로 돌아가지 못하니 지나치게 지루하게 느껴진다. 특히 고니와 영숙 영민 세 사람이 도박으로 인해 변해가는 과정과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삼각관계에 빠지는 과정을 지나치게 늘어지게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이 또한 이미 예측되었던 상황 안에서 스토리의 틀대로 작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니가 정의로운 타짜가 되고 영숙이 고니와 영민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고니를 선택하고 영민이 초심을 잃고 아귀의 곁을 따라가며 냉혹한 타짜로 변하게 될 것이 너무 눈에 보이고 있다.

3. 훌륭한 원작을 바르게 해석하지 못한 아쉬움


그렇다면 이 드라마에서 건질만한 부분은? 단연 아귀와 정마담이다. 성공적이었던 영화의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아니 선역의 편에 서야 할 주인공들 때문인지 더 악독하고 더욱 팜프파탈의 이미지로 재해석을 한 두 인물은 김갑수와 강성연이라는 뛰어난 배우들에 의해 매우 무난하게 소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을 볼 때마다 만화와 영화의 원작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드라마가 이러한 부분을 얼마나 지나치게 간과하고 훼손했는지 알 수 있어서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애시당초 원작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충실하게 작품을 재해석했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훌륭한 원작을 바르게 해석하지 못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져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아직 몰락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그 시기가 다소 이른 감이 적지 않다. 하지만 라이벌 작품인 에덴의 동쪽이 유치한 설정과 지나치게 작위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자극적인 상황극들을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서 앞서 나가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시청률 전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만화와 영화를 수 차례나 보았던 허영만 화백과 타짜 매니아의 입장에서 이 쉽지 않은 싸움을 잘 견뎌내고 앞으로 잘 나가주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계속 어른거리는 이 찝찝한 감정을 일거에 뒤집어줄 수 있는 좋은 패가 있기를. 그래서 한 번에 이러한 상황을 모두 뒤집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