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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이연희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반대하는 이유


시청률 25%를 넘나들며 인기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MBC 미니시리즈 에덴의 동쪽에서 국자 역할을 맡은 이연희가 보이고 있는 연기력이 회가 거듭될수록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연희의 부족한 연기력 때문에 드라마에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다며 어린 그녀에게 무지막지한 비난을 쏟아붓으며, 미스 캐스팅 논란과 함께 그녀를 궁지에 내몰고있다. 언론 또한 대중의 이러한 반응에 편승하여 이연희가 부정확한 발음은 물론 캐릭터에 감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형편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연희를 비난하고 있다. 물론 아직 어린 이연희의 연기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그런 그녀가 감당하기에 에덴의 동쪽의 국자 역할이 다소 버겁다는 사실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원색적인 비난만 해야할 정도로 이연희의 연기력이 형편없을까?


과거에 지금의 이연희와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던 배우가 한 명 있었다. 시청률 30% 내외를 넘나들며 지난 여름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쩐의 전쟁에 출연했던 신동욱이다. 그는 당시 악독한 사채업자 하우성 역을 맡아 자신보다 14살이나 연상인 톱스타 박신양의 상대역으로 꽤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신인급에 불과했던 그로서는 처음 맡아보는 비중있는 악역 연기에 호흡이 길고 끊어지기를 반복하며, 드라마 안에서 수시로 캐릭터가 변화하는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대체적으로 연기는 합격점을 줄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대중은 오직 그가 부정확한 발음을 난발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연기력을 모두 싸잡아 혹평했다. 하지만 신동욱의 연기력이 형편없었다면 드라마 쩐의 전쟁이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


다른 예를 들어보자. 톱스타 최지우는 데뷔 이후부터 지금까지 늘 부정확한 발음 논쟁의 중심에 서서 늘상 비난받고 있는 여배우다. 개그우먼 박경림이 실땅님 둔상이라는 비아냥섞인 패러디를 시트콤에서 시도한 이후로는 '혀 짧은 공주님'이라는 악의가 섞인 별명에 시달여야 했을 정도로 각종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던 배우였다. 하지만 그녀의 연기력과 흥행성에 의문부호를 달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겨울연가는 알다시피 일본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천국의 계단, 진실, 아름다운 날들을 비롯해 그녀가 출연한 모든 드라마는 거의 대부분이 시청률 3-40%를 기록했을만큼 그녀는 드라마의 흥행성에서 검증된 배우다. 그녀가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부정확한 발음만으로 연기자가 보여주고 있는 연기와 그 캐릭터가 보여주고 있는 감정의 깊이를 모두 싸잡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판단은 발음을 얼마만큼 정확성있게 하느냐 여부가 아닌 어느 정도의 감정폭을 가지고 연기하느냐에 따라 판단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발음 또한 연기력을 판단하고 지표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태희와 전지현이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는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제 배우로서 걸음마 단계를 떼고 있는 이연희에게 무조건적으로 가해지고 있는 폭력적이고 왜곡섞인 비난은 앞으로 배우로서 더 성장해야 할 이연희에게 커다란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 쩐의 전쟁의 성공적인 마무리 이후로도 발음상의 부정확성 논란 때문에 연기를 재개하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신동욱의 말을 우리는 새겨들어야 한다. 한 단면만을 놓고 배우의 진심마저 왜곡하는 일. 이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