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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시청률 40%대를 돌파, 명품 막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일대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내의 유혹을 쓴 작가 김순옥의 작품이자, 사실상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월화극 천사의 유혹이, 상승세를 거듭하며 시청률 20%대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해내고 있다. 40%대 시청률로 고공행진을 내달리며 국민 사극으로 자리매김한 선덕여왕을 피해 변칙적이고 파격적이게도 저녁 9시 시간대에 방영된 이 작품은, 고정 시청자들이 만만치 않은 9시 메인 뉴스를 상대로 하고 있음에도 기대했던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해내며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아내의 유혹이 그러했듯, 스토리가 지금보다 더욱 절정의 시점에 다다르고 복수의 자극적인 전개가 뜻대로 확실히 이루어진다면, 시청률 또한 가파르게 치고 올라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천사의 유혹은 시청자들을 매혹시킨 아내의 유혹이 가졌던 장점들을 고스란히 자신들 세계 안으로 가져온 작품이다. 자극적인 복수극과 치정, 갈등, 파국의 설정에 마치 화면 속에 쓰나미라도 일어난 듯 숨 쉴 틈도 없이 시청자들을 빠른 전개의 물살 속으로 밀어 넣으며 말초신경을 간지럽힌다. 말하는 재주를 갖췄으며 상황극을 만들어내는 능력 또한 갖춘 것으로 여겨지는 작품의 작가 김순옥은, 이런 설정들을 능수능란하게 재배치하는 마스터급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내고 있다. 이 작품은 구성에 있어 자신들에게 가장 충실하고 효용적인 방법을 알고 나아가는 트렌디한 드라마다. 확고한 목적을 가진 상태로 항해하고 있으니 덜덜거리더라도 침몰할 가능성과 흠은 상당히 적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긍정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과연 이 드라마를 가치있게 판단하고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인 설왕설래와 의구심이 끝없이 일고 있다. 그만큼 천사의 유혹은 많은 부분 전작인 아내의 유혹이 가진 함정과 단점들 또한 그대로 물려받고 승계하고 있다. 특히 개연성을 갖추지 못한 출연진들의 과장된 제스처와 연이어지는 비상식적인 행동들은, 재미라는 관점에서 동떨어진 감상과 시각의 잣대가 주어진다면, 심각하다 싶을 정도의 오류로 가득하다. 이 작품은 캐릭터의 희생과 헌신이 연이어지며 압도적인 상황극만으로 드라마의 전체적 내러티브를 장악한다. 작가의 비상식적인 이야기 전개 속에서 배우들은 하나의 소모품처럼 이용당하는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다.

천사의 유혹의 여주인공인 이소연은, 순진하고 발랄한 조선시대 처녀 역할로 등장했던 데뷔작 영화 스캔들부터, 최근작인 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에 이르기까지 연기 커리어 대부분을 선역만 연기해왔다. 그녀는 그래서 천사의 유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쉽게 풀이하면 이번 기회에 지금껏 보여주지 못했던 자극적인 악역을 연기함으로서 자신의 연기 인생에 새로운 계기와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졌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가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는 시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 드라마로 이소연이라는 배우가 지금껏 얻고 있는 이미지는 전무하다. 소름끼치도록 뛰어난 악역 연기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비상식적이고 저질스럽게만 흘러가는 스토리는 배우에게 어떤 플러스 효과를 더해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반대로 지금껏 얻었던 참하고 당찬 이미지마저 이 드라마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흔히 막장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두 이소연과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관계의 공통점이다. 최악의 저질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공세에 시달렸던 MBC 일일극 밥줘는, 이야기의 전체적 구성을 위해 출연진들, 심지어 불쌍한 캐릭터로 포장되어야 할 여주인공마저 사실상의 정신분열자로 표현했다. 덕분에 주연 배우인 하희라는 아침극 있을 때 잘해로 얻었던 성공적인 컴백 효과를 전부 까먹어버렸다. 훈훈한 가족 드라마에서 급속한 막장으로 추를 돌린 대표적인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 또한, 아들에 집착하는 80년대 시어머니 캐릭터가 등장함으로서 작품 속의 훈훈한 내러티브를 내팽개쳤다. 그리고 울고, 울고 또 울기만 했던 주연 이유리는 청초한 이미지, 강단 있는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이미지 모두를 잃었다. 덕분에 배우로서 그녀에게 지금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배우가 연기자로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남기기 위해서는, 배역의 선택 여부도 중요하지만 작품의 질적인 선택 여부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소연과 앞서 거론한 경우들은 그런 전례를 남기고 있다. 단순하게 선역, 악역의 널뛰기를 반복한다고 성공적인 연기변신을 이뤄냈다고 말할 수 없다. 주체적인 자기 색깔을 담지 못하고 막장 드라마 속의 부속품이나 조각으로 전락한다면 결국 배우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40%대의 높은 시청률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아내의 유혹의 남녀 주인공으로 활약한 장서희, 변우민, 김서형, 이재황 중 현재도 당시 인기를 재연해내며 성공을 이어나가고 있는 배우가 전무하다는 사실은 유심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실패한 작품도, 평타를 기록한 작품도 아닌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었음에도 막장 드라마 속 배우는 그렇다. 천사의 유혹 속 매력적이고 뛰어난 이소연이 위험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추신

지금 몸이 좋지 않아 하루 한 시간 이상 모니터를 바라보는 일이 힘겹습니다. 글이 써지지 않아 글 한 줄 쓰기 위해 몇 십분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만 제대로 된 글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부족한 글을 기다린다고 말씀해주시는 이웃 블로거 님들과 격려의 메일을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건강을 되찾는 순간까지는 이웃님들과 여전히 잊지 않고 이곳을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을 본의 아니게 실망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날씨가 쌀쌀합니다. 모두 건강 유의하시고 저처럼 아프지 마세요. 저도 끈질기게 어떻게든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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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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