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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라이프스타일

<인터뷰> 군대는 나를 마약중독자로 만들었다


               

         

11월 3일에 포스팅했던 제 친구는 마약중독자입니다에 많은 분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셨습니다. 애시당초 친구가 저와의 만남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를 찾아갈 용기가 없었던 저는 그 글을 포스팅하고 많은 분들의 격려 속에서 결국 다음날 친구를 찾아가 몇 년만에 친구와 재회하였습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서 친구의 병이 회복되길 바란다며 격려의 말을 남겨주신 사실을 친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던 친구는 이내 기뻐하였고, 자신을 걱정해준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글을 빌어 친구를 위로해주시고 쾌유를 바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날 오랜 시간동안 친구와 함께 병실에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곧 친구의 병실에 들어온 한 남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목발을 짚고 병실에 들어선 남자는 김상영(가명)씨로 친구와 오래 전부터 교분이 있는 관계였으며,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였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내 상영씨와도 심도깊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번 포스팅을 하면서 저는 악마의 축복이라고 알려져 있는 무서운 질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와 친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군대의 열약한 의료시설, 그리고 군에서 다친 병사들에 대한 군당국과 보훈청의 의도적인 회피에 대해 조사하고 이를 밝혀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상영씨는 제 친구와 마찬가지로 군대에서의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게 된 환자였고, 상영씨 또한 적극적으로 이와 관련한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상영씨에게 다음 블로거뉴스를 포함한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 인터뷰가 기재되는 것을 알리고 블로거뉴스의 기자로서 공식적인 인터뷰를 요청하였습니다.



뷰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는 어떤 병입니까?

상영

제가 이 병을 앓기 시작한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이 병이 어떤 병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처음 이 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치료를 위해 찾아갔던 ㅇㅇ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ㅇㅇ에서 꽤 큰 종합병원이었으나, 그 병원의 통증의학과 선생님조차 병에 대해서 알 수 없다고 고개를 저은바 있습니다. 그만큼 이 병은 어렵고 난해한 질병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이 병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선생님은 매우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진료하는 과나 의사선생님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질병의 원인과 결과도 판이하게 다르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즉 이 병은 불치병입니다.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으니 치료 방법도 전혀 찾지 못한 병입니다.

저는 이 병을 앓기 시작한지 3년이 넘었으나 병을 알게 된지는 이제 6개월째입니다. 그 전까지는 어떤 의사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기에 다른 병으로 알고 지내면서 미련하게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의 치료만 하고 있었습니다. ㅇㅇ대학병원의 ㅇㅇ 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지금까지 제가 무슨 병을 앓았는지도 모른채 고통과 맞서 싸워야만 했을겁니다.

뷰라

CRPS는 MRI나 X-ray와 같은 의료기기로 원인을 밝혀낼 수 없는 병입니까?

상영

X-ray나 MRI는 전혀 이 병과 관련이 없는 의료기기입니다. CRPS는 신경계통과 관련된 병이고, 의료장비로는 분석과 판단이 불가능한 질병입니다. 체열검사와 골밀도 검사의 이상반응 유무로 병의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지만, 실제 CRPS 환자 중에서 체열과 골밀도 검사에서 100% 이상반응이 나온 환자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즉 병을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은 통증의학과 의사선생님께 맨투맨 치료를 받고 어느 부분이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정확하게 판단된 뒤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뷰라

이 병은 어떻게해서 생기게 되는 겁니까?

상영

말 그대로 운 없으면 생기는 병입니다. 선천적인 질병이나 유전에서 오는 질병이 아니라 바로 전날까지 건강하던 사람도 다음날 갑자기 생길 수 있는 병입니다. 약간의 타박상으로 멍이 들거나 아니면 삐어서 상처가 생긴 부위에도 생길 수 있고, 부러지거나 저처럼 신체 일부분이 잘려나간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멀쩡하다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누구에게나 생겨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뷰라

이 병이 걸리게 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납니까?

상영

일단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극심한 고통이 일어납니다. 통각통, 이질통등의 증세가 나타나 살짝 닿거나 건드리기만해도 엄청난 통증이 일어납니다. 물론 닿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망치로 때리는 것 같은 고통이나 칼로 살을 도려내는 통증과 발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한 번 발작이 일어나면 그 사람은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뷰라

그렇다면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어떤 치료를 받습니까?

상영

치료는 전적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선생님께서 판단하십니다. 환자상태에 따라 통증의 정도가 다르고 약도 잘 듣고 주사도 잘 듣는 환자가 있는가하면, 약도 주사도 듣지 않은 환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병에 걸린 대부분의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합니다. 최소한 제가 알고 있는 CRPS 환자 중 일반적인 진통제만으로 견디는 환자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음에도 상태가 지속되어 심각하다고 여겨지면 허리나 가슴부위에 척추신경자극기라는 기계를 삽입하는데, 이 기계는 기계 값만 400만원에 육박해 집안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수술하기도 어려운 기계입니다. 거기에다 기계자체도 영구적이지도 않고 4-5년에 한 번씩 갈아끼워야 하는 부담이 있으며, 몸 속에 기계가 박혀있다는 스트레스나 두려움도 여러가지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요소로 남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CRPS 환자들의 고통을 덜게 만들어주는 최후의 수단이 바로 이 척추신경자극기 수술입니다. 저는 이 기계를 삽입하고 큰 효과를 보고 만성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분도 보았으나 반대로 병이 호전되지 못해 애써 넣은 기계를 빼버리는 분도 보았습니다. 즉 어떤 치료를 받아도 CRPS의 완치는 불가능합니다. 그냥 고통을 덜게 해주고 통증을 약화시키는 치료법만이 있을뿐입니다.

뷰라

군대에서 이 병을 얻으셨다고 했는데,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상영

군대에서 작업 중 동기의 실수로 발가락과 발등이 깨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큰 사고를 겪었습니다. 긴급히 호송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경과가 좋지 않아 발가락을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무지막지한 통증 때문에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하였습니다. 하지만 다친지 4개월째가 되는 날 군의관이 갑작스럽게 계속 통증에 시달리던 저를 반강제적인 방법으로 부대로 복귀시키려 시도를 하였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병원으로 후송을 간 뒤 신경종이라는 엉뚱한 병명을 받아들었고, 부대로 복귀하였으나 통증 때문에 살 수 없는 생활이 지속되며 다시 군병원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통증의 원인이라 지목되던 발가락 신경을 모조리 잘라내는 수술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나아질거라 예측되던 통증은 더 심각해졌고, 저는 병원과 부대를 오가는 생활을 2년 동안 그렇게 반복하다가 만기로 전역하였습니다.

뷰라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군생활 중 발가락이 절단되고 통증도 심각했다면 당연히 전역조치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상영

저 또한 그 당시에는 전역조치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역을 한다는 기쁜 마음보다 잘려나가고 뭉그러진 내 발과 지속적인 통증때문에 그저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자살을 몇 차례 시도했고 한 번은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마음을 다잡고 밖에 나와 이 지독한 병을 이겨보겠다고 마음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군부대에서 제게 전역을 시켜줄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발가락이 잘린 것만으로는 전역사유가 되지 못하니, 그들은 제게 부대로 복귀해서 다시 일하라는 협박을 하였습니다. 발가락이 잘려나가고 엄청난 통증까지 수반되고 있는데 어떻게 이것들을 이겨내고 일을 해야하느냐고 묻자 부대는 법을 들먹이며 절대 충성하고 의무를 실행할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그리고 발가락이 잘려나간 것으로 생색 떨지말고 꾀병은 그만 부리라며 저를 한껏 모욕하였습니다.

그 이후 수차례나 자살을 다시 기도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여기서 죽으면 군관계자들은 죽은 제 시체를 치우며 나를 약한 놈이라 모욕하면서 제 죽음을 왜곡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죽는 것은 악독한 그들이 바라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죽을 힘까지 쏟아부어 버티자. 버티고 버텨서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군대에서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돕자. 그렇게 마음먹었습니다.

뷰라

전역 후에 국가유공자가 되었습니까?

상영

국가유공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심사를 두 번 받았으나 두 번 모두 떨어졌습니다.

뷰라

발가락이 잘려나가고 엄청난 고통을 겪었는데 보훈청은 왜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상영씨를 떨어뜨린겁니까?

상영

보훈청은 CRPS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유공자 자격조건이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체열과 골밀도 검사에서 이상증세가 나타나야지만 6급이나 7급을 주겠다는건데 실제 환자 중에 이와 같은 증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이 병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교수님께서 제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기에 아주 강한 마약처방전을 내주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훈병원에서 신체를 감정하는 사람은 CRPS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정의학과 의사입니다. 그는 단 3-4분만에 그냥 �어보듯 환부를 보고 저를 내쫓았습니다. 그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다가 다쳐 사회생활은 커녕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CRPS 환자들에게 보훈청에서 해주는 유일한 보상입니다. 저는 지금 보훈청을 상대로 법적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뷰라

군병원에서 빠른 조치를 취했다면 병이 악화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상영

군병원은 병원이라 말할 가치도 없는 곳입니다. CRPS는 마취통증의학과에서 다뤄야 하는 특이질병입니다. 하지만 군병원은 마취통증의학과가 아예 없습니다. 제가 의사가 아니기에 이는 특정 과에 모욕적인 발언이 될수도 있습니다만, 정형외과는 CRPS에 대해서 무지한데다가 무식한 방법의 치료법만 알고 있는 곳입니다. 부딪치고 아픈 것에 적응해라. 그것이 CRPS를 치료하는 정형외과의 방법입니다. 죽을만큼 고통을 느끼는 환자에게 고통을 즐기라는 치료법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사이비 종교집단 교주도 이런식의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저는 군대에서 다친 이후 CRPS와 전혀 동떨어져있는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고통을 느껴 늘 진통제를 요구하였습니다만, 그들은 무조건 이겨내라고 강요하며 싸구려 진통제만 주거나 그것조차 줄 수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기절할 지경에까지 이르면 아예 협박과 강요를 섞어가면서 왜 참지 못하느냐고 다그치기만 했습니다. 다친 이후부터 끝임없이 극심한 통증을 주장하였으나 정형외과 군의관은 네가 아플 이유가 없다며 저의 증세를 꾀병 취급하고, 빨리 병원에서 내쫓을 궁리만 하였습니다.

CRPS는 발병한지 6개월 내에 적절한 방법의 치료를 받으면 거의 완치에 가깝도록 몸의 회복이 가능한 질병입니다. 만약에 제가 조기에 전역을 해서 통증의학과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거나, 군병원에 통증의학과가 있어서 아프다고 주장하던 그 시기에 적절한 방법의 치료만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실패해버린 비참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겁니다. 저는 아직도 군병원만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군대는 제 병을 만들었고, 키운 곳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저는 심지어 목발을 짚은 상태에서도 청소를 하기도 했고, 밥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상영씨가 갑자기 심한 통증을 호소한 까닭에 인터뷰가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뷰라

군병원이 중환자에게 일을 시킨다는 겁니까?

상영

일을 시키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병원의 모든 일들을 환자가 도맡아 합니다. 환자가 환자의 밥을 퍼다주고 환자가 모든 청소를 도맡아하고 환자가 환자를 관리까지 합니다. 심지어는 환자를 돌보도록 되어있는 기간병 일까지 처리해야하고 그들 일까지 도맡기도 합니다. 저는 아무런 이유 없이 군 부사관의 협박으로 기간병도 이용하는 병원의 계단을 청소해야 했습니다. 별을 달고 있는 의무사령관이라 불리는 작자가 병원에 오기 때문이었습니다. 치료를 받다가 사단장의 아픈 개가 온다는 이유로 치료가 중단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병사들은 군대에서 사단장의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게 아주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물론 이런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 몰아붙이는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군대에 2년동안 몸을 담고 있었기에 군대의 조직구성에 대해서 알고 있고,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지만 몸이 정상으로 회복되면 군인으로서의 의무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군대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다쳐 입원했고, 훗날의 미래를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진짜 아픈 환자들조차 일을 하도록 강제로 밀어넣고 협박과 강요를 가하고 있는 것이 군병원의 문제입니다.

저는 발가락이 잘려나갔고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면서도 그들이 지시하는 청소를 해야만 했고, 허리가 완전히 부서져버린 사람에게 무거운 것을 들도록 시키는 것을 보았으며, 무릎이 망가져버린 사람에게 무릎을 끓으라 말하는 장교를 보았습니다. 이들 모두 젊은 나이에 군대와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했지만 충성을 바친 나라의 관리자들은 다친 병사들을 낙오자로 규정지으며 끝없는 모멸감을 선물했습니다. 아무리 군대라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상식이 통해야만 하는데, 군병원은 전혀 그것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뷰라

지금 어떤 약을 드시고 계십니까?

상영

마약성 진통제를 먹고 붙이고 맞고 있으며, 통증이 심각해서 트리렙탈 필름코팅정과 가바펜틴과 같은 간질환자에게 제공되는 신경안정제까지 먹고 있습니다. 듀로제식 디트랜스라고 몸에 붙이는 패치형 마약 진통제가 있는데, 이 약은 암환자와 CRPS 환자들에게만 제공되는 약입니다. 이 약을 붙이면 독한 마약의 기운때문에 하루종일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습니다.

발의 통증 때문에 외출이 불가능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저는 얼마전까지 아는 분의 배려로 집안에서 적은 보수지만 학원의 프린트 문제집을 편집하는 일로 생계를 꾸려왔습니다. 하지만 일을 해야하기에 약을 먹지 않으면 계속되는 통증으로 쓰러져 기절했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마약을 먹고 붙이면 환각상태에 빠져 생각이 불가능한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버렸습니다. 제 인생은 정말 더 이상은 약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군대는 저를 마약없이 살 수 없는 합법적인 마약중독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뷰라

군대에 대해서 나쁜 감정을 갖고 계십니까?

상영

좋은 감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감정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군대에서 고생하는 수많은 장병들을 지지하며 그들의 노고를 비난할 뜻이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충성을 다한 그들이 나라를 위해 애쓰다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에서 최소한의 보상을 해주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 제도는 완전히 잘못되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주장하고 싶을 뿐입니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겨우 이끌고 칩거 생활에 들어간 이후부터 매일 생각했습니다. 내가 어떤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지. 내게도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늘을 원망하며 소리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내 인생은 이미 구제가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망가졌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이들의 인생만큼은 군대로 인해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지금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군당국과 보훈청은 젊은 청년들을 그들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들이 잘못되면 곧장 분리수거해 내다버리는 쓰레기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군대에 가고 싶어하겠습니까?

잘못된 제도는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전까지는 당연히 군대에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습니다. (자신의 발을 보여주면서) 저라는 사람에게 이렇게 뭉그러지고 잘려나간 발가락을 주고 두 발로는 걷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사람들이 아직도 군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저와 같은 불행한 청년이 등장하면 그를 끌어안고 그의 인생을 돌보아주기보다는 그 사람을 인생의 낙오자로 규정지어버린 뒤에 쓰레기처럼 분리수거 해야할 대상으로 내다버릴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세상 모든 자식을 가진 어머니들을 상대로 돌아다니며 제 발을 보여주며 호소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뭉그러지고 망치로 때리는 것 같은, 칼로 도려내는 것 같은 고통을 유발하는 이 발은 지금은 제 발이지만 언젠가는 어머님들 아들의 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저는 호소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그렇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뷰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주십시오.

상영

제가 말한 내용을 어떤 분들께서 얼마만큼 읽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뷰라님 말이 많은 분들이 읽으실 수도 있지만, 몇 분만 읽을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꼭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분들이 비참한 CRPS 환자들의 현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용을 들으시는 분들에게도 이와 같은 일어날수 있으며, 당신의 자식이나 친지 친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군에 입대전까지 언젠가 영화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어떤 꿈도 꿀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마약을 온 몸에 덕지덕지 붙인채 숨만 쉬고 있는 시체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와 같은 고통을 겪다가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CRPS 환자들이 있고, 이 병을 포함해 군대에서 불치병에 걸렸으나 무심한 군당국의 책임회피로 자신들의 미래를 빼앗긴 청년들이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제도를 고쳐 그들의 삶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말씀을 한마디 올리고자 합니다. 약간의 타박상이나 발목이 삐는 증세를 경험하였는데, 며칠이 지나도 이러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부어오르고 통증이 생긴다면 절대 참지 말고 꼭! 근처에 있는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를 찾아가 진료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CRPS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질병입니다. 저 또한 이런 지독한 병이 제게 오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나 CRPS는 저를 소리없이 덮쳤고, 저는 3년째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며 숨쉬고 있습니다. CRPS가 이미 급속히 진행된 뒤늦은 상태에서 이 병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무의미한 행동입니다. 여기까지 이 글을 읽으셨던 많은 분들만큼은 CRPS라는 악마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랍니다. 길었던 저의 말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영씨는 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통증으로 쇼크를 일으키며 한 차례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군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몇 번의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가 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만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저는 상영씨와 제 친구가 이 병으로 극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CRPS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얼마나 불합리한 위치에 있는지 이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CRPS와 관련한 관계자분들(CRPS 환우회장, 보훈청 관계자)과의 인터뷰를 시도하고 이를 계속 블로거뉴스 유저분들께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설득 끝에 익명을 전제로 김상영씨가 다쳤을 당시 발 사진을 올립니다. 과거 김상영씨가 다쳤을때 치료에 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모 사이트에 다른 각도의 이 사진을 한 장 올린 경험이 있으나, 이 밑의 사진들은 그 사진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찍힌 사진이며 처음 공개되는 그의 첫 번째 수술 후 흔적을 담고 있는 사진입니다.

김상영씨의 마지막 말처럼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미래의 자식, 친지, 친구에게도 불행한 사고가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기에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야하고,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예방하면서, 이미 사고를 겪은 이들을 돕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고통받는 상영씨의 인터뷰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P.S

저는 앞으로도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들의 권익을 위해 개인적인 취재를 계속 거듭하며 이에 대한 정보를 블로거뉴스 이용자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즐겨찾기 추가해주시고 자주 들려주셔서 응원해주십시오. 그리고 주위에 계신 분들께 CRPS라는 병에 대해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인터뷰를 읽으신 모든 분들이 이 글로 인하여 미리 병을 예방하면서, 내용에도 공감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작은 힘이 모여 큰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좋은 의견 많이 남겨주시고 더 많은 분들이 내용을 읽고 공감하실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십시오. 상영씨와 제 친구를 비롯한 CRPS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