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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드라마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은

KBS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 30억원의 선판매 수익을 기록하며 일본으로 수출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태왕사신기, 바람의 화원등 일본으로 수출된 타작품들의 선판매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독보적인 각본 능력으로 두터운 매니아층을 지니고 있는 노희경 작가와 작품성 있는 연출능력을 지닌 표민수 PD의 실력과 능력이 그만큼 신뢰받았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기쁜 소식도 잠시 그들이 사는 세상의 제작진은 이와 상반되는 우울한 소식도 동시에 받아 들수밖에 없었습니다. 27일 국내에서 첫 방영을 시작한 그들이 사는 세상의 시청률은 7.7%로 매우 저조한 실적을 남겼습니다. 송혜교와 현빈이라는 걸출한 스타에 김갑수, 배종옥등의 탄탄한 조연진의 연기력과 예상되었던 빼어난 드라마 구성은 호평받았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는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 에덴의 동쪽과 타짜의 벽을 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동시간대에 방영되던 전작 드라마인 연애결혼과 마찬가지로,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단 하나의 광고도 붙지 않는 굴욕 아닌 굴욕적 상황으로 귀결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하 그사세)의 고액 선판매 수출과 이와 대비되는 단 하나의 광고 수요조차 허락되지 않을 정도의 시청률 부진 현상은 드라마 공화국이라 불리기도했던 대한민국 드라마의 현주소를 아주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적절한 예시로 여겨집니다. 한국에서 드라마를 좋아하고 드라마를 꾸준히 시청하는 사람들은 현실성 있는 자신들의 삶보다는 자극적인 방식으로 표출되는 비상식적인 상황극을 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는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이었고, 현재 가장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입니다. 이 드라마들은 낡은 이야기와 비정상적인 캐릭터들이 난무하며 우리네 삶과 동떨어진 세계를 아주 자극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채널 선택권을 주도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3-40대 여성들은 임성한, 문영남이 집필하는 비상식적인 캐릭터들이 벌이는 사건 위주의 드라마를 원하고 있으며, 재능이 있다고 여겨지는 작가들 또한 시청률이 잘 나오는 공식을 따라 캐릭터가 드라마 안에서 수용화되는 스타일의 각본 집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과거 형식 드라마의 인기에 대해서 비난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드라마라는 것이 결국은 대중예술이고, 공급자는 결국 다수 대중이 원하는 방식의 작품을 내놓는 것이 결국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을 그대로 두고 방치하기에는 대한민국 드라마 시장이 그닥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번 가을 개편에서 MBC는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내 여자의 종영을 끝으로 저녁 시간에 방영되던 주말 드라마의 폐지를 전격적으로 결정하였고, SBS 또한 화제 속에 방영되던 신의 저울을 끝으로 2시간 연속으로 방영되던 금요 프리미엄 드라마의 폐지를 결정하였습니다. KBS는 이에 한술 더 떠서 현재 그사세가 방영되고 있는 시간대 월화 미니시리즈의 폐지를 적극검토하기도 하였습니다. 케이블을 포함 하루에도 몇 개씩의 드라마가 쏟아져나오며 드라마 공화국이라 불리던 대한민국 드라마 시장은 더 이상 장및빛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드라마 시장은 변해야 살아날 수 있는 위기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드라마 시장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점은 단연 다양성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드라마들은 모두 똑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복제 클론들 같다는 비아냥 아닌 비아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스타를 자신들의 드라마에 출연시키기 위해서 그들에게 1억이상의 몸값을 지급하면서도 척박한 환경 속에서 대중들의 흥행 공식을 따라 드라마를 찍어대고,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극적 요소들을 무리하게 첨가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식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더 이상의 자극이 없으면 드라마를 떠나게 되고, 자극적이지 않은 신선한 형식을 원하던 시청자들은 애초에 한국 드라마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드라마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예 미드나 일드쪽을 접하며 그쪽에 빠져듭니다.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형식만 지닌 드라마가 아닌 다양한 형식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다수 대중들의 관심을 드라마로 이끌어 옴으로서 시장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는데 크게 일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사건보다는 등장인물의 현실성에 좀 더 비중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는 지나치게 사건이 많다는 단점 아닌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인 로스트나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면, 이들 드라마들은 중심축이 사건이 아닌 캐릭터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실 미드는 현실적인 부분만 놓고 본다면, 한국드라마들보다 훨씬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와 같은 커다란 스토리를 자신들의 스케일로서 포용할 수 있는 원동력을 지닐 수 있는 것은 단연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사건을 설득력있게 풀어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드라마들 또한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을 이용하기보다는 그들을 중심으로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한때는 드라마 공화국이라 불리며 전성기를 맞이하던 한국 드라마 시장의 위축과 감소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로서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중이 드라마에 열광하고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는 드라마가 우리네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비추는 거울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껏 서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모습 그대로 비추어주는 드라마만 마주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청자들 또한 좀 더 여유로운 시선으로 그사세를 비롯한 다양한 형식의 모험적인 드라마를 좀 더 사랑하며 그들을 지지한다면, 한층 대한민국의 드라마들이 풍요로워지지는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