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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가 드라마를 잡아먹다

최근 베토벤 바이러스의 스토리 행보는 많은 베바매니아들을 실망과 우려속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진부하게 늘어진 스토리,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 캐릭터들간 설정이 지나치게 튀는 현상, 드라마라지만 지속적으로 굴레를 넘나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입장에 시청자들이 현실성을 느낄 수 없는 부분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 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드라마가 시작되었을때 오케스트라와 클래식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고, 평범한 이들의 꿈을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도자체가 지금은 완전히 드라마만의 상황에 짓눌려 보이지 않는 것. 이것이 현재 베토벤 바이러스가 가진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가 드라마를 잡아먹어버리다


챗바퀴처럼 틈만나면 반복되는 단원들간의 불신과 강마에와 강건우의 화해를 설득하는 전개과정이 매끄럽지 않고, 지나치게 늘어진 캐릭터들의 난무하는 상황극들 그리고 마침표를 찍었어야 할 조연 캐릭터간의 갈등이 다시금 심화되며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계속되는 쪽대본 촬영과 2회분 연장으로 억지로 이야기를 늘려야만 했던 고역적인 상황 때문일수도 있으나, 전작 드라마에서 이미 뒷심부족을 드러낸 바 있는 홍진아 홍자람 작가 특유의 징크스가 다시 발동된 것은 아닌가 하는 2차적인 우려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 자매는 2006년도에 방영되었던 전작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도 댄서와 가수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을 그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드라마를 출발시켰으나, 중간 부분부터 급격히 힘을 잃어버리고 주인공 네 명의 감정싸움과 사랑싸움만 남은 상태로 드라마를 황급히 종영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정점을 향해하고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고스란히 같은 문제점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습니다.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의 보편적인 설정상 삼각관계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도, 예상보다 과하게 이 삼각관계로 인한 스토리 갈등비중의 폭이 늘어남으로서 전문직 드라마로서의 힘과 가능성을 바라던 시청자들의 입장이 크게 배반당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라는 상황극이 현실을 거울로 비춰주지 못하고 드라마 자체를 아주 잡아먹어버리며 이야기가 점점 흐트러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강마에와 강건우의 갈등, 현실적이지 않다


특히 드라마가 막판 자신들의 주제와 승부수로 내던지고 있는 제자 강건우와 스승 강마에간의 갈등이 매우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없이 이기적인데다가 자신의 카리스마를 전적으로 표현하고 대변하기에 강마에만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캐릭터가 많이 망가진 탓이 큽니다.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김명민만이 가지고 있던 카리스마가 100%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그만이 가지고 있던 독창성이 드라마 종영때까지 망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꿈에 그리던 외과과장이 되기 위해서는 라이벌에게 무릎을 끊으며 애원하지만, 자신의 실수로 죽인 환자의 가족에게는 고개조차 끄덕이지 않았던 장준혁의 카리스마와 일관성을 베바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물론 강마에라는 캐릭터와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주제 자체가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내면의 갈등과 성장이지만, 이러한 갈등과정과 성장과정이 일관적이지 않고 계속 널뛰기하듯 이리저리 튀는 현상은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카리스마와 매력의 소멸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석란시장의 방해로 제자의 공연이 망가질 위험상태에 놓였음에도 살리에르 콤플렉스 때문에 이를 저지하지 못하는 강마에의 모습은 처음 이 드라마에 등장한 그에게는 가능한 상황이었을지 몰라도, 이미 깊은 불신의 벽을 넘어 서로를 느끼고 교감한 두 사람의 일화로서는 적절하지 않고 부적절하고 비도덕적인 상황으로 보여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는 같은 현상은 고스란히 강마에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죽여버리는 현상으로 연관되었습니다.

스승과 방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스승의 스타일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하겠다고 선포하는 강건우의 목소리 또한 그 설득력과 힘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10부 내지의 스토리를 달려오며 괴짜라 할 수 있는 강마에를 끝없이 포용하던 그가 갑자기 태도와 목소리를 바꾼 설득력이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스승을 실력으로 이겨보고 싶다며 그가 준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제자이길 포기한 그는 14부 말미에 이르러서는 다시 강마에게에 용서를 빌며 일관성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거기에 강마에와 강건우 두 캐릭터간 충돌과 갈등을 대변하는 드라마의 극적인 장치이자 원인자체가 삼각관계와 두루미로 대변되다보니 음악과 스타일과 차이점을 논하는 그 순간마저 매끄럽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 때문에 둘의 음악적인 대화와 갈등이 전개되어야 할 상황에서 뜬금없이 두루미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게되고,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싸움을 단순하고 유치한 치정관계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두루미, 이 드라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한 회 걸러 위기가 발생하고 한 회 걸러 이와 같은 위기가 해결되는 형식으로 나아가며, 속도감에서 느끼는 쾌감위주로 스토리가 진행되며 세 주인공의 꼭지점에 위치해있는 두루미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감초 캐릭터라는 확고한 목적을 가진채 출발한 정용기씨를 비롯한 악단들 그리고 초반부 가장 중요한 조연 캐릭터였던 정희연씨, 중반부부터 핵심적인 주제를 대변하고 있는 하이든이나 김갑용 선생과는 달리 그녀는 주인공입니다. 다른 캐릭터들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스토리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은 납득이 가능하지만, 청력을 잃는다는 설정부터 삼각관계까지 벌여놓은 그녀에 대한 스토리는 많은데 이와 같은 스토리들이 도통 자연스럽게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스토리에서 그녀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지고 그것에 대해서도 적절한 설정이나 설명이 있겠지만, 자칫 지금과 같이 그녀를 삼각형의 꼭지점으로 방치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는 자칫 드라마의 주제 자체를 왜곡할 수 있는 혼돈으로 이어질 우려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강마에가 자신의 음악적인 변화와 왜곡의 원인을 두루미에게 전가하고 몰아붙이는 내용의 예고편이 방영되었는데, 이는 두루미만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매력을 확인사살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두루미에게 강마에와의 사랑과 강건우의 재능을 뒤쫓아가는 인물 롤만 준 뒤에 그녀의 캐릭터 성장을 그치게 하는것은 드라마의 중심축이나 다름없던 그녀가 가졌던 꿈과 음악에 대한 성장조차 중단시킬 2차적 위험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주제를 관통하는 지혜 발휘해주길


사실 드라마가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모두 만족시키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만 나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베토벤 바이러스는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베바의 매니아들과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끝임없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았던 이유는 그 무엇보다 드라마가 가진 음악과 꿈이라는 주제에 열광했기 때문입니다. 한 시청자는 현재의 베토벤 바이러스의 상황을 이제 덧셈을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생이 피타고라스에게 수학의 정석을 운운하는 것 같다는 표현으로 드라마에 대한 실망감을 우회적으로 내비쳤습니다. 

어긋난 변주곡은 중단하고 큰 줄기를 바라보며 드라마가 가지고 있던 목소리와 주제를 다시 되찾아 그것을 관통하는 지혜를 발휘해주기를, 아직도 기대의 끈을 놓지 않은 베토벤 바이러스를 향해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