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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명민좌' '마에스트로' 배우 김명민이 걸어온 길

SBS 공채 탤런트 6기로 데뷔한 배우 김명민의 연기 생활 시작은 그닥 순탄하지 않았다. 오랜 무명 생활이 그를 옭아맸고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연극과 영화에서 단역과 엑스트라 미니시리즈의 악역을 전전하던 그에게 처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작품은 윤종찬 감독의 영화 소름이었다.


이 영화에서 김명민은 당시 연기력과 미모에 비해 저평가를 받고 있던 닮은꼴 여배우 장진영과 함께 영화 제목 그대로 소름 끼치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미스테리하고 복잡다단한 영화의 스타일은 평단과는 달리 대중들의 흥행 호응으로 귀결되는데는 실패하며 저조한 실적을 남기고만다. 윤종찬 감독이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 신인 감독상을 차지하고 무명이던 장진영 또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는 큰 성과를 이룬 것과는 달리 그는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상을 거머쥐지 못한다.


공포호러물로 인지도를 높이고 연기력 또한 재조명받은 것인지 그는 후속작으로 김성호 감독의 작품 거울속으로를 선택한다. 하지만 소름과는 달리 이 영화는 평단의 지지조차 받아내는데 실패하고 흥행 또한 쓰디쓴 참패를 기록한다. 또한 투 톱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음에도 공동 주연을 맡은 유지태보다 스타성에서 뒤진 탓인지 대부분의 분량을 편집당하며 조연급캐릭터로 좌천되는 또다른 아픔을 맞이하기도 한다.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지지 않는 외모와 스타성으로 큰 역할을 맡기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일각의 비관적인 평가속에서 그가 선택한 다음 작품은 드라마였다. 평소 독특한 시각의 각본을 집필하기로 유명한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자청해서 출연한 그는 여주인공인 한고은의 오빠를 죽이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장인철 역을 소화해내며 다시금 큰 격찬을 이끌어낸다. 호흡력이 긴 드라마 안에서는 살아남기 힘들거라는 일각의 평가를 뒤집어낸 것이기에 더 통쾌한 한방이기도 했다.


그리고 2004년 김명민의 연기 일생에서 가장 큰 배역이 그에게 주어진다. 애당초 최민수, 송일국등의 스타들이 거론되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타이틀롤인 이순신 역할에 최종 선택된 것이다. 처음 시도해보는 사극이라는 부담감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흥행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극을 압도하는 감동적인 연기력으로 10대부터 50대까지 이순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탄생시킨다. 영웅으로서의 이순신이 아닌 고뇌하고 번민하는 깊은 색깔의 이순신의 새로운 모습은 김명민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게 되고, 시청률 부분 또한 큰 성공으로 이어지며 흥행 배우로서의 가능성 또한 새롭게 열어제낀다. 그는 2005년 KBS 연기대상을 차지하며 연기 생활의 절정기를 맞이한다.


사극에서의 큰 성공으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깊은 유혹에 휩싸였지만 놀랍게도 그가 선택한 다음 작품은 가벼운 가족 코믹 드라마였다. 깊고 중후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순신의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그는 3류 날건달 이미지를 자신에게 덧씌운다. SBS 미니시리즈 불량 가족은 비록 흥행에서는 큰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김명민이라는 검증된 배우의 연기폭이 넓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작품이 된다.


2007년 그는 의사로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일본에서 이미 소설 및 드라마로 큰 성공을 거둔 하얀 거탑의 주인공 장준혁 역할에 도전장을 내던진 것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전문직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제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재적인 실력을 갖췄으며 자존심이 강하고 정치적이며 또한 인간적인 면모 또한 가진 천재의사 장준혁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하며 그가 '본좌'라는 명칭을 달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어 그는 다시금 영화에 도전장을 내던진다. 자신의 전문 분야라 할 수 있는 공포 스릴러극 리턴의 주인공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긴장감과 반전의 숨결 아래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펼치며 평단과 관객 모두의 지지를 받는데 성공한다. 또한 그는 손예진과 함께 액션영화 무방비도시에 출연하며 액션배우로서의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2008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로 그가 돌아왔다. 그는 초반부터 천재적인 지휘자 강마에 역으로 완벽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으며,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시청률 높은 드라마,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는 영화가 아닌 사람들 가슴 속에 깊이 남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는 독특한 소신을 가진 배우 김명민의 가능성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의사, 형사, 장군, 지휘자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그의 연기가 줄 수 있는 감동이 아직 남아있기에. 그를 바라보는 것이 즐거운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