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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아이리스, 200억짜리 뮤직비디오?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드라마 아이리스가 첫 방영부터 시청률 20% 중반 수치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이는 방영 전부터 다양한 각도로 논의되던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논쟁과 기대심리가 눈으로 드러나며 피부에 와 닿는 수치로 폭발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무려 200억의 자금이 투입된 제작비, 톱스타와 주목받는 신예 스타들의 대거 출연, 한국 드라마에서는 도통 보기 힘든 스케일의 커다란 첩보 대작을 지향했다는 점은 첫 회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모을만한 충분한 장점들이 되었다.

거기에 드라마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이 무척 볼만한 연기실력을 보여주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상승효과의 한 부분이 되었다. 한류스타이며 연달아 이루어진 할리우드 진출로 최근 배우로서 가장 부각 받고 있는 이병헌은, 뵨사마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활약상을 선보이며 극의 중심 주인공으로서 자기 몫을 120% 이상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여주인공 김태희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였지만 그래도 발연기 퍼레이드로 일관한 전작들에 비하면 상당히 일취월장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외 정준호, 김승우를 비롯한 주조연급 배우들과 조연들의 연기도 괜찮다는 평가가 가능한 수준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작, 성공적인 마케팅이 이뤄낸 결과, 배우들의 꾸준하고 훌륭한 모습들을 별개의 지점으로 놓고 판단하면 이 드라마의 작품성에 대한 초반 평가는 지금까지 무척 실망스럽다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초반부터 한국 드라마 특유의 잔소리 가득한 내용, 곁가지가 아닌 중심이 되어버린 주인공의 구구절절하고 애절하고 지루한 사연, 삼각 사각 관계의 난잡한 로맨스를 암시하는 스토리와 설정들은 블록버스터 첩보 드라마를 꿈꾸고 있다는 제작진의 약속을 대단히 무색한 것으로 전락시켰다. 거기에 그나마 잠깐 등장하는 추격신과 액션신도 전혀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 식상함으로만 가득했고, 성의 없는 연출, 툭툭 끊기는 편집, 심심하고 지루한 음악, 흔들리면 장땡인 식의 카메라 워크도 시청자들의 인내심을 극히 요구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런 아이리스의 초반 설정과 행보 그리고 모습들은, 그동안 겉은 번지르르했지만 속을 까보니 알맹이는 형편없던 여타 국산 블록버스터 대작의 행보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첩보 드라마에서 자주 보여주는 실시간 위성 추격전을 대입시킨 설정에서는 긴장감보다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의 한 장면이 연상될 지경이었다. 하나의 국가기관에서 자기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인공위성이 있다는 무리수를 둔 설정도 재미있었지만 그런 위성이 초근접해 도망치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실시간 찍어 전송할 수 있다는 가정은 최첨단 판타지 기술의 총집합 결정체라 할 수 있는 미국 드라마의 첩보수준과 수위도 뛰어넘는 것이라 마치 공상과학코믹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도록 만들었다. 마치 아이리스 속 인물들이 영화 맨인블랙에서 외계인을 잡기 위해 위성을 마구 날려대는 요원들로 보이는 것만 같아 전혀 캐릭터에 현실성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본래 허구인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가미한 설정을 호되게 비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고, 규모면에서 전혀 상대가 될 수가 없는 미국의 드라마와 한국의 드라마를 비교하는 태도는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초반 전혀 자기 색깔을 지니지 못한 식상함과 또 어디서 본 것만 같은 첩보 드라마의 도식적인 설정들만 줄줄이 내놓으며 시청자들을 매우 실망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면서 결국 본 시리즈, 007 시리즈의 표피를 가져온 부분이나 이미 미국의 유명 첩보 드라마인 24에서 한 시즌동안 통째 사용했던 주제이자 소재였던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암살기도를 스토리에 포함시킨 부분은 한국 드라마 치고는 그래도 봐줄만하니 옹호해주자라는 일말의 배려심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악수가 되기 모자람이 없었다.


식상한 설정의 총집합이자 식상한 내용의 총집합이자 또 식상한 이야기의 재설정으로만 가득한 아이리스는 과연 드라마가 종영되는 그 순간까지 지금과 같은 거침없는 고공행진을 거듭할 수 있을까? 허약하기 짝이 없는 경쟁작들의 정체, 스타 마케팅에 의존한 파괴력, 언론을 등에 업은 찬사 가득한 속임수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이 드라마를 시청하게 될 이들이 그런 표면적인 부분에 속을 만큼 어리석어야 한다는 가정 또한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과거에도 또 최근에도 블록버스터 대작이라는 위용 섞인 가면을 쓰고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졌던 작품들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중 진짜 살아남으며 대중들에게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는 작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그만큼 드라마를 바라보는 일반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수준과 의식이 상당히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증거다. 그만큼 미드와 일드를 포함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이미 인터넷으로 접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아이리스는 새롭지 않은 식상한 드라마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이 드라마가 속칭 배우빨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며 더불어 200억의 헛돈만 투입된 경치와 때깔 좋은 뮤직비디오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개될 내용과 스토리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 산뜻한 출발점 위에 섰지만 그만큼 아직도 아이리스라는 드라마가 넘어야 할 산은 높고 또 험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