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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f(x), 무시무시하거나 혹은 시시하거나

2년 전, 소녀시대가 갓 데뷔했을 당시 대중들은 거의 대부분 그녀들을 향해 무관심한 반응 이상의 싸늘하고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개된 그녀들의 프로필 기사에는 여자 슈퍼주니어가 아닌 그저 슈퍼주니어의 싸구려 짝퉁이다. 실력으로는 데뷔하지도 못했을 연습생들이 더는 안 될것만 같으니 대방출 되었다는 악플이 부지기수로 달렸고,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의 초기 반응 또한 당시 Tell Me를 들고 국민적인 아이돌로 거듭나고 있던 원더걸스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이에 오직 몇몇 소수의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덕후들을 위한 그룹이라는 조롱과 비아냥이 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반전이 일었다. 소녀시대에게 악플을 달던 이들은 어느새 멤버 개개인의 이름과 특징을 외워대기 시작했고, 야유를 보내던 이들도 그 누구보다 큰 환호성을 내지르는 골수팬이 되었다. 원더걸스에게 미치지 못하며 무차별적으로 밀리기만 하던 대중의 반응도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며 점차 비슷한 수준으로 격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타임에도 히트곡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딜레마에서 벗어나 올해 Gee를 터트린 그녀들은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9주 연속 1위라는 믿기 힘든 업적까지 세워냈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여성 아이돌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것일까. 이는 소속사 SM의 치밀한 전략, 전술이 만들어낸 승리의 결과물임을 부정할 수 없다. 1세대 아이돌 H.O.T와 SES를 최고의 톱스타로 만들어냈고 이후 신화, 동방신기를 비롯해 최근의 샤이니까지 최고 인기 아이돌을 연달아 제작해내고 있는 SM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훌륭하다. 그들은 급조된 형태 혹은 어색한 형태로 그룹을 일단 구성해 던져놓고 간을 보는 다른 기획사들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이고 완성된 모습으로 실력을 갖춘 멤버들을 추려 아이돌 그룹을 제작, 대중들에게 선을 보인다. 이러한 심사 기준은 워낙 까다롭고 엄격해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음에도 SM을 통해 데뷔하지 못하고 다른 소속사를 통해 뒤늦게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적지 않을 정도다. 이번에 그들이 내놓은 신인 f(x) 역시 마찬가지다. 에이스 오브 에이스 명품을 추구하는 SM의 아이돌의 특징과 역사적 이해관계를 충실히 이어나가는 그룹이다.

그만큼 까다로운 SM의 심사기준을 통과한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는 f(x)는 근래 데뷔한 아이돌 중 가장 화려하다. 마치 무대 위에서 단순 노래가 아닌 군무를 보는 것만 같은 화려함을 담은 모습은 소녀시대가 데뷔곡을 들고 나왔을 당시 신해철에게 극찬 받았던 시절을 연상시키며, 흥얼거리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무대 위에서의 넘치는 끼와 에너지도 범상치 않은 또 주체할 수 없는 모습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 다국적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멤버들의 각자 스타일도 치밀한 차별화 전략 아래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갖춘 상태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과연 f(x)는 혼잡한 수준을 넘어서서 이제 과잉 혹은 불필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만 같은 현재 여아이돌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과 또 미래의 가능성을 복합적인 측면을 토대로 해석한다면 당연히 긍정적인 예스라는 대답만 가능하다. 그 정도로 완성된 형태의 무시무시한 공산품이자 명품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f(x)는 아이돌로서 흔히 갖추기 힘든 모습을 가진 상태 그대로 그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소속사가 데뷔 전부터 최고라는 명칭을 달아주었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f(x)에게 부적절한 부분 혹은 아쉽고 불안한 부분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단 SM이라는 출신성분의 꼬리표는 그녀들에게 여러 혜택 그리고 신뢰감과 더불어 믿음을 제공하지만 어쩌면 이후 그룹으로서 활동하는데 있어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실력으로만 따진다면 모든 아이돌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 그룹들을 올킬할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을 가졌던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가 보여준 실패의 결과물은 SM표 실력파 아이돌 혹은 완성된 공산품이 가진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보기 좋은 예시였다. 대중들에게 완벽한 형태로 다가서는 현상은 그만큼 무매력한 존재로 다가설 위험도 크다는 것이고 신인이지만 f(x) 역시 이런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SM 아이돌들은 특유의 엄하고 딱딱한 분위기 혹은 꾸며진 것만 같은 인위적인 분위기로 좋은 실력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깎이는 경우가 많았다. 실수가 잦았던 원초적인 소녀시대의 티파니가 1집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었으나 SM 특유의 분위기에 젖어든 지금 그 인기가 반토막 나버린 상황도 이를 충분히 대변하는 증거다. 아직은 신인이기에 이른 표현일 수 있지만 소속사 품안에서 그들이 던져주는 먹이만 받아먹으며 타성에 젖는다면 f(x)가 가진 매력이 자칫 드러나기도 전에 사장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는 그룹을 시시하게 만드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아직 신인이기에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많고 그래서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것들이 많은 그녀들의 모습은 여러 긍정적인 또한 부정적인 가능성들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그녀들에게는 향후 여러 갈래의 또한 여러 선택의 길이 존재하며 주어지게 될 것이며 그것들은 무시무시한 모습 혹은 시시한 방법으로 표출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신인 f(x)는 향후 어떤 모습으로 걸그룹 전쟁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승부의 저울추 위에 올라선 그녀들의 모습과 향후의 행보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