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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김태호가 대중에게 존경받는 이유

과거에도 또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있어 PD의 역할과 힘은 그 누구보다 중대하고 강력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역할과 힘을 가졌음에도 언제나 음지에서만 활동해왔다. 버라이어티 출연자들과 진행자들이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고 승승장구하며 인기를 끄는 와중에도, 사실상 프로그램을 이끄는 중추나 다름없는 그들은 결코 표면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었고, 실제 자신들의 영향력을 한정적인 방법과 수단으로만 이용하며 대중과 소통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좁은 틀에서만 움직이며 행동하는 것이 마땅히 프로그램의 지휘자인 PD가 보여줘야 하는 그들만의 모습으로 그동안 굳어져 내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의 PD인 김태호는 처음으로 이런 보편적인 PD의 역할 한계론과 이미지를 부쉈다. 지금 그가 말하고 또 보여주고 있는 일거수일투족은 일반적인 연예인들이 말하는 것 이상의 영향력과 힘으로 구체화되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그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가끔 방송에 출연해 그 안에서 PD가 가진 틀이나 한정적인 역할의 롤을 부수려고 시도했던 이들이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지금의 김태호처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곧 잊혀져갔고, 그것은 연출가가 보편적으로 방송에서 맞부딪치는 숙명적인 한계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김태호는 자신의 명함에 박힌 PD라는 본래 직업보다 더한 사회적 인사로서 강한 영향력과 힘을 얻었고, 현재는 웬만한 아이돌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며 대중들에게 존경까지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김태호에게는 이런 역할과 영향력의 결과가 가능했을까. 이는 그가 뚜렷한 자기만의 색깔과 주관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그가 스타로 도약한 이후 노골적으로 제 2의 김태호를 노리며 그를 모방하고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이유 없이 프로그램에 얼굴을 들이미는 PD들이 많았고, 또 지금도 그러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힘을 이용하며 드러내길 원하면서도 정작 하고 싶은 의견이나 자기 주관은 없었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오직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에만 급급해 조심스럽고 안전한 길을 걸어갔을 뿐 알맹이도 주관도 없이 자기조차 이해할 수 없는 모르는 말만 계속 쏟아냈다. 그리고 그 속에 제대로 된 뜻 하나도 담지 못하고 오직 대중들의 뜻에 따라 이리저리 오가는 부화뇌동만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김태호는 정확하게 이런 이들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가장 대중적인 예능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는 PD의 입장에 있음에도 가끔 대중이 반대하고 싫어하는 상황에서도 뚝심과 고집을 잃지 않고 소신을 펼치며 자기 의견과 목소리를 당당히 펼쳐나갔다. 이번 2PM 재범 사태에서도 그는 일관적으로 유지해왔던 자신의 그런 모습들을 대중들에게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아마 일반적인 연출자였다면 장기적으로 준비한 프로젝트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연예인이 얽힌 상황 자체를 불쾌하게 느꼈을 것이고,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은 없기에 최대한 그를 거론하지 않으며 조용히 방송에서 재범을 편집시킬 궁리만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김태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당당히 언론을 향해 그를 편집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소신껏 정면승부를 내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쉬워 보이지만 이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뜻 그리고 자신감이 없다면 쉽게 내놓을 수 없는 발언이다.

또한 김태호는 언론을 통해서가 아닌 어느 위치에서든 같은 자세를 고수한다. 그는 얼마 전에 있던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도 이와 같은 평소 그의 소신 그리고 뚝심과 궤를 함께 하는 발언을 내놓았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치적인 문제만큼 민감하고 어려우며 또 후폭풍과 책임이 유달리 강조되는 이상의 발언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태호는 현직 야당 정치인인 자사 방송국 전 사장과 제도 정치권의 날선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현재 사장을 소신과 자신의 뜻에 따라 공중파에 생중계되는 시상식장에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직 밥줄과 인기에만 급급하는 이들이었다면 결코 하지 못할 행동을 실천으로 옮기는 결단의 모습을 모든 이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물론 몇몇 일각에서는 김태호가 보여주고 있는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젊고 어린 네티즌들의 호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 편의 쇼라는 비난도 있다. 실제로 몇몇 정치단체를 비롯한 소수 네티즌들은 김태호 PD가 보여주는 태도나 발언들이 공중파에서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는 연출자답지 않은 행동이며 전혀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비난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비난은 과연 옳은 것일까. 일단 과연 전적으로 객관적인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설령 상대가 객관적이지 못했다고 자신은 자기 주관을 가지고 타인을 비방하는 이들이 객관적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이 주어졌다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떤 상황이든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네 편이라는 무식한 이분법적 논리와 구조적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의견이든 내놓는 행동을 무작정 쇼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김태호 PD는 이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김태호라는 인물이 PD라는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위치에 있음에도 흔치 않게 인기를 끌며 존경받는 이유는 이처럼 그가 단순한 PD가 아닌 이 사회의 지식인으로서 자기 역할과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며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의 한정적인 롤에 머물지 않고 끝없이 전진하는 사람이며 대중들의 뜻과 의견이 아닌 자신의 뜻과 의견을 대중들에게 설득시킬 줄 아는 인물이다. 몇몇 소수를 제외한 폭넓은 대중들이 김태호를 존경하고 그가 대중들에게 존경받는데는 이러한 이유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