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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소녀시대는 왜 방해꾼이 되는가

소녀시대가 가요 프로그램을 통해 굿바이 무대를 꾸민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대중들은 그녀들이 작별 무대를 꾸몄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도 또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활발하게 활동중이던 가수가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고별무대를 가지게 되면 대중들의 시야에서 완벽히 사라지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이며 수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총칼만 들지 않았을뿐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쟁을 펼치는 지금의 아이돌들에게는 휴식이라는 사치스러운 단어가 용납되지 않는다. 자리를 잠시 비우는 순간 자신들이 비운 자리를 노리고 호시탐탐 접근하는 후속주자들에게 그 위치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은 변죽 심한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아이돌들에게 사실상 경쟁보다 더욱 위협적이고 어려운 딜레마다.

그렇기에 소녀시대는 공식적으로는 활동을 접었음에도 여전히 한창 곡을 들고 활동하던 당시보다 지금 더더욱 열심히 각종 행사에 임하고, 각 방송을 누비며 활동을 이어나가며 여전한 모습으로 꾸준하게 활동을 펼치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빠져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지금 상황은 트렌드를 배제할 수 없는 연예계의 흐름들 속에서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과연 양으로만 밀어붙이며 무조건 대중들의 시야 속에서 존재하길 원하는 소녀시대의 전략은 그녀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일까? 최근 소녀시대는 고정적으로 맡고 있는 몇 개의 프로그램뿐만 아닌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프로그램까지 넘나들며 예능 나들이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녀시대의 모습은 단순히 트렌드를 읽고 흐름에 동참하려는 수준을 넘어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만용과 싸구려 순회 전략이 되며, 소녀시대의 이미지와 프로그램 모두에게 독이 되고 있다.

지난 일요일 방영된 개콘 10주년 기념 방송은 소녀시대가 겪고 있는 그런 상황들을 인상 깊은 극과 극의 지점으로 연달아 교차해 보여주었다. 시청자가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코너로 선정된 고음불가 스폐셜 게스트로 예능인 유재석, 노홍철, 정형돈이 등장하자 관객석에 자리 잡은 관중들은 모두 기립해 열광하기 시작했고, 그 반응은 어떤 개콘의 코너가 진행되는 순간보다 뜨겁고 또 강렬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잠시 뒤이어 소녀시대가 게스트로 등장하자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마치 거짓말처럼 단숨에 망가지고 말았다. 평소 소녀시대의 등장에 열광하며 그녀들의 이름을 외치는 남성들의 반응도, 뜨거움이 가득했던 시선들도 그 날 개그콘서트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녀시대의 깜작 등장에 도리어 관객들은 곤혹스러워했고, 그녀들의 등장은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죽이고 가라앉게 만드는 시작점이 되었다. 몇몇 팬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녀들은 그 날 쇼의 필요 없는 존재들이자 명백한 방해꾼들이었다.

그 날 방송은 일반 방송이 아닌 개콘 10주년 기념 방송이었기에 소녀시대가 아닌 다른 게스트들의 참여도 많았고, 일부 실수나 썰렁함도 이해되는 방송이었다는 특수성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명백하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음에도 프로그램에 출연을 강행한 결정을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들이 어떤 방법으로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든 프로그램의 방해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미리 보지 않아도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그녀들이 평소 가진 이미지나 모습 그리고 스탠딩 개그 프로그램의 특성상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녀들은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예상대로 손해를 끼쳤다. 중요한 사실은 이 부분이다.

물론 고급스럽고 신비스러운 전략을 추구하는 팀이 아닌 아이돌 소녀시대가 프로그램을 가려먹는 입장에 서긴 힘들다. 앞서 말했듯 아이돌은 최대한 대중들 앞에 많이 등장해 그들과 호흡하는 전략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고 개그콘서트가 아닌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출연해 대중을 자주 만나야 할 의무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떠나 어울리지 않는 순회를 거듭하며 프로그램에 손해를 끼치는 현상과 모습들은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소녀시대의 팬이 아닌 평소 개그콘서트 시청자들과 그 날 무대를 찾았던 팬들에게 그녀들이 어떻게 다가설 수 있는지도 생각이 필요하다.

잦은 방법 또 무의미한 방법으로의 무차별적인 접근은 어쩌면 독이 될 수 있고 자칫 프로그램뿐만 아닌 그녀들의 이미지를 상하게 만드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선의의 도움이 그냥 모르는 척 지나치는 것만 못할 때가 있다. 아이돌이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아이돌이 필요하지 않은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또 아이돌을 떠받들며 아이돌의 스타일을 존중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면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도 있다. 소녀시대는 아이돌이지만 거대 팬덤을 거느리고 있으며 이에 팬들과의 소통 방법에 다양성을 추구해야 할 톱스타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녀들 스스로가 행동과 발걸음들이 어떤 프로그램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들이 방해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뒤따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