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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재범의 탈퇴, 신뢰를 잃은 박진영

주목받으며 떠오르던 차세대 스타에서 단 몇 일만에 그룹에서 퇴출되는 극단적인 코너에까지 몰리게 된 재범의 현재 상황은, 한국적 문화의 특수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과거 일개 연예인의 입국 금지 결정 처분을 뛰어넘는 큰 사회적 파장을 남긴 유승준 사태가 남긴 교훈에서 보듯, 대다수 한국인들은 국수주의적인 집단 지성으로서의 가치관이 강하고 또 단단하다. 개개인은 몰라도 이들 구성원들에게 국가의 명예는 결코 훼손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관이자 자신들의 심장이며 또 집단의 사상과 동일시되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그렇기에 어리고 철없던 시절 남긴 글귀였고 실수의 부산물이라는 재범에 대한 일부 옹호론은 국가가 받은 모욕감이라는 사실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대중들에게 결코 납득될 수 있을만한 변명이 되질 못했다. 결국 재범이 그룹에서 탈퇴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기까지는, 그의 잘못이나 연예계의 전반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이 뿐만이 아닌 한국의 문화적인 현실이 개입된 비극이 배경에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미리 문제들을 예방할 수 없었느냐는 사실이다. 이번 파문의 당사자인 재범은 재미교포 3세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서 한국은 철저하게 이방인이 느낄 낯설음으로 가득한 타국이나 다름없는 곳이었고, 그는 한국의 문화적 상황과 대중들의 가치관을 몰랐기에 자신이 생각 없이 뱉어낸 몇몇 글귀들이 추후 스타가 된 이후 야기하게 될 문제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그에게 한국의 문화적인 가치관과 상황을 이해시켜주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자임하며 문제점들을 조정할 수 있는 롤모델 역할을 마땅히 수행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재 소속사 그리고 그를 스카우트한 소속사 대표 박진영은 그러질 못했다.

그런 이유로 엄밀히 말하자면 소속사 대표 박진영은 이 사태의 또 다른 가해자다. 그가 좀 더 철저하고 프로페셔널한 방법으로 타국에서 스카우트 해온 가수들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춤과 노래만이 아닌 문화적인 이해를 포함한 다방면에 교육의 시간을 할애했더라면, 애당초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재범을 직선적인 상황의 저울추 위에 올려놓으며 그대로 난도질 되도록 놔두면서도 자신은 철저히 뒤로 빠졌다. 이 문제에 분명 그의 잘못까지는 아니어도 과실이 적지 않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속 가수이자 식구였으며 아직 어린 나이의 재범만 희생양으로 삼는 토사구팽 전법으로 위기를 벗어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지금까지의 정황은 재범이 먼저 그룹에서 자진해 탈퇴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제 갓 데뷔한 아이돌 그룹 멤버 그것도 소속사와 계약의 주종관계로 얽혀있는 잘못의 당사자가 먼저 그룹을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확률은 희박하다. 아마도라는 가정이 필요하겠지만, 과거 현아가 원더걸스에서 퇴출되던 과정의 수순처럼 그의 그룹 탈퇴에는 박진영의 힘과 결정권이 크게 개입되었을 확률이 높다. 퇴출이 확정되기 직전에 자신의 책임은 없는 것처럼 재범을 그룹에서 탈퇴시킬 수 없다는 보도 자료들을 언론에 연달아 뿌리고 곧장 재범의 입으로 이를 뒤집는 내용의 탈퇴 시나리오가 발표된 정황은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일각에선 극단적인 결론에 재범에 대한 동정론이 일어날 것이고, 이와 같은 효과를 노린 소속사가 쇼를 부린 것이며, 이에 언젠가는 재범이 2PM으로 다시 되돌아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지만, 한 번 팀에서 퇴출시킨 멤버를 이후 부메랑까지 맞아가는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재차 복귀시킬 소속사는 없다. 즉 박진영와 그의 소속사는 재범를 희생양으로 삼는 방법으로 이 문제들을 모두 덮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내용이 가장 사실에 가까운 추측이자 결론이다.


물론 박진영 입장에서는 이러한 선택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한국 사정과 시장에 능통하며 한국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업가인 그에게 있어 근본적인 자신의 사업장을 부정하는 소속 연예인의 말실수는 자칫 회사의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곧장 재범의 퇴출을 긴급히 결정한 것도 사업가 박진영의 자기 토대를 잃을 수 없다는 절박한 승부수가 동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승부수 덕분에 실제 문제는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고 있고, 예상되었던 것처럼 그와 또 그의 회사에는 어떤 비난도 쏟아지지 않고 있다. 재범의 행동 그 자체에만 이해관계와 비난이 얽혀서 소란스럽지만, 그들은 면죄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향해가는 결론이 과연 그들에게 장기적으로 좋은 결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신의 소속 가수에게 제대로 된 교육과 관리를 해주지 못해 벌어진 문제와 짐을 오직 당사자에게만 짊어지게 만들고 자신들은 뒤로 빠지는 매니지먼트사에 과연 팬들과 소속되어 있는 연예인들이 신뢰감을 느낄 수 있을까. 재범의 탈퇴를 반대하는 2PM 팬들은 벌써부터 새로운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며 소속사에 날을 세우려는 태세를 갖추고 있고, 사건 이후에도 미니홈피를 통해 끝까지 하나임을 강조했던 다른 멤버들 또한 리더를 잃고 믿음이 깨져버린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잘 나가던 순간의 혜택과 단물은 모두 가져가면서도, 곤란함에 직면하자 등을 돌리고 외면하는 회사에 팬들과 다른 가수 그리고 연예인들이 과연 신뢰와 소속감을 가질 수 있을까. 이번 파문으로 재범이 연예인으로서도 또 인간적으로도 최악의 코너에 몰린 상황에 있었음에도, 그 시간에 박진영은 이와 같은 사실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며 원더걸스와 함께 메이져리거 추신수를 만나 요긴하고 노련하게 자신의 사업을 위한 언론 플레이를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그가 어린 재범을 먼 이역만리 한국땅으로 데려와 사실상 보호하는 입장에 있었던 사람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 시간에 과연 그는 무슨 일을 해야만 했을까. 재범의 이번 탈퇴 파문은 사업가 박진영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신뢰라는 덕목을 사라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는 않는지, 박진영과 JYP측은 더욱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