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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김범 정일우, 하이킥을 벗지 못한 소년들

지금 후속작 제작이 발표.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있는 거침없이 하이킥은, 수많은 청춘스타들을 발굴하고 배출해낸 시트콤이었다. 극에서 청소년 아역으로 나왔던 배우들은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정극의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했고, 특히 몇몇 배우들은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키며 톱스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김범과 정일우는 이 중에서도 으뜸가는 성공을 거두었기에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시트콤이 내놓은 스타들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하이킥에서 어리버리한 모습에 주인공 식구들에게 얹혀사는 하숙범 역을 맡아 열연한 김범은 에덴의 동쪽에서 주인공 송승헌의 아역을 맡아 주목받았고 곧장 꽃보다 남자의 소이정 역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하이킥이 방영되던 당시부터 서민정과의 연상연하 러브라인으로 누나들의 심금을 울리며 가장 주목받았던 정일우는 이후 24부작 수목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의 타이틀롤을 맡으며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의 성공은 대단한 혁명이었고 또 초고속 성장이 연이어진 놀라운 기적이었다. 그러나 성공가도만 달리며 영원할 것만 같던 이들의 행진은 최근 아쉽게도 주춤세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김범 불패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에 출연작을 모두 성공으로 이끌며 차세대 흥행주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김범은, 최근 출연 중인 드라마 드림이 4%의 애국가 시청률 수치에 머무르며 이러한 일각의 평가가 부서지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작품 안에서 드러나는 김범의 연기에 대해서도 혹평의 의견이 많다. 격투기 천재라는 설정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앙상한 몸이나 소리를 지르고 성질을 내는 장면으로만 극 중 거친 캐릭터를 표현해내려는 어색함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윤은혜의 짝사랑을 받는 천재 변호사로 열연 중인 정일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드라마를 지켜보았던 시청자 대부분은 꽤나 어울리는 배역을 맡은 것 같으면서도 한끝 매력이 부족한 정일우의 모습이 어색하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거침없이 성공가도를 내달리던 이들은 최근 들어 왜 이런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이들이 매우 인상적이던 거침없이 하이킥 시절의 이미지를 100% 씻어내지 못한 영향이 크다. 김범과 정일우는 신작에서 그동안 보여주었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와 캐릭터로 연기의 폭을 넓히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성인연기를 성공적으로 맡아 소화해내기에 부족한 점들이 많았다. 동안의 어린 이미지에 갇혀 카리스마가 전혀 두드러지지 않았고, 자기 캐릭터를 이끌어가야 할 시점에 다다랐음에도 과거의 코믹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아쉬운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김범은 꽃보다 남자를 통해 정일우는 돌아온 일지매를 통해 정극 성인 연기에 도전한 경험이 있으나 이는 거침없이 하이킥 시절 보여주던 아역 캐릭터의 성장이자 연장선에 가까웠다. 캐릭터는 판이한 부분이 있었지만 나이나 캐릭터상 작품에서 두 배우가 맡기에 어렵거나 힘든 부분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비중이나 맡은 배역부터가 하이킥을 포함한 전작에서 맡았던 배역들과 전혀 다르다. 김범은 야누스적인 이미지를 발현해야만 하고, 정일우는 극에서 가장 완벽하고도 철두철미한 포근한 왕자님 캐릭터를 맡아 소화해내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수준으로 그런 캐릭터를 소화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후유증과 한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김범과 정일우 두 배우의 선택이 비판받을 수는 있더라도 결코 비난받을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과 폭을 넓혀나가려는 시도나 새로운 캐릭터에 몸을 내던지며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태도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이 너무 성급한 아쉬움을 담보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배역의 이미지를 차마 벗어던지지 못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고, 또 너무 앞장서 나아가기를 원했다. 아직은 숨을 고르며 차분한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먼 지점과 이상만 바라봤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작품이 끝난 것은 아니기에 이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들에겐 대한민국 여성들의 가슴을 흔들었던 잠재력과 능력도 있다. 다만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앞으로는 배우로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조금씩 성장하려는 차분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이들에겐 배우로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행보를 먼저 알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 위한 영리한 전략이 필요한 때다. 그만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하이킥의 소년 이미지는 강하고 또 두텁기 때문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