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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아가씨를 부탁해, 졸작으로 전락한 기대작

수목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는 매우 무식하고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이 작품의 기본적인 시작점이자 끝은 바로 코믹이다. 비현실적인 설정과 아이러니를 대치시키고 대중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맞부딪치게 만들며, 여기서 비롯되는 사건들을 토대로 스토리 전체를 이끌어간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야기의 중심부에 있는 코믹한 시나리오를 위해 판타지를 등장시킨다.

궁궐 같은 저택에 사는, 우리네 상식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철없는 재벌집 아가씨와 착한데도 전직 제비였던 남자와 재벌 2세 신분을 가졌음에도 재벌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며 상속을 거부하며 사회운동을 펼치는 엘리트 변호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봐왔던 식상한 캐릭터들이 충돌하는 방식 그대로 부딪치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납치 놀음, 집사 놀음, 재벌 놀음이 등장하고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들며 오직 눈으로만 현혹시킨다. 이와 같은 내러티브는 올해 대중들의 화제를 모으며 최고의 시청률을 이끌어낸 드라마 꽃보다 남자나 내조의 여왕이 극에서 보여주고 추구했던 모습들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가씨를 부탁해는 역설적으로 현재 트렌드와 가장 맞닿아 있으며 목표와 타켓이 확실하다는 이유로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드라마는 그런 기대를 품고 시작점에 섰던 바램들을 이어받지 못하며 올해 최악의 드라마로 전락하고 있다. 뭐 하나 제대로 된 설정도 신선함도 없는 공중누각 위에 세워진 스토리, 이도 저도 아닌 주인공들의 애매한 캐릭터와 감정선, 사실상의 메인 주연인 윤은혜를 부각시키기 위해 코믹과 신파를 지겹게 이리저리 오가는 스토리 라인은 위태로운 드라마의 내러티브에 찬물을 끼얹는 독이 되고 있다.

이 작품에는 그만큼 기본이 없고 이야기가 없다. 큰 줄기 속의 이야기 뿌리 그 자체가, 이미 다른 작품에서 수없이 봐왔던 식상한 에피소드의 재탕에 불과하다. 서로 싫어하다가 티격태격대고 그 와중에 서로에게 끌리는 주인공들과 그 안에 끼어진 삼각, 사각 관계의 진부한 설정에 이를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에피소드도 전무하다. 서로 쇼를 부려가며 저주를 퍼붓던 윤상현과 윤은혜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단계에 관한 기술적인 설명도 없고, 윤은혜가 어떤 의미로 갑작스럽게 정일우를 좋아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없다. 트렌드를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결국 드라마가 지녀야 할 기본적 기술이 없고 모든 부분에서 스토리를 놓으며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방영되는 내내 맹비난에 시달렸음에도 원작의 구성과 캐릭터는 가지고 있었던 꽃남이나 아줌마 판타지 극을 추구하면서도 직장인과 30-40대의 애환을 담았던 내조의 여왕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또한 이런 함량미달 스토리 라인에 맞춰 자신들 커리어 최저점 연기를 보여주는 극에 등장하는 네 명의 주인공들의 모습과 연기들도 하나같이 실망스럽다. 그동안 기본적인 발성과 발음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뛰어나고 능동적인 캐릭터 소화 능력으로 늘 기대 이상의 평가를 이끌어냈던 윤은혜는, 제 멋대로이며 사랑에는 지고지순한 여자 구준표 캐릭터 - 사실상 표절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캐릭터 - 를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내조의 여왕이라는 작품 하나로 톱스타로 거듭나게 된 늦깎이스타 윤상현도 변화의 의지 없이 밍숭맹숭한 냉탕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으로만 일관하며 드라마에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 띠동갑을 훌쩍 넘어서는 김남주와 윤은혜의 나이 차이는 각기 다른 드라마 속 윤상현의 위치를 상징한다 - 2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도 거침없이 하이킥의 무식한 싸움짱 윤호로만 보이는 정일우는 어색하고, 찬란한 유산의 문채원은 자기 집이 박살나기 직전의 순간에도 실실거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출연진들은 이토록 하나같이 최악의 모습이다.

물론 스토리가 허접하고 배우의 연기가 뒤떨어진다는 이유가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모든 부분에서 대단히 빈약하기 짝이 없던 꽃보다 남자의 대성공과, 명품이라 불려 마땅할 혼이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아쉬운 성적은, 작품의 질적인 부분이 대중들의 선호도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극명히 드러내는 결과다. 그렇기에 아가씨를 부탁해는 로코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와 가벼운 것에만 열광하는 대중들의 열풍을 등에 업고 성공하게 될 가능성도 향후 충분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런 열풍을 타고 성공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빈약하고 투박한 화면의 연속과 배우들의 어색한 몸동작들은 결코 잊혀지기 어려울 것이다.

처음 남자 주인공으로 강동원이나 원빈과 같은 배우가 물망에 올랐을 당시의 시놉시스를 보면, 아가씨를 부탁해는 지금과 같은 무차별적이고 근거가 없으며 내용조차 부실하기 짝이 없는 형편없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찌되든 이 드라마는 처음 가졌던 의도와 목적을 잃고 함량미달 수준에 머무르는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까지 겹치며 사실상 내용상으로는 끝났다. 주목받던 기대작에서 향후 졸작으로의 길을 향하게 될 것이 확정적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