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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두드러지는 김명민이 불쾌한 이유

모든 배우들은 자기 나름대로 최선과 진심을 다해 연기를 한다. 연기를 잘한다고 평가받는 배우도 연기를 못한다고 평가받는 배우도 이는 모두 마찬가지다. 그 어떤 배우도 결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요령을 피우면서 연기하지는 않는다. 극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도 조연을 맡은 배우도 화면에서 순간 스쳐 지나가는 단역을 맡은 배우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는 연기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떠난 문제다.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주연 혼자만의 활약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주연을 충실하게 보조해야 할 조연도 필요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극에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단역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몇몇 대중들은 가끔 이러한 사실들을 망각한다. 하나의 완성된 주연을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조연진과 단역들 그리고 스탭진의 희생과 뒷받침이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잊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오직 주연에게만 집중시킨다.


그리고 김명민은 그동안 이런 스포트라이트의 직접적이고 대표적인 수혜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최근 출연한 작품들 속에서 주목받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불리게 되었으나, 대신 그가 출연했던 모든 작품들의 다른 부분들은 사라졌고 작품 모두가 곧 김명민의 승리를 상징하는 전리품이 되었다. 물론 김명민은 특별한 배우다. 그러니 과하다 싶은 그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어중이떠중이들도 오직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인정받는 분위기 속에서 그는 유일하게 인정받을만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인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그런데 뒤따라야 할 모든 부분들이 지워지고 오직 김명민에게만 모든 수혜와 장점과 찬사가 집중되고 있는 일련의 현상들을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김명민에 대해 불만인 것은 가끔씩 그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호들갑스럽고 과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기에 그렇다. 김명민이 잘하는 것은 맞지만 그 혼자 대한민국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데도 무조건 김명민이라면 찬양해야 하고 무조건 김명민이 했다면 특별하다고 생각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가끔 일어나고, 이와 같은 상황은 상당히 불쾌한 딜레마를 만든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최근에도 일어나고 있다. 대중들과 언론은 김명민의 연기에 대해 최근 또다시 찬사 섞인 열광을 보내고 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새로운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20kg 가까이 체중을 감량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유 때문에 그렇다. 물론 연기를 위해 체중을 20kg감량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찬사의 이유가 아직 개봉하지도 공개되지도 않은 작품 속 배우의 연기에 대한 부분이라면 이는 근거가 되기에는 극히 부족한 사실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작품은 사라지고 오직 김명민이라는 이름만 남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또다시 김명민이라는 현상 하나에만 집중해 다른 부분들을 망각하려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연기는 잘한다 대단하다 멋지다는 몇 가지 함축적인 단어의 나열로 설명할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칭찬이 아니라 표면에서 드러나는 감동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물론 최근의 김명민이 겉만 번지르르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주변 특히 그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아주길 원하며 목청 높여 그를 찬양하길 바라는 몇몇 대중과 언론들의 반응은 충분히 번지르르한 표면만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이는 작품을 지워내고 오직 김명민만 부각되길 원하는 상황으로 연이어지며 그가 가진 연기론을 불쾌하게 만드는 위험함이 되고 있기도 하다.

과거 영화 소름에서 김명민은 말 그대로 소름 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당시 대중들의 스포트라이트는 모두 여주인공 장진영에게 집중되었고, 그는 주변부로 밀려나 소외당했다. 몇 년 뒤 그는 유지태와 동등한 비중이 주어진 영화 거울속으로를 찍었다. 하지만 그는 스타성에서 유지태에게 극히 밀린다는 이유만으로 출연한 장면들이 대부분 잘려나갔고 덕분에 영화의 조연으로 전락했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 꽃보다 아름다워에 출연했을 당시에도 그는 마찬가지의 괴로움을 겪여야 했다. 작품 속에서 충분히 인상 깊은 캐릭터를 맡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작품의 변방으로 밀려나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불합리하고 잘못된 상황들을 자신의 연기로 바로잡았다.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라 가슴으로 대중을 감동시킬 수 있는 실력으로 바로잡은 것이다.

김명민은 분명 특별한 배우다. 하지만 그가 특별해지길 원하고 특별하다는 것을 홍보하고 특별하다고 소리치는 순간 존재하고 있는 그런 특별함마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이는 과거 김명민이 뛰어났음에도 누군가에 의해 억울하게 소외되었던 역사를 또다른 제 2의 김명민에게 되풀이되도록 만드는 위험 또한 뒤따른다. 훌륭한 작품 하나는 오직 김명민 혼자 완성시킨 결과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김명민도 앞으로도 변치 않을 실력으로 자신의 연기을 전파시키고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 두드러지길 원하고 나만 특별하다고 주장하며 언론을 통해서만 알려지고 있는 그의 연기와 과장된 제스처는 점점 누군가들에게 불편한 딜레마를 남길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