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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유재석 쇼를 기대하는 이유

대한민국에는 대중과 스타를 폭넓게 모두 만족시키는 원톱 토크쇼가 없다. 수요일 저녁에 강호동이 진행하고 있는 무릎팍 도사가, 연달아 이어지는 색다른 형식의 토크쇼 라디오 스타가 있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은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형식에 기반을 둔 제대로 된 원톱 토크쇼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프로그램의 형식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는 토크 프로그램이면서도 속살을 벗기면 전형적인 토크 프로그램과 동떨어진 형식을 보여준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우타방과 같은 일본식 과격함을 토크의 기초적 토대로 삼고 있고, 그렇기에 프로그램의 흐름자체가 예능을 위한 토크에 더 치우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는 기본적이고 전형적인 일본 예능과 비슷한 순환형식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이들 프로그램의 주요 테마는 최대한 게스트를 공격하고, 이들을 벗겨내고, 그 결과에서 드러나는 수확이 재미와 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카드다. 기반은 토크에 두고 있지만, 철저하게 원초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점은 예능에 가깝고, 또 호스트와 게스트간의 교감보다는 브라운관 속 시청자들의 웃음을 우선시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는 시청자를 위한 형식의 대면과 진솔한 이야기에 초점을 둔 전형적인 토크쇼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무릎팍 도사나 라디오 스타와 같은 변종적인 토크쇼의 등장은 시대의 요구와 흐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대중들은 몸에 좋지만 맛이 없는 음식보다는 조미료가 추가되더라도 좀 더 맛깔스러운 음식을 원하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토크 프로그램이지만 그 안에서 토크가 약해지고 예능의 웃음이 더욱 강조되는 지금의 트렌드를 원했다. 이는 이전 대중들이 원했던 토크쇼와는 매우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대한민국에는 유독 스타 진행자들의 단독이름을 내건 토크쇼가 많았고, 쟈니윤 쇼, 주병진 쇼 등등의 프로그램들이 모두 40%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들과 그 시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이 다시 이 시대에 복귀한다면 과연 과거와 같은 성공을 거둘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 6개월 만에 쓸쓸히 막을 내린 박중훈 쇼의 결과는 이 물음에 대한 맛보기 해답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대중들이 더는 밋밋하고 맛없는 프로그램은 시청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보여준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시대에서 일인칭 토크쇼는 영원히 사라져야만 하는 불필요한 존재인 것일까. 그렇게 단정지어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스타가 대중들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수단이 존재하고, 또 존재해야만 한다. 무릎팍 도사나 라디오 스타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들처럼 각종 루머들을 먼저 거론하며 찌르고 이를 수습하며 맛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전통적인 기반 아래에서 건강한 방법으로 최대한 스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맛있는 토크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도 분명 필요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과격한 것을 싫어하는 또 다른 대중들의 입맛을 존중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부분에서 박중훈 쇼는 아쉽고 아까운 쇼였다. 이 쇼가 실패한 이면에는 시대의 트렌드를 배반한 실책도 있었지만, 중심적인 사유이자 근거에는 박중훈이라는 존재 자체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는 어설픈 진행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며 쇼가 무너지는 과정을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했던 무능력한 호스트였고, 쇼는 미숙했던 그의 진행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휩쓸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 쇼는 어느 순간부터 무조건 최악의 쇼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박중훈 쇼는 진짜 토크쇼에서 요구하는, 또 게스트가 이야기하려는 본질에 가까운 것들을 풀어내려는 의미 있는 시도들도 굉장히 많았다. 진행자의 솜씨가 훌륭했더라면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토크 프로그램을 감상했을 것이라는 진한 아쉬움이 생기는 이유다.

그래서 유재석 쇼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토크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서고 게스트를 존중하면서도 대중의 스타일을 화합하며 현재의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진행자. 박중훈 쇼가 보여주었던 가능성과 또 아쉬움들을 단번에 상쇄시키며 자신만의 쇼를 완벽하게 완성시킬 적임자는 오직 이 대한민국에 유재석 밖에 없고, 그만히 해낼 수 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만큼 유재석은 화합과 배려 그리고 스타와 대중을 더불어 존경할 줄 알면서도 결코 뒤로 물러설 줄 모르는 인물이다. 지금도 그는 두 개의 비슷한 포맷형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나 대중들에게 이를 색다르게 접근시키는 힘과 매력을 갖추고 있고, 전통적인 기승전결에 가깝지만 한 편으로는 원초적이면서 톡톡 튀는 진행을 구사하는 다양성까지 갖추고 있다. 여러 부분을 보고 또 보고, 종합하면 종합할수록 그는 현재 사장되어버린 진행자의 힘으로 대중과 스타를 모두 존중시키는 원톱 토크쇼를 완벽하게 부활시킬 유일한 인물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재석 쇼가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유재석 또한 몇 가지 부분에서 갈고 닦아야 할 연륜과 경험들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으로 흘러가는 방송에 다양성을 제공하며, 흘러왔던 과거와 현재를 완벽히 혼합시키고 지켜보는 대중, 참여하는 스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토크쇼와 유재석의 등장은 기다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언젠가 등장하게 될 유재석 쇼를 오매불망 그리워하며 또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