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뷰라의 연예스토리

소녀시대의 슈퍼주니어 변신, 불쾌했다

대한민국 사회에는 유독 혈연, 지연, 학연과도 같은 자잘한 인연들이 재주와 별개지점의 사회성을 상징하는 능력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연예계 또한 마찬가지이고, 특히 가요계에서 활동 중이며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가수들은 유독 자신들끼리 맺은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팬들과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안달난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저 같은 회사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이라는 표현을 쓰고, 형제라는 표현을 쓰고, 더 나아가 피를 나눴다는 지극히 오버스러운 표현이 동원되는 것은 이런 리얼리티 상황극을 위해 준비되어야 할 기본적인 준비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것들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통용되고 있을 만큼, 최근 가요계의 가족놀음 또 순혈주의는 극에 다다랐다 싶을 정도로 심하고 또 강하다.


물론 자기들끼리 정말 유대관계가 깊어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친분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이에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고, 불쾌하게 느낄 이유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이런 친분 관계를 진실성 있게 대중이 판단하도록 드러내는 형태가 아니라, 무차별적인 홍보의 수단 혹은 자신들이 가진 힘과 권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살포하기를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번 음악중심에서 보여준 소녀시대의 슈퍼주니어 퍼포먼스는 대표적으로 그런 살포의 행위로 보이기 적당한 퍼포먼스였다. 소속사의 강권 아래 이뤄진 한편의 잘 만들어진 쇼로 느껴졌고, 그들의 친분과 힘 그리고 패밀리 권력을 대중들에게 드러내기 위한 겉치레 서커스로 보였다. 그래서 극히 제한된 시간 동안 방영된 퍼포먼스였음에도 이를 보며 불쾌감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과연 지금 이런 퍼포먼스가 허용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나. 최근 소녀시대의 소속사 SM은 흔들리고 있었고,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회사를 상징하는 그룹이라 할 수 있는 동방신기와 갈등에 시달리며 대중들로부터 비판과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고, 개최하기로 했던 대형 콘서트가 취소되었으며 다른 소속 가수들과 연기자들의 반발, 이탈까지 연달아 일어난다는 루머가 나돌고 정도로 내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최악의 시기에 소녀시대가 SM 패밀리는 굳건하고 건재하다는 것을 시위하듯 보여주는 선봉장으로 이용되어 같은 소속사 그룹 슈퍼주니어의 춤과 노래를 방송에서 선보였다. 부적절한 타이밍에 대중들이 불편하게 받아들이기 충분한 모노극을 보여준 것이다.

자기네들끼리 어떤 정치적인 의도건 상업적인 의도건 그것을 가지고 싸움질을 하든 말든, 그 싸움은 자신들 테두리 안에서 그치도록 하는 것이 대가를 바라는 대중들을 향해 기획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싸움과 소모적인 전쟁에는 늘 다른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이 개입되고 이것들이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부분에서 부당한 노예 계약 파문으로 사회적 구설수를 일으키고 있는 소속사가 소속사의 다른 가수를 동원해가며 노래를 바꿔치기 하는 쇼를 선보이는 행위가 과연 적절했는지 의구심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결정이 과연 소녀시대의 위한, 그녀들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의문이다.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동방신기 파문은 누가 옳았고 잘못했느냐를 떠나 확실히 가수는 소속사의 강권만 있는 울타리 안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확고부동한 진실을 남겼다. 소속사나 관계자들 혹은 연관된 사람들은 그렇게 죽어라 한 가족 정책을 운운하고 행복을 운운하며 미래를 강조하지만, 정작 현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어떤 가족적인 확신도 얻을 수 없다는 진리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소녀시대는 이런 시기에 도리어 소속사의 꼭두각시가 되어 갈등의 단면을 수습하는 선봉장이 되고 말았다. 그녀들도 전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여러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도리어 이런 상황들을 덮는 소속사의 기계이자 도구로 이용된 것이다.

아이돌에게 아티스트와 같은 권한이나 힘 그리고 예술성과 자의적인 음악적 해석을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무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돌이 소속사의 꼭두각시가 되어 무조건 그들의 중의적인 뜻과 해석에 복종해야 하는 메이드가 되어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거짓된 가족 놀음과 가식적인 관계 설정 그리고 이와 같은 쇼로 인해 가수와 본인과 대중들이 뒷전으로 밀려 존중받지 못하는 일을 반대하는 이유다.

소녀시대의 이번 무대 위에서의 모습들은 여러모로 부적절한 시기에 대중과 그녀들 스스로를 굴레에 뒤집어씌우는 최악의 퍼포먼스였다. 부디 앞으로는 폭넓은 대중들의 입장을 존중시키지 못한 이런 겉치레과 친목을 강조한 종류의 퍼포먼스가 반복되어 소녀시대와 대중들 모두를 괴롭히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