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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개그콘서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 발휘하길

3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중 가장 긴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나마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고 있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이, 다시 15%로 올라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동시간대에 무려 40%가 넘는 극강의 시청률로 1년여간 주말 시간대를 제압하고 있던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의 종영과 무관하지 않은 바가 적지 않지만, 시간대를 10시로 옮기고 타 방송국 드라마들과의 대결에서 당당하게 밀리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이기에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몰락해가고 있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한때 방송 3사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모두 시청률 20%에 가까웠던 때가 있었다. SBS의 웃찾사는 목요일 저녁 시간대의 극강 프로그램이던 해피투게더 프렌즈를 누르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등극한 바 있었고, 오랫동안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진으로 프로그램 폐지까지도 검토하던 MBC 또한 죄민수 조원석과 사모님 김미려를 등에 업고 시청률 20% 언저리의 전성기를 맞이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전성기는 길지 못했다. 웃찾사는 높은 인기를 믿고 이미 굳건히 자리를 잡아두었던 목요일 심야 시간대를 버리고 주말 프리미엄으로 시간대를 옮기는 승부수를 내던졌으나 씁쓸한 실패를 맛보았다. 개그야 또한 연이어 나오지 않는 후속 프로그램들의 부진과 드라마 주몽의 종료 이후 연속 방영하는 시청자들의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들며 시청률 몰락현상을 겪고 말았다. 계속되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늘 오뚜기처럼 일어나던 개그콘서트 또한 시간대를 10시로 옮긴 뒤에는 시청률이 종종 10% 아래로 향하는 부진을 겪기도 하였다. 최근까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대중의 관심에서 빗겨나간 무관심의 행보를 걷고 있었다.

유행어만을 노린 신선하지 않은 개그


웃찾사와 개그야는 전국적인 유행어 띄우기 붐을 타고 프로그램이 살아난 바 있었다. 또한 유행어를 만들어낸 개그맨들이 대중적 스타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자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와 개그맨 모두가 이러한 유행어 만들기에 집착하는 일이 잦아졌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형식만이 지니고 있는 신선하고 재치넘치는 개그는 없고, 개그맨과 코너 모두가 유행어만을 만들어보겠다는 심산으로 가득 찬 아이템이 흘러나왔다. 이러한 효과가 성공을 거두면서 몇몇 개그맨들은 스타로 올라서기도 했으나, 대중은 점차적으로 전혀 신선하지 않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개그패턴에 시청자들이 거부현상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웃찾사는 한때는 탑 MC의 위치까지 올라섰었던 이영자가 출연하고, 개그야는 KBS 개그콘서트의 주역이던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등이 합류하였으나 아직도 이러한 타성과 관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선한 초심으로 되돌아가라


백지현이 1.5L 물을 원샷하고 심현섭이 밤바야를 외치고 박준형이 생활사투리를 펼치던 과거 개그콘서트의 인기 비결은 그 무엇보다 신선함이었다. 맹구 이창훈을 끝으로 대가 끊기다시피 했던 공개 개그 프로그램의 형식을 되살린 신선함과 스타와 연예인이라는 생각에 앞서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하겠다는 끼와 패기로 똘똘 뭉친 개그맨들의 의지는 바로 그 신선함의 원천이 되어왔다. 하지만 최근의 개그콘서트는 개그야, 웃찾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버라이어티, 쇼-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이미 인지도를 쌓은 스타들 개그맨이기에 앞서 연예인,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는 몇몇 개그맨들의 죽어버린 의지가 눈에 보이고 있다. 개그콘서트가 완벽하게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그맨들이 자신들이 왜 존재하며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 발휘하길


지난 12일 방영되었던 개그콘서트에는 개콘의 새로운 코너들이 많이 소개되었다. 아직 완벽하게 초심으로 되돌아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틀에 박혀있던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연기자들의 의지는 충분히 엿보였다. 새롭게 태어나 다시 발걸음을 디디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개그콘서트에게 지금은 분명히 기회이면서도 동시에 위기이다. 그들이 다시 초심으로 되돌아가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지혜롭게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