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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유진박, 이 사회에 남긴 천재의 딜레마

인터넷이 시끌시끌하다. 천재 전자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며 한때 대중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뮤지션 유진박이, 전 소속사 사장으로부터 몇 년의 세월동안 감금 및 금전적인 갈취를 당해왔다는 소식 때문이다. 최근 수척해진 모습으로 이곳저곳 여러 행사를 떠돌아다니는 유진박의 사진과 동영상을 목격한 네티즌들은, 충격에 빠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벌어진 입 또한 쉽게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최근 공개된 사진과 동영상 속 유진박은 그야말로 폐인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풀려버린 두 눈과 제 정신이 아닌 것만 같은 표정에선 전혀 살아 있는 사람의 것으로 느껴지는 생기도, 초기 자신의 음악관을 이야기하며 강한 자부심에 젖어 있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줄리어드 음대에 소년의 나이로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로 예견되었던 화창한 미래를 박차고 나온 과감한 도전으로 주목 받은 과거, 미래 가장 훌륭한 대중 뮤지션으로 이 사회를 뒤흔들 것이라는 극찬을 받았었던 그런 음악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는 너무나도 수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이지 운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악마와도 같은 아니 그보다도 못한 인간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겼고, 그들에게 맡긴 미래는 음악밖에 모르던 순진하고 여린 그를 몰락으로 이끈 비극의 싹으로 틔워지고 말았다. 만약 그가 좀 더 좋은 사람을, 또 신뢰할 수 있는 진실한 사람을 만났더라면 이 사회에서 성공은 아니더라도 이렇게까지 최악의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유진박이 실패해버린, 또 운이 따르지 않은 상황 전부를 오직 그가 사람을 잘못 만난 이유 때문만으로 전가할 수 있을까. 그런 결과를 만드는 행위는 이 현실을 외면하고 도외시하는 잘못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상 우리 사회의 문제 전부를 회피하려는 현실에 대한 도피나 다름없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천재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그럭저럭, 대충대충 또 남들과 같이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걸어가기 위해 안달이 나있는 사람들 속에 살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고시 경쟁률에 버금가 있고, 현실 속 정치의 낙후와 각종 사회적인 문제에도 분노할 줄 모르고 오직 평범하길 원하는 이들이 득실거린다.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어 그 분야에서 월등한 모습을 보여주면 어김없이 이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헐뜯는 일이 중단되지 않는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종극에 천재는 평범한 이들에게 이런 말까지 듣는다. 너는 왜 평범하지 못하냐. 너는 왜 그렇게 너 혼자 잘난 거냐.

유진박은 우리 사회 단면에 숱하게 일어나고 있는 천재가 필연적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는 예시 중 하나를 보여준 인물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축구 천재, 야구 천재, 음악 신동, 수학 천재 등등 우리 사회는 그 어떤 사회보다 더욱 천재에 열광하며 마치 천재를 위해 이 사회 전체를 갖다 바칠 것처럼 그들을 주시한다. 하지만 그런 열광 섞인 반응은 완성되지 않은 천재에게 보여주는 모든 부담 섞인 갈채의 마지막에 박수에 불과하다. 천재도 사람이기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고, 엇나갈 수 있고, 다듬고 발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몇몇 대중들은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긴 시간 다듬은 발전으로 나타나게 될 성과는 외면되고, 오직 편견의 늪에 자신들의 생각을 담아 당장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들을 궁지에 내몰아 세우는 것이다.

과연 어떤 수가 균형 잡힌 방법으로 이 사회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천재와 범인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계기의 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이고, 또 정답을 찾기 위한 혹독한 실패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전에 확실한 것은, 이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변화시키겠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평범한 사회를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도 또 그런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천재도 만족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잘못된 지금의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정답을 찾겠다는 묘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진박의 현재와 또 앞으로 이어질 무궁무진한 도전은 결코 이 시점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그가 악마보다 못한 이들과 헤어지고 천재로 불렸던 시절의 모습을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를 도와주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모두는 새로운 과제를 짊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천재의 고단함과 그런 천재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시선에서 잘못된 부분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딜레마를 남겼다. 이제 그가 남긴 숙제와 매듭이 마땅히 우리가 정리하고 풀어야 할 몫으로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