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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현빈, 포스트 장동건이 되어간다

MBC 특별기획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대중들의 시선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실패의 길을 향해가는 작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800만 관객이 들어왔던 대박 작품의 리메이크에, 원작의 감독이 직접 연출을 담당했고, 또 일반적인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수준의 화면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음에도, 전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토록 시청률 한자리수의 벽을 넘기지 못하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친구의 부진한 결과는,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부터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결과였다. 십년 전 영화 친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그 시대의 환경과 향수를 자극하는 노스탤지어가 있었다. 그러나 친구가 추구했던 그런 감성과 트렌드는 아쉽게도 이미 지금 시점에서는 낡은 것이고, 도저히 통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노스탤지어에 가까웠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드라마가 불륜, 치정으로만 대변되고 있는 현재 트렌드류의 막장 드라마들보다는 더 나은 작품이 아니냐는 제기도 있지만, 우정과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식상함이나 수위 높은 폭력, 조폭이 되어가는 주인공들의 행동에 대해 동기를 부여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는 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즉 불륜극이나 폭력극이나 다르게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지금 드라마 친구가 보여주고 있는 실패작으로서의 부진한 결과는 당연한 것이고 또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한계와 실패의 결과와는 달리, 좋은 수확물 또한 내놓으며 의외의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것은 바로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 동수역을 맡아 열연중인 현빈의 일취월장한 모습이다. 이미 지난해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현빈은, 이번에는 친구라는 작품을 통해 다른 매력의 거칠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동력으로 삼아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폭발시키고 있다. 그만큼 현빈의 현재 모습은, 과연 그가 과거 김선아에게 삼식이라고 놀림 받으며 철없게 행동하던 당시의 어설픈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현빈의 이렇게 업그레이드 된 퍼포먼스는, 원작에서 동수역을 맡아 열연한 장동건과의 비교와 상대적인 평가를 더 자연스럽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당초 현빈이 거친 사투리를 내뱉는 폭력적인 조폭 역을 맡겠다고 했을 당시, 대다수 사람들은 이에 깊은 우려의 뜻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현빈이 전작에서 보여준 시트콤, 달짝지근한 영화, 드라마만 가득한 필모그래피는, 도무지 배우로서 그의 변신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빈은 자신이 비판 받고 있는 현실과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으며 전진했고, 결국 지독한 편견의 벽을 뛰어넘고 있다. 충분히 스타로서 머무를 수 있는 안정을 버리고 배우로서 새로운 지점을 선택하는 결단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장동건이 원작 친구에서 동수역을 맡아 성공했던 결과와 동일한 것이다. 90년대 하이틴 드라마 속 잘생긴 스타로만 기억되던 장동건은,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부터 조연도 마다하지 않고 배우로서 발걸음을 옮겨 나가기 시작했고, 그런 그에게 새로운 변화의 원동력을 제공한 작품이 바로 이 친구였다. 이 작품 이후 장동건은 잘생기기만 한 스타에서, 잘생겼지만 연기도 잘하는 배우가 될 수 있었고, 이는 그를 배우로서 완성시킨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사실상 지금도 톱스타로 군림하며 수준 높은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장동건의 평판과 인기를 완성시킨 디딤돌이 된 것이다.

물론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현빈이 고작 장동건과 같은 배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그를 능가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다. 실제 드라마 친구에서의 현빈은 분명 기대했던 것 이상이긴 하지만, 영화 친구에서 보여준 장동건의 동수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면 많이 뒤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정된 스타로서의 길이 아닌 배우로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내며 어려운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는 현빈의 가능성을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현빈에겐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부족하지만, 현빈이 지금의 마인드를 잃지 않고 또 조급해하지 않으며 꾸준히 나아갈 수만 있다면, 그는 분명 지금보다 더 훌륭한 배우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실패로 귀결되고 있지만, 드라마 친구가 현빈이라는 수확물을 남기고 현빈 또한 이 작품을 토대로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결과는 즐겁기만 하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부디 현빈이 정말 이 드라마를 통해 말뿐만이 아닌 진짜 제 2의 장동건으로 곧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