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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착한 유재석은 무너질 수도 있다

현재 유재석은 대한민국 최고의 MC이자 버라이어티 진행자다. 그리고 더불어 그는 반세기를 훌쩍 넘긴 이 나라 TV 예능프로그램 역사상 역대 최고이자 1인자로 손꼽혀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을 이유가 없을 정도의 수준 높은 방송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구봉서부터 이주일, 주병진 또 이경규까지 이 시대를 뒤흔들었던 방송인들은 많았으나, 사실 그런 쟁쟁한 인물들 중에도 지금의 유재석만큼 완성되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은 없다.

그만큼 유재석은 깔끔한 진행, 적재적소의 타이밍, 무한한 웃음을 창조해내는 창의력, 게스트와 동반 출연진들을 살려주는 어시스트 능력까지, 방송인으로서의 장점을 거론하면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날을 새버리게 만들 정도의 인물이다. 그런 유재석의 장점은 심지어 그가 곧 대한민국 방송계를 상징하고, 대한민국 방송계가 유재석을 상징한다는 표현을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유재석에게는 이런 장점들을 모두 하루아침만에 무너뜨릴 위험을 품은 단점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그의 특별하다 싶은 도덕적인 가치관과 방송 안에서 바른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주는 딜레마다. 실제 유재석은 그동안 그 어떤 방송인 아니 연예인도 가지지 못했던 천사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일례로 동종업계의 박수홍은 버라이어티 진행자로서는 드물다 싶은 젠틀한 이미지를 앞세우며 데뷔해 큰 인기를 끌었으나, 한때 깐죽거리던 모습의 유재석보다 착하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없다. 또 자신은 아직도 전세에 살며 수십억의 돈을 사회에 기부했고 아직도 빚을 져서라도 기부를 한다는 김장훈도, 정작 이미지가 품고 있는 도덕적인 가치관만 따지면 유재석의 그것에 미치질 못한다. 이는 그만큼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깔끔하고 바르고 정직한 모습으로 이 세계에서 버텨왔다는 증거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답답한 가치관과 도덕적인 딜레마를 안고 연예계 생활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착한 이미지는 과연 좋은 것일까. 물론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착한 이미지가 새로운 지점으로 나아가려는 발걸음을 막아 세우며 더 이상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벽이 된다면, 이는 또 다른 딜레마이자 문제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은 것인지 모른다. 앞서 말했듯 유재석은 완벽하고 그가 갖추고 있는 재능들은 손가락 발가락을 모두 동원해 세어도 불가능할 정도의 무궁무진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유재석의 착한 이미지가 만들어내고 있는 함정은 그를 오로지 한 길로만 내몰고 있다. 다른 것들은 시도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또 이런 유재석의 이미지는 그가 주변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하며 방송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무조건 당하고 짓밟히는 상황을 당연하게 여겨야하는 부담이 되고 있기도 하다. 무한도전에서 과거 자신이 짤렸을 당시 이야기를 꺼내는 박명수의 멘트나 전략은 유재석의 이미지를 이용한 상호간의 동의가 있었다고 해석해 봐줄만한 상황극으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유재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양원경이 각종 방송과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를 이용한 행동이나 언플들은 도가 넘었다 싶을 정도로 추잡하고 근거가 없는 것임에도, 유재석은 이에 태클을 걸 수 없고 당연히 당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이미지의 딜레마 때문에 그를 옭아매고 좀먹는 거머리조차 시원하게 떼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유재석이 자신도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의 장기적인 미래란 알 수 없는 것이다. 섹시미와 성녀의 이미지를 한 곳에 품으며 이효리조차 능히 위협했던 아이비가 2년이라는 시간이 넘도록 컴백 무대조차 가지지 못할 것을 예상한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아마 그녀가 일반적인 이미지를 가진 가수였다면 명백한 피해자였던 아이비는 지금의 모습처럼 추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도덕적인 가치관이 남길 위험함과 딜레마는 달콤한 정도만큼이나 크고 무섭다. 대중들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일관적인 지지의 뜻이 변화하게 되면, 더 무섭고 거친 칼날로 돌변하게 될 위험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유재석은 국민MC의 반열에 오른 이후부터 자신의 이미지와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예능인들을 품에 안으며 방송하는 스타일을 즐겼다. 이는 유재석 스스로가 자신의 정리하는 능력과 친절하고 착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지만, 앞서 말했듯 한 편으로 그의 모습을 일방적인 방향으로만 인도하는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유재석도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너무 착한 이미지에만 함몰되어 있기에 그가 가진 재능과 능력은 너무나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