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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강호동, 무한도전의 가장 무서운 적

처음 SBS에서 무한도전의 경쟁 프로그램 라인업을 폐지시키고 이 시간대를 스타킹으로 메우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대부분의 대중들은 SBS가 내린 이런 결정에 조롱의 뜻을 보냈다. 그럴만한 것이, 무한도전과의 정면승부를 위해 영입한 이경규, 김용만을 비롯한 유능한 MC진과 합해진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마저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아닌 기존에 존재하던 프로그램으로 최고 인기 프로그램에 맞서겠다는 생각 자체가 상당히 보수적이고 낡은 발상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스타킹은 정말 신선하고 파격적인 형식으로 주목 받던 잠깐의 시기를 지나, KBS의 장수 프로그램 스타 골든벨에 맞서 어려운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그렇기에 스타킹이 무한도전과 맞대결을 펼친다는 소식에 대중들이 코웃음을 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만큼 당시 스타킹이 무한도전에 맞서 대등한 승부를 벌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곧 스타킹이 무한도전의 기세에 밀려 폐지될 것이 유력하다는 누군가의 예측이 곧 이뤄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재 스타킹은 예상을 깨고 무한도전을 가장 괴롭히고 짓누르는 최고의 라이벌이 되어 있다. 시청률 30% 고지를 점령했던 무한도전의 숫자상 수치를 15% 내외로 주저앉혔고, 과거 동시간대 라인업이 기록했던 3%, 4%의 굴욕을 벗어나 10% 내외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이와 같은 스타킹의 꾸준함은 무한도전과 무한도전의 총지휘자인 김태호 PD에게 끝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무한도전에게 있어 어렵고 힘든 싸움을 걸어오는 적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스타킹은 인기를 갖출만한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보기에 그 수준이 너무나 낮고 틀에 박힌 예능 프로그램이다. 형식자체가 사실상 8-90년대에 방영되던 기인열전의 반복에 가깝고, 포맷도 신선하지 않으며 낡은 패러다임의 재생산과 무한반복에 프로그램의 근거를 두고 있다. 뻔한 연출과 일반인 출연진이 등장해 반복하는 감동 시나리오나 눈물의 쓰나미는 전주 방송을 보고 다시 다음 주 방송을 봐도 그 차이점을 느끼기가 어려울 정도로 식상의 극치다. 그러나 스타킹에는 이런 식상을 순항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힘으로 바꾸는 강호동이 있다.

그만큼 스타킹의 힘은 강호동 개인의 힘에서부터 비롯되며, 그는 스타킹의 단점과 무의 현상들을 장점이자 유로 바꿔놓는 인물이다. 강호동은 1박 2일에서는 가끔 단점으로 손꼽히기도 하는 힘을 앞세우는 진행과 파괴력 넘치는 무대장악을 스타킹에는 모두 장점으로 변화시키고, 진행자로서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무대 위에서 그대로 쏟아 붓는다. 과거 캠퍼스 영상가요나 천생연분, 연예편지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키워온 진행자 강호동의 서민 친화적인 능력과 재능은, 스타킹이라는 무대 위에 익숙한 아이템에 가깝고, 이는 폭발하는 파괴력과 힘으로 무대 위에서의 수준으로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라이벌이라 불리는 유재석을 그 자리에 데려다놓아도 재현하기 힘든 수준의 완벽함이다.

무한도전의 PD로서 김태호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강호동의 무시무시한 파괴력과 힘에 어떤 형식으로든 맞서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사실 무한도전은 스타킹이 편성된 직후부터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포맷이나 형식이 아닌, 오직 강호동의 능력과 힘을 상대로 사실상 강호동 개인과 전쟁을 펼쳐왔다. 무한도전이 아무리 신선한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매주 개편해 내놓아도 중년 시청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무대를 장악하고 일반인들의 어설픈 출연조차 맛깔스럽게 포장해내는 강호동의 능력과 힘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고, 이는 무한도전이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골칫덩어리이자 문제가 되었다. 의무적으로 전국노래자랑을 시청하듯 강호동이라는 개인의 브랜드에 매료되어 관성의 법칙에 의거된 것처럼 스타킹을 시청하는 이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렵게 되어버린 것이다.

무한도전과 김태호 PD로서는 결국 강호동이라는 강력한 적수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의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또 끝없는 변화를 도모하고 새로운 해답 지점까지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 당장 김태호 PD가 보여주고 있는 변화의 바람과 발걸음은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길의 고정 투입으로 그는 그동안 무한도전이나 일부 리얼 버라이어티가 상징하던 6인의 구성원과 체제를 깨부쉈고, 거기에 패러디와 정교해진 시나리오를 무한도전 내부에 투입시킴으로서 과거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무한도전만의 신선함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최고의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변화로 일각에서 제기되던 비판을 누르고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음지에서 끝없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번 36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연예오락TV 부분과 TV 연출상을 받으며 2관왕을 달성했고, 방송의 질과 수준에 있어서 여타의 버라이어티들을 훨씬 능가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대중들 앞에 공인받았다. 이미 무한도전은 명실상부한 정상의 위치에 섰고, 남은 것은 이러한 전문가들과 대중들의 평가를 온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시청률의 힘으로서 다시금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강호동이 지키는 굳건한 자신만의 아성과 힘을 무한도전과 김태호 PD가 넘어설 수 있을까. 앞으로 벌어지게 될 강호동과 무한도전의 장기적인 신경전과 라이벌 경쟁을 지켜보는 일은,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있어 대단히 흥미진진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최후의 순간 웃음을 터트릴 사람은 과연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