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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소녀시대, 스타일의 함정에 빠지다

소녀시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성공을 선사한 곡은 Gee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는 시기를 맞춰 이뤄낸 인공적인 성과와 빈집털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분명 소녀시대는 이 곡으로 라이벌이라 불리면서도 그동안 곡의 수준과 대중적인 인기로 원더걸스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일각의 평가를 시원하게 벗어던지며, 능히 Tell Me의 대박에 비견될 수 있을만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Gee가 소녀시대에게 가장 큰 성공을 선사했으며 대중들 사이에서의 회자될 소녀시대의 최고 노래는 맞지만, 소녀시대라는 그룹에게도 최고의 노래라 할 수 있을까. 엄밀히 따지면 결코 그렇지 않다.

소녀시대가 보유한 두툼한 팬덤들 중에 대부분의 충성스러운 골수팬들은, 모두 데뷔곡이었던 ‘다시 만난 세계’를 통해 소녀시대의 팬이 되었다. 당시 소녀시대는 한국의 전통 아이돌인 핑클, S.E.S와 일본식 아이돌인 모닝구 무스메의 스타일이 결합된, 마치 여성 아이돌이 보여줄 수 있는 전형성과 이미지 메이킹의 극대화가 만들어낸 결정체였다. 치어리더복에 가까운 무대 의상, 신해철조차 극찬을 아끼지 않은 집단 군무, 청순한 소녀의 이미지에 더해진 파격적인 발차기 퍼포먼스 그리고 개인 멤버들의 별명과 스타일을 대중들에게 어필한 모습들은, 당시 소녀시대를 상징하고 보여주는 스타일이며 곧 아이콘이었다.


Gee가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소녀시대에게 최고의 곡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다시 만난 세계 시절에 보여준 이러한 소녀시대의 잔상 때문이다. 다시 만난 세계와는 달리 Gee는 곡 안에 소녀시대를 상징하는 문양과 아이콘이 극도로 부족했다. 이트라이브가 만들어낸 노래는 분명 대중적으로 흠잡을 구석이 없을 정도의 중독성을 갖춘 훌륭한 노래였지만, 곡 지분의 절반 정도는 이트라이브의 것이었고, 오로지 소녀시대만의 것이 될 수 없었다. 이는 초장에 브레이브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히트곡 ‘토요일 밤에’가, 오로지 가수 손담비의 것이 아닌 용감한 형제의 스타일이 포함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소녀시대의 신곡 ‘소원을 말해봐’는 애당초 Gee와는 달리 소녀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트렌디한 스타일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녀들은 Gee 시절 보여준 잔상을 지우고자 강력한 팬덤층을 흡수했던 데뷔 시절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그녀들만의 스타일을 드러내길 원했고, 그 때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작업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다. 이는 대중적인 빅뱅의 음악에 견제 받으며 사장될 위기에 놓였던 소속사 선배 동방신기가, 도리어 자신들만의 굳건한 스타일을 지닌 곡 ‘주문 - 미로틱’을 통해 성공을 거둔 것과 마찬가지의 방법을 추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정 부분 곡의 중독성에 바탕을 둔 현재의 트렌드는 포기하더라도, 그룹이 가진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고 스타일의 새로운 지점을 보여줌으로서 여성 아이돌의 선두주자로 신뢰 받기 위한 결정에 패를 내던진 셈이다.

그러나 소녀시대의 이런 스타일의 추구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수준 이상의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감수는 했겠지만 신곡 소원을 말해봐는, Gee가 거둔 실적에 훨씬 아니 절반의 인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 중이고, 이트라이브가 무한도전을 통해 공개한 멤버 제시카의 프로젝트곡 냉면에게조차 밀리고 있다. 이는 소녀시대가 이번 앨범에 추구했던 스타일과 컨셉이 대중적인 소통과 선호에 있어서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팩트라 할 수 있다. 신뢰를 얻기 위해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점이 완전히 틀어진 방향으로 엇나가버린 셈이다.

그녀들은 이번 앨범에서 밀리터리룩을 자신들의 기본 스타일로 장착했다. 이는 그동안 2007년에 발표한 정규 1집 자켓 사진부터, 2009년 초에 발표한 gee 뮤직비디오까지 소녀시대를 줄곧 상징하던 인형 스타일을 벗어던진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나 초장부터 이 컨셉은 삐끄덕거리며 소음을 일으켰다. 일제와 나치 컨셉을 추종하는 듯한 문양 논쟁이 붉어졌고, 이 때문에 앨범이 발매되기도 전에 구설수와 더불어 표지 자켓을 바꾸는 촌극을 벌여야만 했다. 또 노래와 어울리지 않는 제복을 입으며 춤을 추는 소녀시대의 모습 또한 대중들의 이해나 동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노래도 퍼포먼스도 귀여움만 강조되던 Kissing You 시절이나 Gee 시절 보여주었던 단조로움보다 훨씬 나은데도, 겉으로 표현되는 잘못된 스타일이 소녀시대의 실패를 부추긴 것이다.

거기에 대중들의 싸늘한 무반응이 거듭되고 있음에도 소녀시대가 보여주고 있는 이런 스타일의 과잉화 작업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그녀들은 지난 음악중심에서 자신들의 해군 밀리러티룩 컨셉과 들어맞는 야외 옥상에서 스폐셜 무대를 가졌고, 또 인기가요에서는 군용 스타일 위장크림까지 얼굴에 바르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끝까지 대중들에게 외면 받고 비판 받는 스타일의 과잉화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명백하게 실패하고 있는 컨셉을 밀어붙이는 이런 소녀시대의 행동은 강단 있는 모습으로도 비춰졌지만, 한 편으로는 지나치게 느껴졌다. 포기해야 할 순간조차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마치 고집과 아집처럼 비춰진 것이다.

지금의 소녀시대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경쟁자들에게 밀리는 수모를 당하며 실패를 겪고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의 여성 아이돌을 대표하는 간판 그룹으로서 부족함이 없고, 지금의 아쉬운 실패 또한 충분히 반전시킬 능력을 갖춘 그룹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과도하게 스타일을 추구하며 무리한 고집과 트렌드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팬덤층이나 대중들의 이탈 혹은 외면이 장기화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소녀시대가 거둘 성공의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스타일에 함정에 빠져 지금처럼 좋은 퍼포먼스와 노래마저 묻히는 비극 또한 반복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부디 앞으로 소녀시대가 스타일과 트렌드의 중간 지점을 찾아내 지금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