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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미스코리아, 성을 판매하는 시상식인가

과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스타가 될 수 있는 훌륭한 등용문이자 산실의 장이었다. 실제 고현정, 김남주, 이승연, 오현경, 염정아를 비롯해 지금까지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활발히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중견급 여배우들은, 모두 8-90년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통해 스타가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고현정이나 염정아, 이승연과 같은 당대를 휩쓴 최고의 스타들이 당시 미스코리아 대회의 1등을 상징하는 진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내조의 여왕을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최고 여배우로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남주는, 미스코리아 대회 본선도 아닌 지역 예선 출신 이력만을 가지고 있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렸고, 지금도 그렇게 불리는 톱스타조차 무대 위에서 미끄러졌을 만큼, 당시의 미스코리아 대회는 엄청난 힘과 권위를 가진 최고의 무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미스코리아 대회는 90년대 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과 모양새가 빠져 있다. 200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오프닝 직전까지 대중들의 철저한 무관심에 시달렸고, 과거였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으로 불리고 있어야 할, 영예의 진 수상자인 김주리 또한 우습게도 경력이나 수상 결과가 아닌, 빅뱅 멤버인 지드래곤과의 친분으로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정도로 현재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과거 가지고 있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와 지를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는 대회로서의 권위는 없고, 그럴싸한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그렇다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이렇게 무너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대회수준을 질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주최 측의 책임과 참가자들의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컸다. 시대를 역행하는 미스코리아 선발 기준과 방식은 대회를 대중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발단이 되었고, 누드 파문이나 낙태 파문과 같은 수상자들의 연이은 구설수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가 수상자로 결정된 미스코리아 역사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거기에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일부 여성단체와 여성들의 대회에 대한 보이콧 의사와 반발은 이런 문제들을 더 부추기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여성의 성을 판매하는 대회라는 이유로 끝없이 대회의 폐지를 요구했고, 여성단체의 반발은 공중파에서 시상식 중계를 퇴출시키는 계기로 이어졌다. 공중파를 잃으며 자연스럽게 대회의 영향력과 힘은 수그러들었고, 미스코리아 대회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선발대회는 8-90년대처럼 스타가 되고 싶은 여성들 모두가 참여하는 장이 되지 못했다. 끝없이 불거진 대회의 자격시비와 논란, 그리고 뒤떨어지는 이들의 계속되는 미스코리아 선발 문제는 결국 몇몇 단체의 대회에 대한 훼방과 비난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정말 몇몇 여성단체들의 주장처럼 여성의 성을 판매하는 시상식일까. 여성 단체는 여성을 수영복만 입힌채 진열대 위에 올려다놓는 대회 선발 기준과 방식이 외모와 몸매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고, 이는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동안 미스코리아 대회가 지나치게 여성을 성적으로 상품화하는 전례나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부정적인 방법과 예시로 대회가 악용되었던 사례도 더럿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가 미인을 뽑는 선발대회 자체를 부정하고 없애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처럼 미인을 선정하는 이벤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나 이런 대회가 존재하고, 이들은 우리나라보다 더 크고 웅장한 방법으로 선발대회를 치루고 있다. 물론 그 곳에도 우리나라 여성단체처럼 이런 대회를 부정적인 시선과 성향으로 바라보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나라 일부 여성 단체처럼 앞장서서 선발대회의 일부 잘못된 부분들을 부풀려 왜곡하고, 부정적인 의견만 내놓지 않는다. 대회 자체의 잘못된 부분이나 부정적인 부분들을 지적해줌으로서 반대로 행사를 긍정적인 형태로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그냥 대회 자체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일부 여성들의 극단적인 주장이 판을 치고 있고, 중도나 타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의 이런 목소리는 일부 문화 산업과 가치관에 대한 탄압과 검열이 되어가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남녀평등이나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하려는 대회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보다는 여자가 미남을 좋아하고, 남자가 미녀를 좋아하는 보편적인 상식조차 차단하는 검열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성 단체들은 앞으로 어떤 비난과 방해를 하더라도 결국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대회를 무조건 반대하며 부정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대회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정말 지덕체를 갖춘 미인의 탄생을 기대하는 대중들의 숫자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탄압과 반대로 선발대회의 전체적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유발하기보다는, 조금 더 긍정적인 방법으로 중도의 지점으로 찾아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미스코리아 대회를 만들기 위한 타협이 필요하지 않을까.

몇몇 여성 단체들의 주장처럼 지금의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가 대중들의 무관심에 시달리며 기대 이하의 수준 낮은 시상식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현상을 만들어낸 공신이 여성 단체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고, 무조건적으로 미인을 선발하는 대회 자체를 부정하고 탄압하고 폐지해야 한다는 결과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부디 이 대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몇몇 이들의 시각이 화해의 지점으로 향해갈 수 있기를 바라고, 긍정적으로 이루어질 변화가 질적 저하로 대중들의 외면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는 미스코리아 대회 수준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