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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서태지는 정말 돈벌레 장사 대통령인가

나는 서태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중 예술계에 그가 끼친 영향력이나 힘이 중대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가 만들어내고 창조해낸 것들을 결코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여러 차례 있었던 그와 방송사간 편집권 다툼과 방송 출연을 놓고 벌인 기싸움에서도, 나는 그동안 줄곧 서태지의 편이나 입장에 있지 않았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서태지의 방식이나 태도를 결코 나 개인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서태지가 또다시 논란에 휩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논란은 오랜만에 발표한 그의 정규 앨범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새롭게 발표한 8집 수록곡 대부분이 이미 전에 발표했던 - 심지어 1년 전에 발표했던 - 곡들의 재탕이고, 정작 정규 앨범에 신곡은 없다는 것이 비난의 이유였다. 서태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새로운 곡으로 음반을 발표하지 않고, 과거 곡들을 믹싱해 음악을 내놓는 서태지를, 돈벌레에 장사 대통령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상업적인 속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에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몇몇 이들의 의견처럼 서태지 8집이 과거 발표한 곡들의 재탕에 불과한 질 낮은 음악인지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음악을 들어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에 새로이 발매된 그의 8집 음반을 구매했다.


그리고 나는 음악을 들으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결코 좋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구매한 음반이 아니었고, 사실 삐딱한 마음가짐 쪽에 더 치우친 상태에서 들은 음악이었음에도 곡이 끝나가고 트랙이 흘러나간다는 사실이 아깝고 안타까웠다. 환상적이었고, 완벽하다는 표현. 서태지 8집에는 도저히 그 외의 다른 평가가 불가능했다. 나도 모르게 음악을 들으며 절로 몇 번의 무릎을 쳤고, 감탄사를 연이어 쏟아냈다.

사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무지한, 막귀에 가까운 내가 서태지라는 인물이 추구하려는 음악적인 부분들을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음악이 전문가의 관점에서 어떤지는 몰라도, 나는 서태지의 음악에서 이 한 가지는 확실하게 느꼈다. 감동.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가, 또 가라앉게 만들었다가, 흥얼거리게 만들었다가, 결국에는 소리를 지르게 만드는 원초적인 감동. 서태지 8집은 단순한 언어유희나 평론으로는 쉽게 다가서기 힘든 그런, 그 어떤 감동을 마음껏 분출해내는 작품이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연예인 서태지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지 그의 8집에 새로운 음악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돈벌레로 지목하며 장사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는 이가 실제로 있다면, 정말 그런 주장을 펼치는 이의 무지함과 수준 낮은 행위를 기꺼이 비난할 수 있다. 이는 음악이 물량으로, 겉만 번지르르하고 새롭기만 한 형편없는 어떤 것으로 추구되는 현실에 대한 반감이기도 하다.

서태지는 반대로 이런 좋은 음악을 창조해내고 만들어낸 부분과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된 진짜 선배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 마땅히 표창장을 받아야 한다. 최근 가요계의 추세를 되돌아보면 모든 곡들이 너무나 간단하고 보편적으로 흘러가는 복제품과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적지 않다. 중독성 있는 몇 마디의 멜로디만 뽑아놓고, 수구기자와 수구언론을 이용해 블로거들의 공간까지 침입해 수준 낮고 구역질나는 행동을 해대며, 대중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은 내팽개친 가수와 소속사들. 자신의 음반 안에 있는 노래임에도 심지어 타이틀곡이 아니면 잊어버리고 따라 부르지도 못하는 무능력한 그들. 그들에게 서태지는 명반의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된 자신만의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그것만으로 서태지는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진짜 음악을 마주하는 성실함으로 자신에게 붙은 문화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부끄럽지 않게 만든 것이다.

물론 특정 뮤지션의 음악에 대해 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주관적이고 또 여러 가지다. 분명 서태지의 이번 음악을 별로라고 평가하는 대중도 있을 것이고, 그런 대중의 의견도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서태지의 음악이 재미없고 내 취향이 아닌 이유로 별로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가 돈벌레라고 불려야 할 이유나 근거는 없다. 그의 음악은 그 누구의 음악보다 성실했다. 기타에서 나는 소리 하나, 베이스에서 나는 소리 하나, 드럼에서 나는 소리 하나, 효과음과 음표가 만들어내는 소리 하나. 그 어떤 부분에서도 서태지의 음악에는 돈을 노리고 마구잡이로 음악을 만들어낸 흔적이 없었다. 흐트러짐 없는 서태지만의 스타일이 완벽하고 확고하게 묻어나 있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나는 서태지라는 연예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음악을 대하는 진실함과 성실함 그리고 감동을 만들어내기 위한 피와 눈물은 칭찬, 아니 격찬해줘야 함이 마땅히 옳다고 확신한다. 혹시 아직도 서태지가 돈벌레에 장사 대통령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부디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듣고 다시 한 번 판단하시길 권유하고 싶다. 음악을 좋아하는 취향은 달라도, 음악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감동은 같은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