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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동방신기의 진정한 안티, 카시오페아

지난 10월 12일 패밀리가 떴다의 게스트로 동방신기의 멤버인 시아준수와 유노윤호가 출연하였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그들의 출연이 확정되었을때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 그대로 흘러갔다. 초반부터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간까지 김수로의 동방신기 이름 외우기부터 시작해 유재석의 동방신기 띄어주기까지 게스트를 찬양하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시나리오가 계속 이어졌다. 그 덕분에 패밀리가 떴다는 평소 방영되던 것보다 훨씬 루즈하고 재미없는 1시간 20여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이돌, 예능 프로그램의 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예능을 보면서 가장 불쾌한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아이돌 스타의 예능 출연과 이어지는 고정 출연자 및 MC의 노골적인 띄어주기를 꼽는다. 이는 동방신기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이 아니라 다른 아이돌 스타들에게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아이돌 스타들은 특정 몇몇을 제외하고는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개인기를 발휘하지도 못하고, 적절한 캐릭터도 없으며, 토크를 던질 소재도 제공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한것은, 그럼에도 예능에는 가장 많이 게스트로 얼굴을 들이민다는 점이다. 동방신기가 출연하건 원더걸스가 출연하건 아이돌이 출연했을시 예상되는 진부하고 뻔한 삼류 시나리오는 구제할 수가 없을 정도로 늘상 똑같다. MC는 웃음을 줘야 할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돌을 마치 살아있는 신이 강림이라도 한 것처럼 한껏 띄어주고 그들을 받들며, 비교할만한 고정출연자가 있으면 아이돌과 비교해서 깎아내리는 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고정출연자들 또한 아이돌이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거만하게 행동하는 것에 아무런 제지를 하지 못하고, 웅크린 그 상태 그대로 그것을 지켜보고만 있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집착과 분노에 젖은 자들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한성주는 최근 동방신기의 팬클럽 카시오페아에 의해 자신의 미니홈피에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의 악플을 받는 황당한 일을 겪어야만 했다. 지난 10월 9일 해피투게더에 함께 출연한 동방신기의 멤버 영웅재웅과 우리 결혼했어요에 함께 출연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허나 그 상황은 누가 봐도 작가가 써준 대본에 의한 상황이었을 확률이 높았고, 대본에 의한 것이 아니었더라도 흔하게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기 위해 던진 애드리브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성과 판단력을 상실한 카시오페아의 구성원들은 단지 방송인 한성주가 흔하게 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던졌다는 이유로 그녀를 죽을 죄를 지은 범죄자로 묘사해 마녀사냥을 서슴치 않았다.

지난 2007년 SBS TV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했던 한 어린 소녀는 슈퍼주니어의 팬클럽 엘프에 의해 사실상 살해당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그녀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슈퍼주니어의 멤버 강인과 사진 한 장을 찍었는데, 이것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이를 슈퍼주니어의 팬들이 트집잡은 것이다. 그녀들은 집단으로 소녀의 홈페이지에 몰려가 쉴새없이 악플을 가했고, 소녀를 마녀로 묘사하며 심지어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결국 그녀는 이를 이기지 못하고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위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들은 정상적인 사람들끼리 모여 구성원을 이룬 집단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최진실, 유니, 정다빈을 자살로 몰고갔던 인격자체를 상실한 악플러들과 동급인 미치광이들에 더 가깝다.

아이돌은 예능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들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예능에 많이 출연하는 것은 방송사와 아이돌 그룹 소속사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스타적 가치가 높은 아이돌을 예능에 출연시켜 프로그램의 홍보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고, 소속사는 아이돌 스타를 예능에 출연시켜 발표한 음반의 적극적인 홍보를 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좋지 않은 이해관계가 계속될수록 예능 프로그램의 질적인 저하는 가속화되고 있다. 일반 드라마나 정통 토크쇼도 아닌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예능이 마치 홍보가 성행하는 돗자리 시장 분위기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함께 출연하는 MC와 고정출연자들은 혹시라도 악플에 시달릴까봐 두려워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를 보면 아쉬운 마음이 크다. 비이성적인 팬들 정확하게 말하면 팬을 가장한 진정한 안티들에게 묻혀 저평가되는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그들보다 더 불행한 것은 그들이 출연해 망가져가는 프로그램들이다. 이제는 정말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돌의 예능 출연은 예능의 질적 저하와 해악으로 이어진다. 언제까지 미치광이들이 두려워 예능 프로그램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패대기쳐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