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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대한민국 드라마, 사전제작만이 정답이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 역할로 오래간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하여 훌륭한 연기로 재조명받고 있던 배우 문근영이 드라마 촬영 중 상대 배우인 박신양의 실수로 인하여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이로 인하여 그녀는 골절된 코뼈 부위를 접합하는 수술을 했으며, 약 2주일간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그녀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던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제작 또한 차질을 입게 되어 당장 다음 주에 방영해야 할 바람의 화원 7회와 8회는 방영되지 않고 대신 스페셜로 대체된다.

한 주 방영할 분량조차 없는 잘못되고 낙후된 제작환경


과거 에릭, 한지민, 엄태웅 주연의 MBC 드라마 늑대 또한 배우들의 연기 도중 일어난 고통사고로 방영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바가 있다. 중단된 드라마는 현재까지도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드라마는 그렇게 씁쓸하게 종영되고 말았다. 벌써 3년이나 지난 과거의 사건이며 큰 교훈을 남긴 사건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환경은 2008년 현재에도 그때와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이다. 당시 드라마 늑대가 주연 배우들이 부상을 당하자 바로 그 주에 방영해야 했던 분량을 채우지 못해 드라마를 방영하지 못하는 일을 겪었던 것처럼, 바람의 화원 또한 주연인 문근영의 부상과 연이은 이탈로 인하여 바로 그 다음 주 분량을 방영하지 못하는 일을 겪은 것이다.

생방송으로 방영되는 대한민국 드라마?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 드라마는 미리 사전제작을 하지 못하고 그 주에 나오는 쪽대본에 의지하여, 가히 생방송처럼 방영되는 제작 형태를 선호할 수밖에 없을까?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드라마의 시청률과 상품성 때문이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완성상태가 아니라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마다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방영되는 드라마에 끝임없이 의견을 쏟아내고 있으며, 제작자들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시청률을 더 높이기 위해 스토리와 화면을 끝임없이 손본다. 5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 같은 경우는 작가가 생각하고 있던 결말이 언론을 통해 미리 공개되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자신들이 생각하던 결말이 나오지 않자 분노한 시청자들은 제작진과 작가를 향해 끝임없는 무언의 시위로 결말을 바꿀 것을 요구하였고, 결국 제작진과 작가는 이를 대부분 수용하고 말았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 드라마는 작품성과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성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지배력이 가장 큰 척도가 되고 있다.

처절한 실패를 겪은 사전제작 드라마


물론 이와 같은 잘못된 형태를 벗어나고자 사전제작을 시도했던 드라마들이 몇 존재하였다. 대한민국 최초의 사전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주진모, 박지윤 주연의 비천무는 전체 24부작이 2004년도에 모두 중국 현지에서 6개월간의 기간 끝에 사전제작되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상품성과 시청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은 시스템과 흥행에 의구심을 품은 방송사들은 사전 제작된 이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드라마는 무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창고에 박힌 채로 방영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8년 12부작으로 재편성되어 SBS에서 방영,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나 7-8% 내외에서 머무른 시청률은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만화가인 허영만씨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안재욱, 서지혜 주연의 드라마 사랑해 또한 미니시리즈 전 회가 전부 사전제작되어 SBS에서 방영되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 사랑해를 외면하였고, 결국 드라마는 처참한 실패를 겪고 말았다. 이후 제작사들은 사전제작 형태의 드라마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드라마 제작 현장은 더 타이트해지고 가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궁극적인 정답이 되어야 한다


아직도 한국의 드라마는 대부분이 재벌, 신데렐라 스토리, 삼각관계에 비중을 두고 단순하고 낡은 형태로 흘러가는 경향이 심한 편이다. 물론 이러한 형태를 벗어난 새롭고 신선한 형태의 드라마들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지만, 이러한 틀을 벗어난 드라마들은 시청률 부분에서 저조한 실적을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낡은 형식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시청률만을 의식한 드라마들과 이러한 드라마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자극적인 장면들은 한국 드라마의 장기적 미래를 갉아먹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리고 빠른 제작 환경 속에서 이러한 자극은 더욱 늘어나고 있고, 대중들은 자극에 내성이 생겨 더욱 강한 자극과 속도감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언젠가는 바로 잡혀야만 한다. 실패를 겪었음에도 사전제작 드라마가 앞으로 대한민국 드라마 제작 형태의 모범적인 미래상이 되어야하는 이유다. 지금과 같이 타이트하게 흘러가는 드라마 제작 형태가 계속될수록 제 2의 늑대, 바람의 화원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을 할 수 없으며, 드라마의 작품성 또한 급조된 대본과 우왕좌왕하는 의견들 속에 묻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명품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검증이 필요하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이러한 물음에 궁극적 해답이 될 수 있다.

좀 더 나아진 드라마 제작 환경을 기대한다


미국의 드라마 CSI, 로스트, 히어로즈,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며 언제까지 부러워만 해야 할까? 한국 드라마의 기술력과 각본,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이미 그 수준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훌륭하다. 하지만 그 기술력과 동떨어진 상황은 아직까지 80년대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한국의 드라마 제작진은 변화로 일어나게 될 자연스러운 성장통을 너무 두려워하고 있다.

당장 사전제작이 아니더라도 스탭들과 배우들이 좀 더 나아진 환경에서 제작하고 연기할 수 있도록 시청률이라는 단순한 숫자 지표를 떠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이 대한민국산 명품 드라마, 세계적인 드라마를 보고 만드는 첫 번째 발걸음을 디디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위의 제 글은 해럴드경제 홍동희 기자님의 기사를 읽고 평론 형식으로 적은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8/10/12/200810120118.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