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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구혜선, 허세와 겉멋에서 벗어나라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학 모임에 소설가로 등단해 지금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가 한 명 있다. 몇 달 전, 동인 모임에서 만난 선배는 구혜선의 소설 탱고를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평가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수준 이상으로 형편없는 작품이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연예인이라는 타이틀만 내걸고 출판시킬 수 있느냐. 글 솜씨는 있지만 조금 더 다듬고 배워서 책을 내도록 해야만 했다. 주위 사람들이나 출판사 관계자가 완전히 작품을 망치도록 부추긴 것 같다. 프로인 선배는 구혜선의 소설에 이런 평가를 내렸다.

최근 연이어지고 있는 구혜선의 행동과 인터뷰를 훑어보며 당시 선배가 했던 말들이 새삼 곰곰이 곱씹혔다. 그 덕분에 구혜선의 작품을 구입해 읽게 되었다. 그리고 작품의 책장을 절반 정도 넘기며 어리둥절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소설을 읽고 나서야 당시 선배가 했었던 그런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혜선은 다재다능한 것 같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언행이나 언론의 기사를 놓고 판단하면 그녀는 대단히 다재다능한 인재임이 틀림없다. 구혜선은 그동안 몇몇 언론이나 인터넷의 개인 공간을 통해 언제나 자신의 재능이 특별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연기, 미술, 글, 작곡, 영화까지 모든 것들을 다 섭렵하고 싶다고 말해왔고, 자신의 이런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소설 탱고를 직접 보니 그녀의 말이 모두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에게는 확실히 - 물론 글만 놓고 봐서 - 다재다능한 부분들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소설가 선배가 말했던 것처럼, 안타깝게도 그 재능이 완성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다재다능한 모습을 다듬어야 할 시간들이 앞으로 많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그녀가 이런 완성되지 않은 재능들을 너무 드러내 보였다는 점에 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겸손이지만, 그녀는 줄곧 이런 겸손함과 거리가 먼 태도를 유지해왔다. 본의였건 본의가 아니었든 몇 번의 잘못된 언행과 태도로 대중의 구설수 위에 오르기도 했고, 덕분에 비난도 샀다. 적극적인 표현으로 다재다능함을 상징하는 연예계 팔방미인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훈장과도 같은 아이콘의 정반대를 상징하는 부적절한 허세의 상징이 되버린 것이다.

물론 자기 스스로의 재능에 확신을 가지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구혜선의 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재능에 대한 감탄사가 완성되지 않은 현실에서 표출되는 만용으로 이어진다면, 분명 이는 곤란한 일이다. 자칫 이런 현상은 연기자 구혜선을 추락시킬 위험을 가지고 있다. 구혜선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그녀의 본업은 연기자라는 사실이다. 실제 그녀는 지금껏 배우로서 꽤 만족할만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젊은 나이에 연기력이 형편없다는 논란에 시달리며 작품에서 연달아 실패를 겪는 비운을 맛보기도 했으나, 여타 젊은배우들과는 달리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후속작품을 이어왔다. 그런 구혜선의 진보적이고 능동적인 발걸음은 지금 그녀의 성공을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녀는 앞으로 배우로서 성공해야 할 날들과, 성공할 수 있는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시점에서 여러 부분들에 어설프게 눈을 돌리는 일이 이어져 시간을 허비하거나, 잘못된 구설수와 언행으로 대중들의 입방아 위에 계속 오르게 된다면, 본업에도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재능이 있다면 이를 키워나가고 닦아나가는 것이 마땅하지만, 자칫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여러 재능에 몸을 내던졌다가 빠져든 구렁텅이 속에 그대로 묻힐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지금 구혜선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과 내적인 실력의 성장이다. 자신의 글쓰는 솜씨에 재능이 있다고 당장 장편 소설을 덜컥 발표한다든가, 그림 그리는 재능이 있다고 기자들을 불러 전시회를 여는 그런 행동들은 상당히 부적절한 짓이다. 그녀의 소설과 전시회를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그녀가 가진 다재다능함을 탐내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지금껏 그녀가 진짜 자신의 능력으로 제대로 키워온 배우로서의 커리어가 만들어낸 호기심의 발로에 불과하다. 또한 자신의 본래 재능을 앞세워 다른 재능까지 무임승차 시키려는 태도는 자칫 다른 재능을 죽이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실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농구 선수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모든 것들을 내던지고 야구 선수로 도전장을 내던졌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결국 녹록치 않은 결과만 낳았다. 농구선수로는 최고 중에 최고로 손꼽히며 대중들의 명성과 사랑을 모은 그였지만, 명성은 결코 야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구혜선 또한 지금과 같은 행동을 이어간다면 마찬가지의 결과가 도출될 것이 뻔하다. 그녀가 만약 연기자 아닌 다른 다재다능으로도 최고의 자리에 서고 싶다면, 연기자로서 쌓은 명성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이는 강호동이 씨름이라는 장르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으나 방송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며 모든 것을 배워나간 것과 같다. 다재다능함을 살리고 싶다면, 그녀도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내적인 만족과 허세 그리고 재능과 재능을 연계시킨 무임승차는 결코 소설가, 작곡가, 영화감독, 미술가 구혜선의 성공을 담보해줄 수 없다. 반대로 이런 모습들은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걷던 구혜선의 미래에 어둠만 가져다줄 위험이 크다. 앞서 말했듯 구혜선은 분명 다재다능하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겸손한 자세를 잃는다면, 그 다재다능함은 곧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재능 없이 노력해 성공을 거둔 이는 있어도, 재능만 갖추고 노력하지 않아서 성공한 이는 없다. 부디 구혜선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허세라는 유쾌하지 않은 꼬리표와 겉멋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