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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소녀시대, 원더걸스를 극복하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컴백 무대 위에 올라서기 전까지 소녀시대는 음반 표지 자켓 파문으로 일부 인터넷 여론으로부터 맹비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기대를 모으며 공개된 곡 ‘소원을 말해봐’ 또한 최근 트렌드와 보편으로 꼽히는 후크송과는 다른 형식의 귀나 입에 착 감기는 맛을 지니지 못한 곡이었다. 그런 이유로 컴백 무대를 갖는다는 소녀시대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녀들이 좋은 무대를 보여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나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실제 그녀들의 컴백 무대를 두 눈으로 지켜보며 뒷통수를 얻어맞은 충격에 머리가 얼얼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첫 번째 싱글 다시 만난 세계로 활동하던 당시 보여주었던 소녀시대의 독특한 매력과 포스가 무대 위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트렌드를 뒤따른 형식의 곡은 아니지만, 환상적인 퍼포먼스와 정형화 된 모습의 아이돌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가장 극대화된 완성도. 소녀시대의 새로운 싱글 타이틀곡 ‘소원을 말해봐’는 그녀들이 첫 등장했을 당시 보여주었던 그 느낌과 그 모습을 그대로 담은 노래였다.



소녀시대의 첫 등장 당시 가요계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져들었다. 데뷔 바로 직전까지 소속사의 상업적인 전략적 연습생 창고 방출이 아니냐는 안티들의 비판이 거셌으나, 무대 위에 그녀들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부터는 누구도 감히 입 밖으로 그런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넥스트의 보컬 신해철은 자신의 라디오에서 아이돌이 이렇게 완벽한 퍼포먼스와 군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고, 토이 유희열 또한 아이돌이면서도 획일적이지 않은 소녀시대의 음악 색깔에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데뷔 당시 소녀시대는 새롭게 쓰인 아이돌의 롤모델이자 신화였다. 획일적인 아이돌의 색깔과는 다른 자기만의 굳건한 철학을 가진 그룹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녀들은 같은 시기에 1집을 발표한 라이벌 원더걸스의 Tell Me에 하염없이 밀려나갔다. Tell Me가 국민적인 인기를 끌며 신드롬을 만드는 시간동안 소녀시대는 라이벌임에도 뒤떨어지는 2류 그룹으로 취급당하고 분류되어야 했다. 이유는 원더걸스의 Tell Me가 가요계의 트렌드로 주목받던 전형적인 후크 스타일 샘플링 곡인데 반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그런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는 상업적인 아이돌의 길을 걷는 소녀시대에게 계속 자신들만의 음악 색깔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원더걸스라는 벽과 현실이 팬들과 전문가들이 극찬하던 소녀시대만의 음악을 굴복시키고 두 손을 높이 치켜들며 ‘다시 만난 세계’를 버리는 이유가 된 것이다.

올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 Gee는 좋은 노래였다. 하지만 그 노래는 소녀시대가 데뷔 당시 가지고 있던 독특한 그녀들만의 색깔을 대변하는 곡은 아니었다. 심하게 말해 당시 Gee를 부르던 소녀시대는 원더걸스의 짝퉁. 그 자체였다. 당시 그녀들은 원더걸스가 거하게 차려놓은 후크송 상찬에 숟가락만 올려놓은 무임승차자나 다름없었다. 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그녀들이 일부 대중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가 적지 않았다. 성공했지만 원더걸스가 만든 트렌드를 뒤쫓아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과 자존심을 버렸다는 꼬리표가 끝없이 소녀시대의 숨통을 조이고 쫓아다닌 것이다.

그러나 소녀시대는 이번 노래와 무대로 드디어 원더걸스를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원더걸스가 추구하던 후크송이 아닌, 트렌드가 원하는 획일이 아닌, 보편을 원하는 복제가 아닌, 확고부동한 정상의 위치에서 다시 소녀시대가 가진 스타일과 음악을 되찾고 이를 대중들에게 멋지고 더 발전된 모습으로 선사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마땅히 소녀시대에게 격찬이 필요하다. Gee가 추구하던 후크 스타일 그대로 음악적인 복제를 거듭했다면 소녀시대에겐 아마 편안한 안락과 인기가 보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런 길을 택하지 않고 자신들이 추구하던 길을 다시금 되찾았다. 끝없이 자신들을 옭아매던 원더걸스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을 넘어서서, 그녀들을 뛰어넘기 위한 출발선 위에 자신들의 두 발들을 성큼 올려놓은 것이다.

물론 논란을 일으켰던 밀리터리룩 컨셉이 이번 노래에 꼭 필요했느냐는 타당성에 적절한 해답이 필요하고, 아직 가다듬어야 할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정상의 위치에 서서 모험과 도전을 선택한 그녀들 덕분에 다시 가요계에 새로운 그리고 긍정적인 방향의 태풍이 불어 닥칠 것을 생각하니 무척이나 즐겁다. ‘소원을 말해봐’를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던 완성형 아티스트 아이돌의 길을 다시금 걷는 소녀시대의 행보에 격찬과 박수를 마다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