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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이승기의 그랜드 슬램, 강호동의 힘

잔잔하지만 강력한 이승기 폭풍이 한바탕 연예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는 일요일 정상 예능 1박 2일의 멤버로서 여전히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고, 그 활약 덕분에 프로그램은 일요일 예능 최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시청률 30%를 웃도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또한 그는 최근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도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인공으로서 훌륭하고 능동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 초반 1박 2일의 허당 이미지와 다른 어설픈 나쁜 남자 컨셉으로 맹렬한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회가 거듭할수록 일취월장하는 능숙한 감정처리신과 캐릭터 이해능력으로 그는 시청자들을 연일 놀라운 감탄사로 이끌어내고 있다. 이승기의 이런 능수능란함 덕분에 드라마 찬란한 유산 또한 최근 초대박 드라마를 상징하는 30%의 시청률 수치를 돌파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까지만해도 충분히 대단한 이승기 열풍은 그치지 않으며 가요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가 1년 만에 발표한 가수로서의 컴백곡인 디지털 싱글 결혼해줄래는 출시되자마자 각 주요 음원사이트의 상위차트를 휩쓸고 있다. 거대 팬덤층을 거느린 아이돌 그룹의 힘과 파괴력이 사실상 시장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현재 가요계의 트렌드마저 보기 좋게 비웃으며 그가 새로운 열풍을 창조해내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가요, 버라이어티, 드라마까지 종횡무진하고 있는 지금의 이승기는 데뷔 이후 가장 확실한 실적으로 무서운 존재감을 드러내며 연예계에 자신의 전성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전성기를 맞이하기 직전까지 이승기에 대해 비판 여론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도 쉬운 발걸음을 내딛으며 마치 프로그램에 묻어가려는 것처럼 보였던 이승기의 태도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특히 그의 브랜드 자체가 누나들의 판타지나 로망 혹은 1박 2일 속의 허당 이미지로만 국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심 불만스러웠다. 그러나 이승기는 이런 일각의 평가나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관점이 대단히 잘못된 것이었음을 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다른 실력과 능력의 발현뿐만 아니라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까지 더불어 보여주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는 비판 여론과 의견을 보기 좋게 극복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승기의 성공과 무서운 성장에는 1박 2일과 강호동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이승기가 처음 1박 2일에 출연한다고 했을 당시 긍정적인 의견보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이승기 입장에서도 과연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일이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작진이나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전문 예능인이 아닌 가수 이승기. 그것도 젊고 멋진 이미지로 국한되어 있는 그가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줄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그를 불안요소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1박 2일의 메인 진행자 강호동은 이런 불확실함을 없애버리고 이승기에게 새로운 턴포인트의 지점을 선사했다. 이승기라는 인물이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친근하고 수더분한 강호동은 그 누구보다 당하는 리액션에 강하다.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든 패떴에서든 진행자 위치에 더 가까운 곳에서, 정리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모습으로 빛이 난다면, 리얼 버라이어티 속의 강호동은 이와 달리 한 발자국 뒤에 서서 관망하고 모든 상황을 파악한 뒤 자신의 몸을 개그의 도구로 내던지길 좋아한다. 이런 강호동의 희생이 깃든 리더쉽은 곧 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진행자로서 다소 강한 말투나 스타일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는 가장 약한 곳을 향하고 주변 캐릭터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건방진도사 유세윤이 유독 무릎팍도사 안에서 빛날 수 있는 이유도 자신을 기꺼이 멍청한 돼지로 내던지는 강호동의 특별한 리액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승기 또한 1박 2일 안에서 이와 마찬가지의 혜택을 입었다. 덕분에 자신에게 새로운 색깔도 덧씌울 수 있었다.


1박 2일 출연 이전까지 이승기는 특별한 이미지나 컨셉으로 예능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귀공자나 착한 동생의 이미지에 깊이 함몰되어 있었다. 이는 이승기라는 연예인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자칫 그를 지루하고 따분한 모습으로만 전락시킬 위험이 컸다. 그러나 강호동은 1박 2일 내에서의 이승기의 위치를 관망하고 종합한 뒤 특별한 방식으로 이승기라는 특정 캐릭터에 접근해 몸을 내던지며 그와 얽히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승기의 손을 잡고, 뽀뽀하고, 그를 껴안기도 하다가 가끔 지옥으로 내몰면서도 애정 섞인 시선을 잃지 않은 강호동은 그만큼 이승기를 하나의 캐릭터로서 어떻게든 살리려 애썼다. 이승기의 현재를 더 긍정적인 미래로 바꾸기 위해 그에게 끝없는 자극을 주고 변화의 원동력을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승기는 이런 강호동의 특별한 리액션과 색깔을 찾아주려는 각고의 노력 덕분에 1박 2일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능동적인 형태로 방송을 익히며 성장할 수 있었다. 1박 2일이라는 예능은 이승기에게 차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토대를 제공했고, 강호동은 허당이면서도 남자조차 열광할 수 있는 이승기의 새로운 캐릭터를 특별한 리액션으로 살려주며 그를 친근한 아이콘으로 성장시켰다. 즉 이승기의 지금과 같은 그랜드 슬램은 강호동이라는 능력자의 힘이 컸던 것이다.

이승기는 이처럼 1박 2일을 타고 그리고 그 1박 2일 속에서 강호동이라는 대운을 타고 지금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대운을 얻었더라도 피나는 그의 노력과 성실 그리고 변화하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그가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연예계를 한 손에 쥐고 흔드는 파급을 쥐는 위치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이승기는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에 있고, 아마도 그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욱 무섭고 무궁무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에 들어서는 이승기는 정상의 자리에 선 지금 시점에도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자신을 더 뛰어넘는 가능성을 대중에게 선사하고 있다. 또한 실력과 가능성 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을 품을 수 있는 친근하고 성실하고 바른 이미지까지 갖추고 있다. 예능을 토대로 그리고 탑MC의 도움을 토대로 전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선 이승기가 가진 상징과 의미가 앞으로도 결코 적지 않은 이유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이승기의 가능성은 그만큼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 제목처럼 찬란하다. 마치 완성형 괴물 MC로 거듭난 강호동처럼 이승기도 그렇게 연예계의 팔색조 괴물로 거듭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