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뷰라의 연예스토리

무개념 CF의 희생양, 이민정이 아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자신들의 인지도와 인기를 가장 높이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이들은 단연 타이틀롤을 맡은 F4 멤버들이다.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을 맡은 이민호, 김현중, 김범은 모두 손으로 세기 어려울 정도의 CF를 찍으며 남성 배우들을 대표하는 차세대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그들에 비해 다소 비중이 적었던 김준 또한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애니콜 햅틱의 광고 모델로 기용되어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성공의 관점을 꽃남의 여자 출연진으로 옮겨, 그 중 인지도와 인기를 가장 끌어올린 이를 꼽는다면 누굴 선택해야만 할까. 단연 CF 개수로만 따진다면 이민정이 첫 손에 꼽히게 될 것이다. 그녀는 주인공인 구혜선과 극에서 그 다음 비중을 맡았던 김소은 두 사람의 꽃남 이후 찍은 CF 개수를 합하고도 이를 훌쩍 넘길 정도로 많은 CF를 섭렵했고, 실제 꽃보다 남자 이후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CF퀸으로 등극했다.

출연한 CF의 장르 또한 다양했다. 톱스타 장동건 비의 바통을 이어받은 통신사 메인 광고 모델부터,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휴대폰 광고와 몇 개의 지면, 의류 광고까지 섭렵했다. 상대적으로 톱스타급 연예인들에 비해 적은 수준의 광고료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외모와 단아한 이미지를 갖춘데다가 꽃남에서 만들어진 당찬 이미지까지 합쳐지며, 모든 대중을 만족시킬 팔색조 이미지를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승승장구하며 차세대 CF퀸으로 거듭나던 이민정은 최근 엄청나게 큰 암초에 부딪치고 말았다. 얼마 전부터 방영이 시작된 모 회사의 포인트 광고가 네티즌 사이에서 문제시되며 순식간에 대중들의 구설수와 비난의 도마 위에 올라선 것이다.

철저한 이미지 메이킹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몇 초간 방영되는 CF로 연예인이 구설수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이번 모 회사의 포인트 광고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터부시되고 극렬한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군대에 관련한 주제를 마케팅의 공격적 타켓으로 삼는 실수를 저질렀다. 전문가들조차 거론하기 꺼려하는 사회적인 뇌관을 제대로 그것도 장난스럽게 건드린 것이다. 군 입대 영장을 받은 남성을 마치 여성들이 단체로 조롱하는 제스처를 찍어 보여준 이 CF는, 실제 국방의 의무와 떼낼래야 떼낼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대다수의 남성들을 상품의 적으로 돌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래서 이 말도 안되는 뇌관을 함께 건드린 배우 이민정도 욕을 먹고 있다. 그런데 일부 팬들과 대중들은 그녀가 비난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배우에 불과한 그녀가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 의견이 옳을까. 
이 CF는 제작한 회사와 감독 그리고 이런 콘티와 아이디어를 내놓은 이가 속된 말로 개념이 없어서 벌인 짓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길이 남을 걸작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걸작 덕분에 벌써부터 잘 되라고 광고했던 상품에 대해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그런데 차세대 CF 퀸으로 불리던 이 걸작의 주인공 이민정은 아무 책임이 없단다.

광고 내용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지금 이민정의 개인 홈페이지를 찾아가 거의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분노와 저주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물론 악성 댓글과 욕설을 남기는 그런 비인격적인 인간쓰레기들의 행동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고,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러나 그들의 잘못된 행동과는 다르게 정당한 비판은 확실하게 필요하다. 그들이 이민정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는 CF 속에서 상품의 이미지를 상징했던 이민정 또한 이 잘못된 촌극의 가해자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녀가 말 그대로 차세대 CF 퀸으로 거듭나는 중이었기에 겪는 시련이기도 하다.

CF는 연예인이 돈을 받고 이미지를 기업에게 양도하는 행위다. 이민정은 자신의 초상권을 CF에 판매한 것이고, 이 작품을 연기함으로서 금전적인 이득을 얻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 촌극의 직접적인 가해자였다. 감독과 제작자에게 가한 생각 없다는 비난의 기준을 이민정에게 더 혹독한 잣대로 가할 수 있는 이유다. CF 퀸으로 거듭나면서도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어떤 후폭풍을 불러일으킬지 연기자로서 연예인으로서 깊은 생각이나 개인적인 판단이 없었다면 비난 받을 여지는 충분하다. 예를 들어 과거 위안부 누드 파문이 있을 당시 이승연은 기획자도 아니었고, 사진을 찍은 당사자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엄청난 사회적인 비난을 받았고 마땅히 그런 비난을 또 감수했다. 그건 이승연이라는 개인이 돈이건 의지때문이건 어쨌든 스스로가 결정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진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민정에게도 몰랐으니까 생각이 없었으니까 다 용서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통용될 수 없고, 그녀에게 엄격한 도덕적 기준과 비판이 제작자와 동일선상에서 적용될 수밖에 없다.

세세히 뜯어보면 이 파문은 쉽게 넘길만한 사건이 아닌 씁쓸한 사건이다. 남성에 대한 존중이 전무한 상태에서 국방의 의무라는 개념 자체를 마치 장난처럼 취급한 방송과 기업의 태도도 문제고, 마치 마네킹처럼 생각 없이 금전적 이득에만 몸을 싣고 행동하는 CF 스타들의 잘못된 태도가 드러난 예시이기도 하다. 돈만 주면 고액의 고리 사채 광고에도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씁쓸한 행동이 비난 받는 것과 같다. 향후 이와 같이 대중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개념 CF가 반복 제작되고, 배우가 생각없이 덥썩 이를 물어버리는 일이 결단코 다시 일어나선 안될 것이다. 기업도 모델 이민정도 이 CF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이 무개념 CF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는 진짜 순식간에 장난감으로 취급되어버린 대중들, 정확하게 말하면 바보 취급당한 군필 남성들이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은 좀 더 지적으로 행동하며 높은 도덕적인 기준과 잣대를 적용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 부디 이번 경험이 차세대 CF 퀸 이민정에게 그리고 다른 CF 스타들에게도 연달아 범하는 실수를 방지하는 쓰디쓴 약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