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뷰라의 연예스토리

지진희, 김명민을 제압해야 한다

상반기 최고 히트작 꽃보다 남자에 이어 또 하나의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이 국내 시청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아베 히로시가 주연을 맡아 일본에서 방영되었을 당시 각종 시상식들의 모든 상을 휩쓸었던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이하 결못남)의 한국 리메이크판이 방영을 시작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 결못남은 일본 현지에서 꽃보다 남자급 아니 그 이상의 폭발적인 인기와 후폭풍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특히 일본판 결못남의 주인공 쿠와노 신스케역을 맡은 아베 히로시는 훌륭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표현의 완벽한 연기력으로 일본에서 그 해 가장 주목받는 스타가 되었다. 드라마 제목 그대로 나이 사십 되도록 까칠하고 괴팍한 성격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 중년의 찌질남을, 그는 가장 완벽하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다시금 재창조해냈다. 사실 결못남은 일본에서 방영 당시 히트 드라마가 되기에 부족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작품이었다. 막장 스토리나 자극적인 각본이 아닌 잔잔하고 조용한 방식으로 흘러가는 작품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매력 없는 작품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그만큼 높았다. 그러나 주인공 아베 히로시는 오로지 자신의 캐릭터를 훌륭한 연기력으로 새롭게 써내며 드라마를 매력적인 방식으로 끌어올렸고 큰 성공까지 더불어 이끌어냈다. 사실상 결못남은 아베 히로시가 창조해낸 히트작이었고, 그의 매력이 완성지은 작품이었던 셈이다.


그렇기에 처음 결못남의 한국판 리메이크 소식이 들려왔을 당시 가장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결정은 주인공 캐스팅이었다. 그만큼 과연 누가 아베 히로시를 대신해 한국의 ‘결혼 못하는 남자’를 연기하느냐는 사실은 이 드라마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캐스팅 소식을 기대했던 이들 모두 주인공으로 지진희가 최종낙점되었다는 소식에는 실망스러운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국내 작품에서 주로 선굵은 연기를 보여준 지진희의 이미지가 일본판 결못남의 아베 히로시와는 도저히 매치되지 않는 부분들로만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발걸음을 막 뗀 지진희의 한국판 결못남은 시청자들이 우려했던 부분들을 아쉽게도 다소 많이 노출한 상태에서 첫 방송을 마쳤다.

물론 지진희의 연기가 형편없다고 매도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또 대체로 캐릭터 그 자체를 살려내는 모습만으로는 충분히 훌륭하다는 평가가 가능한 수준의 안정감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연기가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존재했다. 또한 찌질한 표정연기를 작렬하는 모습도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서 이미 보여준 모습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장면들이 더럿 있었다. 게다가 드라마 내용 자체가 이미 일본판에서 보여준 대사와 장면들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일본판 주인공인 아베 히로시와 비교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노력은 엿보였지만 특유의 선굵은 외모와 목소리가 아베 히로시와 같으면서도 부자연스러움이 겹쳐지며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앞으로 이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인공 지진희가 이런 약점들을 극복해내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 지진희는 이 드라마를 연기하는 내내 제압해야 할 목표점이자 타켓을 김명민으로 택하고 조준하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지금 지진희는 원작 배우가 연기해낸 캐릭터의 모습을 뛰어넘고 새로운 부분들을 창조해내야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김명민은 일본 드라마가 원작인 리메이크판 하얀거탑으로 원작 배우의 모습을 되려 뛰어넘음과 동시에, 캐릭터를 더 능동적인 모습으로 창조해내며 온전히 자신만의 장준혁을 만들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김명민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배우로서 캐릭터를 꼼꼼하게 챙긴 디테일의 추구에 있었다. 손동작 발동작 하나하나 챙기며 온전히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해내려는 노력과 열정이 새로운 자신을 연이어 탄생시킨 것이다. 이는 지금 현재 시점에서 한국판 결못남의 새로운 조재희를 창조해내야 하는 지진희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지진희가 김명민을 제압하기 위해 발걸음을 새롭게 내딛어야 할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결못남이 성공하느냐 아니면 실패하느냐 여부는 앞서 말했듯 주인공 지진희가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이다. 일본판 원작에 비해 엄정화나 김소은이 연기한 여자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더불어 러브 라인의 비중이나 설정이 한국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에 걸맞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결국 결못남이 말하고자하는 핵심은 지진희가 맡은 조재희 캐릭터다. 만약에 지진희가 40대의 까칠하고도 찌질하지만 한 편으로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조재희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다면, 결못남은 지속적인 상승바람을 타고 있는 선덕여왕을 넘어서지 못하고 침몰할 것이다.

이번 드라마는 여러모로 지진희에게 큰 위기가 될 위험성이 높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찬스가 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까칠하지만 이면에 순수한 매력을 지닌 남자 캐릭터는 지난해 베토벤 바이러스와 강마에 그리고 김명민 열풍으로 충분히 여성들에게 어필이 가능함을 증명시켰다. 그동안 그럭저럭 무색무취한 작품에 묻어가는 형식으로 스타임에도 존재감 없이 세월을 흘려내보야했던 지진희에게 연기 커리어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하나 만들어내고 창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되든 이제 결못남은 대중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하는 시작점에 섰다. 과연 이 드라마가 일드 특유의 캐릭터 게임을 뛰어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꽃보다 남자의 대박 이후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일드 리메이크 열풍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또 지진희가 아베 히로시와 김명민의 캐릭터 메이킹 능력을 뛰어넘고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두 하나 같이 궁금하면서도 기대되는 내용들 뿐이다. 지진희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진짜 그의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