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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이하나, 허세와 난잡함에 오염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 새 미니시리즈 트리플이 드디어 뚜껑을 열어제꼈다. 시작 전부터 김연아와 연관된 좋지 않은 구설수들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 드라마는, 역시나 많은 시청자들이 내심 우려했던 단점들을 첫 회와 이어진 두 번째 회에 연이어 그대로 노출했다. 사실 첫주 방송만으로 드라마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르고 성급하며 또 경솔한 행동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도저히 강한 어조의 잣대와 비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유는 이전에 늘 같은 논조의 톤으로 꽃보다 남자를 강하게 비판했던 이유와 동일하다. 극한 막장과 뒤섞인 허세. 판타지의 이면만 들춰내며 캐릭터들을 바보로 만드는 말도 되지 않는 스토리. 게다가 이런 모습들을 시청자들에게 억지로 강요하고 주입하는 모습들까지. 고루 갖춰진 이 드라마의 막장스러운 총집합은 눈살을 절로 찌뿌려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만큼 트리플은 형편없었다. 단 두 단어로 모든 드라마적인 정리가 가능한 작품이었다. 허세. 난잡함. 이 외에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들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냥 옹기종기 얽힌 난잡함에 쿨한 설정만 대충 넣어놓고 혼자 뿌듯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가. 그런 난잡함을 정리하기보다 어떻게든 덧칠하며 캐릭터들을 모두 비정상인 외계인으로 만들어내버린 PD. 본인들에게 어울리는 연기를 하는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지 아니면 그냥 자포자기하고 다 포기하려는지 알 수가 없어 아리송했던 배우들의 모습까지. 이 부적절한 삼박자의 조화는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숨가쁘게 차오르는 불만스러움을 머리꼭대기까지 인도하며 박차오르도록 만들었다.


물론 드라마가 어떤 턴포인트 지점을 돌아가느냐에 따라 극이 변화하게 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와 그 드라마 속에서 표출되고 보여지는 캐릭터는 전혀 다르다. 이미 보여주고 만들어진 굳건한 배경을 바탕으로 흘러가는 캐릭터는 사실상 첫 등장에 고개가 내저어지면 게임이 끝난다. 그런데 트리플은 사실상 첫 주부터 게임 오버 상태에 놓인 캐릭터가 하나 등장했다. 이는 이하나가 연기 중인 피겨스케이팅 코치이자 주인공 신활의 전부인으로 등장한 최수인이다.

트리플 속 이하나가 맡은 최수인 캐릭터는 그만큼 눈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의 엽기스러움을 대변하고 있었다. 결혼한 상태에서 전 남자를 찾아가 잠자리를 가진 뒤 그 사실을 현재 남편에게 고백하는 캐릭터라니. 이건 정말 아닌 수준을 넘어서는 경악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결국 그 이유 때문에 이혼한 전 남편을 다시 찾아와 시작하자고 애원하며 곁을 서성거리기하니, 이건 도대체 쿨한 건지 여성스러운건지 멍청한건지 알 수가 없었다. 캐릭터가 이상하더라도 최소한 자기만의 어떤 색깔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최수인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미국 뉴욕 어느 이름 모를 동네에서나 가능할법한 캐릭터가 등장해 한국 시청자들에게 하이 헬로우를 외치는 것만 같았다. 해답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우습게도 지금 트리플의 작가와 PD의 전작인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도 지금의 최수인과 동등한 모습의 캐릭터가 있었다. 비록 드라마의 빅히트 때문에 크게 지적받지는 않은 문제였으나, 당시 채정안이 맡았던 한유주 역은 끝임없는 낚시질과 뚜렷한 이유 없이 여러 남자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속칭 어장을 관리하는 모습으로 캐릭터가 가진 성격 자체가 싸이코에 가까운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맹비난을 샀었다. 그런데 그 당시 지적되었던 사항들은 놀랍게도 토시하나 틀려지지 않은채 그대로 트리플의 최수인에게 이어졌다. 허세와 난잡함의 히스토리가 대사서시마냥 캐릭터로 옮겨져 계속 쓰여지고 있는 셈이다. 트리플이 만약에 커피프린스 1호점만큼의 빅히트를 기록하지 못한다면? 아마 과거 최수인 뿐만 아니라 그녀를 그대로 본뜬 한유주의 역사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비난들이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트리플은 여러모로 배우로서 거듭나길 원하는 이하나의 커리어에 심각한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다분할 것 같다. 그녀가 주연급 인지도를 가지고도 조연작 트리플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 틀에 박힌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드라마 연애시대로 데뷔한 직후부터 영화 식객과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에 이르기까지 주로 4차원적이고 톡톡 튀는 캐릭터를 연기해오며 드라마의 질적인 성공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런 캐릭터들 속에 함몰되며 연기자로서 다양함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일각의 비판과 약점 또한 떠안아야만 했다.

그렇기에 아마 그녀는 여성스럽지만 쿨하고 당찬 트리플의 최수인을 연기하며 자신의 과거를 벗겨내고 새로운 지점의 스펙트럼을 바라보려는 계획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김지수의 포스에 밀려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태양의 여자와 비슷하게 그녀 개인에게 실패작이 될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아보인다. 전작이 상대에게 눌렸다면 이번 작품은 막장스러운 설정과 이리저리 튀는 캐릭터에 눌릴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황당한 모습과 설정이 뒤섞인 캐릭터의 늪에 빠져들며 이하나가 되려 배우로서 뒷걸음질을 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색함으로 일관하다가 조용히 막을 내려야했던 페퍼민트의 6개월 시기까지 합치면 지금은 그녀에게 분명한 시련의 시기다. 그런데 트리플이라는 드라마와 캐릭터가 가진 허세와 난잡함까지 그녀를 오염시킨다면, 어떤 끔찍한 결과가 있을지 생각해보니 참 유쾌하지 못하다. 부디 트리플이 특유의 쿨한 척 하는 허세와 카메라빨로 모든 것을 뒤덮으려는 오만한 현실에 기대며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들을 뒤섞어놓은 스토리를 조금이라도 개선된 쪽으로 보내주기를 기원한다. 그래야 대중들도 이 드라마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배우 이하나도 이 작품의 허세와 난잡함에 오염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