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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김제동, 화려한 부활을 믿는다

사실 지금 김제동은 대단히 곤란한 위치에 있다. 그는 한 집단으로부터 소신있고 바람직한 길을 걷고 있는 선구자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실상 그 집단을 반대하는 다른 집단이 바라보는 그에 대한 시선은 이와 판이하게 다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보복을 가해 다시는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묻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는 공인이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는 것을 마치 잘못된 것처럼 여기고 증오하는 다수 대한민국 대중들의 뇌리에 뿌리깊게 자리 잡힌 사상 때문이다. 이 나라는 다수 대중들을 상대로 서비스 업을 꾸려나가는 연예인들이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기가 어려운 곳이다. 공개적으로 서로 다른 정치집단을 지지했던 심현섭과 윤도현은 공교롭게도 지지하던 집단과 반대하던 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불이익을 당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까지 이 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버라이어티 진행자가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색깔과 특정 정당 지지의사를 드러내며 활동했던 경우는 전무했다. 이경규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어느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유세를 따라다녔지만, 이에 그쳤을뿐 어느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 대중에게 웃음을 제공해야 하는 그들은 자신의 얼굴에 정치적인 색깔이 씌워지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와 같은 행동이 그들에게 개인적인 불이익으로 연이어진 전례 때문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매주 광대의 모습으로 폭넓게 시청자층을 맞이해야하는 버라이어티 진행자 입장에서 정치적인 행동은 그만큼 일종의 방송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게다가 김제동은 공교롭게도 개인적으로도 방송 생활 이후에 맞이한 최악의 시기에 정치적인 소용돌이 안에 휩쓸려가고 있다. 최근 그는 자신의 본업인 방송계통에서 전례없는 추락의 칼 끝 위에 서서 위태위태한 나날들을 보내왔다. 과거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잃고 표류하며 최악의 나날만 연속하며 모든 프로그램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를 스타이자 진행자로서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던 야심만만에서, 그는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쫓겨나듯 하차해야만 했다. 스타 골든벨, 환상의 짝꿍을 비롯한 그만의 터줏대감 프로그램에서도 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비판받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그를 퇴물로 취급하는 평가도 심심찮았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버라이어티 MC로서 날개 없는 추락을 맞이하고 있던 김제동은 이제 정치적인 색깔까지 공개적으로 가지게 되었으니 더더욱 바닥 밑으로 떨어질까. 일반적인 추론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를 정반대의 지점과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김제동에게 이번 행보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고, 지적되던 자신의 약점들을 소멸하는 반전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근거에는 김제동이라는 인물이 그동안 겪었던 문제점과 약점들이 이번 행보로 속시원하게 씻겨나갔다는 사실에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김제동이라는 예능인에게 큰 불만을 느껴왔다. 그 불만의 이면에는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안전한 길만 걸으려하는 김제동의 폐쇄적인 모습이 있었다. 데뷔와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당시의 김제동은, 시원한 언변과 태도 그리고 대중을 휘어잡는 자신의 매력을 주특기로 내세우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잃고 점점 표류하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시원하게 말하지 못했고, 머뭇머뭇거리며 정체의 도돌이표만 반복하는 경우가 잦았다. 말해야 하고, 의견을 내놓아야 하는 순간에도 입을 닫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일부에서 찬사 일색이었던 백분 토론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도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토론 프로그램은 말하는 장소이고, 그는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말이 아닌 두 집단간의 전쟁속 어설픈 중간 위치에만 자꾸 서려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이처럼 목적 없이 표류하며 소심하고, 조심스럽고 안전한 길을 걸으려하는 김제동의 모습은, 마치 예능인 김제동의 몰락을 상징하는 것만 같아 종극에는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의 김제동은 다르다. 예전의 물도 아닌, 불도 아닌 우유부단함을 완연하게 벗어던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인 색깔론 논쟁의 위험성에 휩쓸리며 개인적인 불이익에 시달릴 가능성이 다분했음에도 故 노무현 대통령을 애도하는 글을 남겼고, 동시에 그가 떠나는 노제에 사회자로서 참여하는 결단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절대적인 판단은 결코 불가능하지만, 김제동은 자신의 존재와 가치관을 어설픈 중간 지점이 아닌 하나의 지점에서 대중들 앞에 그대로 선보였다. 데뷔 당시 보여주었던 시원시원한 김제동만의 목소리를 대중들 앞에 소리 높여 외친 셈이다.

사실 감성적인 차원에서 예능인 김제동을 향해 접근하는 것은 그에게도 그닥 도움이 되는 결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김제동이라는 예능인에게 최근까지 실망했던 역사가 더 길었기에 그를 지켜보며 앞으로도 변화해가는 모습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는 다른 의미에서 용기 있게 자신의 몫을 감당해내는 김제동이라는 예능인이, 지금의 용기만 잃지 않는다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할 것을 확신한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용기를 냈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부디 그가 그 누구처럼 정치보복의 희생양이 되는 일이 결코 없기를 바라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브라운관 안에서 능동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는 김제동의 매력을 한껏 발휘해주기를 바란다. 그의 화려한 부활은 이제 시작점에 섰다. 마스터피스의 경지에 섰던 김제동, 그의 화려한 부활을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