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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골미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계를 노출하다

골미다가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멤버 예지원의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하차 결정과 더불어 무난하게 흐르던 프로그램의 지지대가 무너지며 내우외환이 겹치고 있다. 표면상 예지원의 프로그램 하차는 과도한 스케쥴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하차 소식을 받아들이고 있는 네티즌들은 이와 같은 표면적인 이야기들을 믿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예지원이 골미다를 떠나는 이유가 멤버들의 의도적인 따돌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에 임하는 예지원을 멤버들이 외면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실제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상만으로 예지원이 정말 따돌림을 당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었던 불화설과 현실이 된 하차 그리고 영상 증거까지 공교롭게 맞물리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실제 어제 오늘 각 대형 커뮤니티는 예지원의 골미다 하차에 대한 반응들과 후폭풍으로 대단히 시끄럽고 뜨겁다. 그동안 어색해보였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이야기부터, 어떻게 함께하는 동료를 따돌림시킬 수 있느냐는 주장과 더불어, 이제는 왕따를 주도했다는 몇 멤버들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그녀들을 방송에서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일단 앞서 말한것처럼 멤버들이 예지원을 따돌림 시켰다는 주장에는 상당부분 팩트와 진실에 근거하고 있는 내용들이 많다. 그렇기에 골미다 멤버들이 예지원을 따돌림 시킨 것으로 오해받고 있는 - 혹은 실제 따돌림 시켰던 - 골미다 멤버들의 반성은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네티즌들에게 보여진 부분들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고 드러난 내용들을 토대로 그녀들의 행동을 비평하고 평가할 수 있는 권리가 존재한다. 오해였더라도 오해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낸 실수만으로도, 그녀들이 비판받아야 할 당위성은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모든 과오를 오직 골미다 멤버들의 잘못으로만 전가해 그녀들을 거세게 비난하는 것도 결코 옳은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런 상황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계와 함정의 늪이 그만큼 깊었다는 이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골미다 또한 그런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결국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네티즌들이 제기한것처럼 따돌림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지원이 여타 골미다 멤버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지 못한 것은, 그동안 꾸준하게 이 방송을 시청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만한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사실성만을 강조하며 골미다 멤버들간의 관계를 너무나도 자의적인 방법으로 억지 해석시켰다. 이는 골미다의 라이벌인 우결이 인기를 끈 원동력이자, 또한 추락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억지스러운 인간관계의 설정과도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우리는 잘 맞는 사람과 친하고, 그러지 못한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둔다. 심지어 인터넷에서도 그러하다. 골미다 멤버들 또한 시작은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처음부터 그런 자연스러운 과정들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선보일 수 없었다. 결국 그것이 지금의 오해와 파장을 불러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불미스러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문제의 이면에는 제작진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그들이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지난 패떴 대본 논쟁에서도 알 수 있듯, 대중들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선호하면서도 '리얼'이라는 명칭에 강한 도덕적인 기준과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 붐이 일어나고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성공적으로 완성해내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나하나 따져가며 진짜처럼 보이게 조립하는 그 과정이 제작진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골미다 제작진은 이 점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리얼’은 해야하는데, 그 ‘리얼’에 어느 정도의 ‘가짜’가 포함되어야 하는지, 출연진들의 인간적인 관계를 과연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영상으로 판단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그들이 앞서 판단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도, 이를 자기네들 뜻대로 조정하려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과거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멤버 하하와 정형돈의 인간적인 관계가 소원하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오픈했다. 그리고 이를 소재로 삼아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설정으로 삼아 멤버들간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이는 파격적이면서도 씁쓸한 리얼 버라이어티의 관계적인 한계를 긍정적으로 뒤집어 해석한 새로운 사례라 할 수 있다. 버라이어티도 쇼 프로그램도 결국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솔직하게 오픈하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골미다 제작진도 애당초 이런 솔직함이 필요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계점을 오픈하고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했었다는 것이다.

이번 파문으로 골미다 멤버들은 피해를 입고 있고, 또 골미다는 4차원 에이스인 예지원을 잃었다. 골미다의 애청자 입장에서 루머의 진위여부를 떠나 예지원의 골미다 하차 소식이 상당히 아쉽고 씁쓸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의 특수성에 가장 들어맞는 모습을 보이며, 미스 예라는 캐릭터로서 가장 적극적이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 바로 예지원이었다. 그녀는 활발하고 끼많은 자신의 매력을 선보이면서도, 미스 여자 연예인들의 시집가기라는 프로그램의 컨셉에 그 누구보다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러모로 논란도 아쉽고,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계를 보았다는 점에서도 씁쓸하지만, 골미다에서 예지원을 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아쉽다. 앞으로 그녀가 어느 위치에서든 지금과 같은 논란이 없는 곳에서, 부디 활발하고 좋은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