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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일밤, 정치인들의 홍보쇼로 전락하다

일밤이 제대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홍준표에 이어 이번엔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이 퀴즈프린스에 출연한다고 한다. 도대체 ‘왜’ 라는 물음에 전혀 해답을 제시하지 못할 정치인들이 방송에 격주로 얼굴을 들이민다는 것이다. 짜증스럽고, 가증스럽고, 화만 치솟게 만드는 이들의 얼굴을 TV 그것도 공중파 예능 프리미엄 시간대에 연달아 이어봐야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아무리 그 이유를 찾으려해도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정치인이다. 물론 정치인들이 예능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특정 규칙이나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어야 할 예능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인물들인가. 스스로 고귀함을 자청하는 그들의 행동을 되돌아보면, 그들이 예능에 얼굴을 들이밀지 말아야하는 결격사유는 차고 넘친다. 제 멋대로 날치기 법을 통과시키고, 제 멋대로 기관을 점령하고, 조폭처럼 해머질로 국회를 부수고,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집기를 내던지고, 서로 욕을 주고받으며 치고받고 싸운다. 직함한 버젓하고 의젓한 정치인이지 실상은 조폭들. 아니 조폭만도 못한 자들이다. 제 입장만 옳고, 남의 의견이나 생각은 모두 틀리다고 규정지으며 함부로 손가락을 놀리는 악플러들과 동급이하인 조폭들이다.


더구나 그들의 일밤 출연이 더욱 짜증스러운 것은, 방송이 이런 자들의 이미지 세탁에 철저하게 이용된다는 점에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송 출연이 정치가로서의 부분 외 다른 점들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하나의 소통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속다르고 겉다른 정치인들의 가식스러움을 더욱 부추기는 쇼에 불과하다. 어디 가서 깡패짓하던 불량배들이 사실은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며 방송에서 허허호호 웃으며 착한척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과연 그 사람들이 정상인으로 보이겠는가. 정신병자나 싸이코패스로 보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릴 사람들이 누가 있겠는가. 얼간이가 아닌 이상 방송에 나온 그 작자들을 보고 호감을 가질 사람들은 전무하다.

또한 정치인들은 방송에서 전혀 경쟁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위하고 우선한다는 의지 자체가 전무하다. 물론 박찬호나 김연아와 연예계와 인연이 없는 이들도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이들이 특혜를 받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를 놓고 토론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프로그램에 등장한 이후에는 이와 같은 논쟁들을 모두 사라지게 만들었다. 김연아나 박찬호나 예능에 나와 고정 출연진 못지 않게 그 누구보다 땀방울을 흘리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예능인이나 방송인이 아닌 다른 분야의 톱스타였지만, 자신의 이미지보다 프로그램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먼저 프로그램에 자신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매번 방송에 출연한다는 정치인들은 다르다. 예전 박중훈 쇼에 등장했던 3당 원내대표들이나 이번 퀴즈프린스에 출연한 홍준표나 그 나물에 그 짝이다. 멘트부터 손동작 발동작까지 마치 이미지 게임판에 들어온 인형들인양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로만 일관한다. 시청자들을 끌어모을만한 어떤 재주도 갖추지 못한 자들이, 한쪽에서는 욕설을 주고받다가 TV에 나와서는 웃는 연기를 하며 과거사와 현재 에피소드들을 팔아치우는 천박한 짓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대다수 정치인들이 이면에 추잡하고 더러운 전력들을 숨긴 자들이라는 사실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이니, 그닥 신선하지도 않다. 그러니 이 비난들은 이런 사실들을 알고도 그들의 방송 출연을 허락한 일밤 제작진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이쯤에서 그들은 도대체 자신들이 무슨 짓거리들을 저지르고 있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아무리 막강한 경쟁 프로에 맞서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편성하는 조정기간이라고해도, 실책과 헛발질을 반복하는 것도 한두번이어야 애교로 봐줄만한 수준에서 끝난다. 4주만에 망해버린 대망을 비롯해, 지금까지 일밤 제작진들은 자신들의 무능력함과 무뇌한 사상들을 만천하에 공개해왔다. 이 정도로 말아먹었다면 정말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정상이다.

거기에 더해 일밤 제작진들은 근본적인 사상 문제도 떠안고 있다. 그 이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혐오한다는 낡고, 병든 수구적인 생각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끝물을 타던 X맨을 90년대식 돌아온 몰래카메라로 꺾은 이후에 생겨난 일밤의 고질적인 질병이다. 그들은 벌써 몇 개월전에 내다버렸어야 할 우결을 끝끝내 막장의 표본으로까지 이끌어가고 있고, 아이돌 그룹 하나 불러와 재미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과거식 공포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있으며, 이제는 홍준표와 노회찬을 불러들여 한바탕 이미지 쇼를 만들어낼 기회를 주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들의 정신수준을 3-4살 어린애 수준으로 되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일밤 제작진들의 월급이 아까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수구적인 사상에 틀어박혀 아무렇게나 막 만들어내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은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부디 일밤 제작진들은 실력이 안되면 기본적인 개념이라도 갖추길 바란다. 개념조차 없다면, 일밤의 장밋빛 미래는 요원할 것이다. 지나가는 똥개도 거부할만한 80-90년대식 마인드와 사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봤자 앞으로도 잘될리가 없다. 시답잖은 정치인들을 불러와 그들을 홍보해주는 바보짓을 반복해댔다간, 3.3%의 시청률보다 더한 추락이 그들을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다. 잊지 않길 바란다. 시청자들은 바보 얼간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