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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박지윤, 성인식을 끝마친 아티스트

정말 좋다. 너무 좋다. 오래간만에 컴백한 박지윤의 7집 꽃, 다시 첫 번째의 전곡들을 모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듣고 난 뒤 입에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알라딘으로 향해, 그녀의 7집 앨범을 구매했다. 사실 얼마전 슈퍼주니어 3집(;;)을 구매한 관계로 사이트에서 무료로 음반을 살 수 있는 포인트가 부족한 상태였지만, 나는 기꺼이 값을 지불하고 어느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을 위해 그녀의 음반을 구입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소비가 전혀 헛되고 부질없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박지윤의 이번 음반은 매끄럽고, 훌륭하고, 또 뛰어나다.

박지윤이라는 가수가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지 벌써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당시 하이틴 스타였던 그녀가 하늘색 꿈이라는 리메이크 곡을 부르며 무대 위에서 어색한 몸을 흐느적대던 풋풋한 기억이 생각날듯 말듯 희미하다. 다만 성인식을 부를 당시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그동안 박지윤이라는 연예인을 알고 있던 대중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던 장면만큼은 생생하다. 물론 지금의 박지윤은 기억나던 그때와도 기억나지 않던 끄대와도 다른 박지윤이다. 풋풋함도 없고, 충격적인 퍼포먼스도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음에도 안은 든든하고 튼튼하다. 그래서 과거보다 지금이 되려 훨씬 더 성숙해보이고 훌륭해보인다. 정말 그렇다.


박지윤의 이번 7집은 다른 외부적인 요소들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그냥 그녀의 음악만으로 승부를 내건 앨범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이 뛰어나고 훌륭한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어쿠스틱하고 잔잔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에 흐르는 음악 사이로 울려퍼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뮤지션 박지윤의 뚜렷한 색깔과 제대로 된 특성을 담고 있다.

그만큼 이번 7집은 정말 음악이 너무 좋아서, 듣는내내 감탄사가 쏟아졌다. 대단히 정적이고 차분했지만, 노래 잘한다는 여타의 가수들에게서 느껴진다는 힘과 파워풀한 면모까지 느껴졌다. 몇몇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단조롭게 흘러가는 멜로디와 과거 음악 스타일의 패턴 그대로 흘러가는 그녀의 음역은 다소 아쉬웠지만, 그동안 댄스와 발라드만 부르며 대중 취향적인 음악을 추구했던 가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그녀는 대중 가수의 한계를 능히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자리에서 뮤지션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색다른 자신만의 모습을 창조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실력파 가수로 다시 거듭나게 된 박지윤의 변신에 박수와 더불어 존경의 뜻을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척박한 음악계에 이렇게 들을만한 가치를 지닌 명반을 선사해주었다는 고마움에 박수에 대한 예의이고,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다시 일어선 꿋꿋한 의지에 대한 예의다. 사실 그녀는 오랜 시간 활동을 쉬면서 상당히 어려운 나날들을 보내왔다고 알려져 있다. 10대 시절에는 여성 솔로 가수를 대표하는 시대의 젊은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각종 방송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을 활발하게 오갔지만 사실 어느 분야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거기에  전혀 근거를 가지지 못한 악성 루머들과 힘겨운 싸움들을 벌이며 20대 초중반을 고스란히 흘려보내야만 했다. 모두가 동경하는 최고의 위치에 있었으나 남은 것은 오직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특히 그녀는 이런 와중에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섹시와 파격의 틀 안에 자신을 가둬두어야만 했다. 이와 같은 이미지의 과도한 소비행태는 이른 나이에 그녀를 톱의 위치에서 끌어내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녀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대 중반 사춘기를 겪었다.’ ‘연예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너무 힘들었다’며 당시 겪었던 자신들의 고통들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녀 스스로도 그 시절에 잠시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어려움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자신의 발목을 틀어잡으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박지윤은 이제는 완벽하게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해낸 것 같다.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도 찾았고, 말도 안되던 악성 루머 또한 완벽하게 벗어던진 상태다. 옭아매던 어려움과 구설수들을 실력으로 뛰어넘으며 자신만의, 박지윤만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낸 것이다.


그녀의 이런 성공적인 변신은 앞으로 가수로서 또 방송인으로서 장기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그녀에게 분명한 호재가 될 것이다. 사실 그녀는 복귀 직전까지 예전 스타일 그대로 댄스 가수로서의 컴백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랬다면 아마도 그녀는 지금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많은 여성 솔로 가수들이 데뷔하며 여자 가수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이 정해진 틀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음악을 펼쳐내진 못하고 있다. 선택의 폭이 좁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가수에게 없다. 아직도 정상의 위치에 굳건하게 서 있는 이효리를 비롯해 2007년도에 커다란 열풍을 일으킨 아이비 그리고 최근의 손담비까지 많은 여성 솔로 가수들이 등장했지만, 그녀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창조해내거나 박지윤처럼 음악적으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아니 반대로 그녀들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며 예전 스타일에 발목 잡히며 가수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대중 앞에 증명시켰을 뿐이다. 이에 반해 박지윤은 매우 훌륭한 시기에 완벽하고 옳은 방향으로 자신만의 유턴을 성공했다.

거기에다가 최근 원더걸스, 소녀시대를 비롯한 어린 아이돌 여성 솔로 가수들의 약진은 댄스곡으로 단독 퍼포먼스에 그쳐야하는 여성 솔로 가수들의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고는 했다. 최근 많은 여성 솔로가수들이 나오고 있지만, 댄스 음악으로는 손담비 외에 그닥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를 증명하는 사실이다.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내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며 오랜시간 은은하게 빛날 수 있는 진짜 음악을 선택한 박지윤의 현명함은 이에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녀 스스로 말했듯 지금까지의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도 하지도 못했고, 다른 이의 욕심에 맞춰진 꼭두각시 박지윤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성숙한 아티스트로서 대중 앞에 선 지금의 박지윤은 다르다.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찾은 것은 그녀의 2009년이 유달리 밝아보이며, 그녀에게 새로운 도약의 시기가 될 것이라 예측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