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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정려원, 자명고와 더불어 몰락하다

우리 역사는 그동안 여성이 아닌, 남성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온 사회다. 그런 관계로 늘 역사 속에서 여성은 소외받고, 주변부로 밀려나는 조연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 특히 사극 속에서의 여성 캐릭터 또한 이러한 역사적 사실관계 속에서 중요 캐릭터로 부각받지 못하고, 주변부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장희빈이나 장녹수는 사극속에서 최초로 상징적인 타이틀롤을 맡은 여성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녀들은 사실상 요부 이미지로 만들어지며, 남성 중심적이고 편향적인 사극 속의 사실상 하나의 도구로만 이용되었다. 이천년대 최고 인기 사극 중 하나였던 여인천하 속 강수연, 전인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목만 여인천하였을뿐 진한 마초 냄새가 풍기는 정치 사극 속에서 그녀들은 철저하게 남성들의 시각과 상황극을 위해 포장되는 테두리이자 앙큼한 모사꾼들이었다. 그만큼 여성은 사극이라는 장르 속에서 무시받고, 천대받는 사실상의 소외된 변방이었다.


하지만 그랬던 사극 속의 편향적인 남성주의 시각은 이천년대 초중반에 이르러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국민적인 열풍을 일으킨 대장금 신드롬은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역사적 사실을 여성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대장금은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왕의 구애를 거부하고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형태의 사랑을 찾아간 주인공 장금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사극이라는 장르가 페미니즘적이고 여성 중심적인 시선에서도 성공적인 결과가 가능하다는 파격을 제시하였다. 생각해보지 못한 색다른 형태의 시대적 배경을 도입해 사극의 매력과 드라마적 가치를 동시에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이러한 대장금을 비롯한 새로운 시각의 사극 열풍을 타고 여성형 사극이 지금껏 꾸준히 제작되어 왔다. 특히 근래에는 붐이 일어났다 싶을 정도로 여성을 주도적인 위치로 끌어올리는 사극의 제작이 연이어졌다. KBS에서는 천추태후가 방영중이고, MBC는 선덕여왕을 대기시켜놓고 있다. SBS 또한 올해 전반기를 올인하며 자명고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현재 방영 중인 천추태후와 자명고의 시청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단히 비관적인 숫자적 수치에 머무르고 있다. 내용 또한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테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지점을 보여주겠다는 제작 방향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특히 시청률 부진에도 불구하고 초반 방송의 질이 우수하다며 호평받던 자명고는 이제 죽도 밥도 아닌 여러 문제점들이 난무하는 드라마로 전락하며, 내용과 시청률 그래프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극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스토리 자체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정치적 난잡함이 뒤엉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인공부터 같은 사람을 가져다쓰며 노골적으로 주몽 짭퉁극을 표방한 바람의 나라가 반복한 거짓말 정치극의 함정과 비슷하다.

사극은 드라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역사적인 사실관계를 비틀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의적인 해석의 정도가 노골적인 왜곡의 단계에 이르게되면 시청자들은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뻔한 역사적 사실을 크게 비틀어버리면서도 이것이 진실을 근거로 한 전기 드라마이며 사극이라고 말하는 작품에 시청자들이 고운 시선을 보낼리 만무하다. 시청자들은 자명고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자명공주라는 캐릭터에 자신들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주몽, 바람의 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사극에서 이미 활용했던 동북공정에 얽힌 중국과의 역사적인 싸움을 또 이용해먹는 얄팍한 술수를 식상하게 느끼고 있다. 거기에 극히 비현실적으로 인물간의 관계를 무시한 드라마적 상황극까지 더불어 겹쳐있다. 지난 방송에서 왕자 호동을 상대로 폭언을 가한 신하 우나루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전제왕권의 배경을 무시하고 한 편의 21세기형 정치 풍자 코미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드라마 대왕세종에서 장영실이 주군인 세종대왕을 상대로 당신이라는 표현을 운운하는 어처구니 없는 촌극을 연출했던 것처럼, 자명고는 이렇게 거짓과 정치 그리고 감정적인 소모전을 위해 드라마의 현실적인 미덕을 완전 내던지고 있다. 사람들의 구미를 끌만한 현실성이 극히 부족한 것이다.


여주인공 정려원의 형편 없는 연기력 또한 자명고의 치명적인 불편요소라 할 수 있다. 사실 자명고는 드라마 캐스팅 발표 이전부터 정경호, 정려원, 박민영으로 구성된 주연진의 얕은 스타성이 드라마에 미치게 될 악영향을 극히 경고받았었다. 하지만, 그래도 톱스타로서 인정받으며 여러 트렌디 드라마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정려원은 그나마 다른 주연진에 비해 극 안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자명고에서 최악은 정려원이다. 그녀는 사극 속 캐릭터의 대사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며 웅얼거리고 있고, 헐떡거리고 있다. 한참 후배인 박민영을 앞에 두고 거짓말을 뉘우치는 장면에서는, 10마디 이상 이어지는 쏜살같은 대사의 단 한줄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믿었던 베테랑 정려원이 되려 사극 안에서 자신의 노골적인 한계를 노출해내며 바닥을 찍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명고라는 드라마의 추락에 사실상 마지막 마침표가 되었다. 여인천하나 대장금과 같은 사극이 100% 훌륭한 내러티브만을 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되려 곳곳에서 스토리적인 누수나 문제점이 대단히 많이 노출된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구제해줄 수 있는 주인공들의 강력한 힘이 있었다. 그러나 자명고는 사실상 이런 효과마저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캐스팅 소식이 들려왔을 당시 예측되었던 불길함이 완벽한 현실이 되어, 결국 그나마도 없어보이던 드라마에 몰락의 점을 찍어버린 것이다.

정려원과 자명고의 실패는, 여러모로 아쉬운 결과다. 새로운 시각과 지점을 더해 나아가던 여성형 사극 제작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치명적이다. 매력 없는 주인공의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연기. 정치적이고 거짓된 억지 시나리오가 결합되면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사극이라도 결국 뻔한 졸작의 말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자명고는 이를 대중들에게 노출하고 있다. 그리고 정려원과 자명고는 수많은 서로의 단점들만을 품에 안고 때이른 조기종영설까지 나도는 가운데 아쉬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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