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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길의 고정 투입은 안된다

최근의 무한도전은 두 가지 부분에서 지난 몇 개월간의 모습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는 무겁고 인위적인 거대한 스케일로 무한도전이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웃음의 가치관을 훼손하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몇 개월전의 무한도전은, 거대한 프로젝트, 대형 프로젝트, 초호화 프로젝트라는 이름만 발라놓은 꿀단지에 취해 도통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특히 겨울에 방영되었던 봅슬레이 특집은 리얼함 속에서 서로 물어뜯는 진짜 원조 야생 버라이어티를 지향하던 무한도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눈물 콧물 상황극을 포함시키며 몇몇 시청자들에게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배신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이는 애당초 방석 위에서 아하를 외치며 서로 물어뜯고, 비난하면서 목표점을 찾던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자충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극이 끝난 이후,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작은 미덕을 다시 깨우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방향점을 다시금 옳은 방향으로. 또한 본궤도로 수정시켜 놓았다.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지루하고 길고 따분하기만 했던 에어로빅 복을 입혀놓은 한 달을 지워냈고, 멤버들을 가혹성 짙어보였던 봅슬레이 속으로 밀어넣는 우를 반복하지 않았다. 대신 거리로 나서 시민들과 어울리며 사진을 찍게 만들었으며, 멤버들을 무한도전의 원조 복불복 한바탕으로 밀어넣었다. 몇 주간 직접적인 포스팅은 하지 않았지만, 무한도전을 지켜보며 대단히 만족스러운 가슴 속 격찬을 이어나갔던 이유는 작은 미덕을 깨닫게 된 무한도전 특유의 성실함을 되찾은 모습 때문이었다.

또 두 번째로 좋아진 장점은 새로운 시도다. 역시 이전 몇 개월간의 무한도전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한다는 강박관념과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완성시키고자하는 욕심이 겹쳐지며 더욱 식상한 일종의 재탕극을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달력 만들기, 콘서트 특집은 방송의 성공 실패 유무를 떠나 결과적으로 우려먹기가 만들어낸 식상한 비극의 변주곡이었다.

하지만 김태호 PD와 무한도전 제작진은 이후 다시 옳은 방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 도전에는 격찬을 아끼지 말아야 할 돌아이 컨테스트가 있었다. 또한 포맷을 이전 특집에서 가져왔더라도 지못미 2탄처럼,형식에 새로움을 더하는 방법으로 계속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짜 리얼이고, 진짜 버라이어티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자기 복제의 자충수에서도 완연하게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만큼 지금 무한도전은 제대로 방향점을 잡으며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시청률과는 별개로 분명히 방송의 질이 탁월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주장을 펼쳐놓으려 한다. 최근 김연아 특집을 시작으로 무한도전에 연속 출연하고 있는 길의 고정 출연론이 절대 불가한 부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단 가장 간단하게 길의 무한도전 투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가 결코 무한도전에 신선함을 불어넣을만한 힘을 갖춘 예능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꼬꼬관광에서부터 놀러와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평면적이고 단순한 캐릭터를 만들어내 끝임없이 재생산해내는 루트를 걸어왔다. 이 이미지는 그닥 새로운 것이 없다. 함께 예능에 출연하는 이하늘의 업그레이드 이미테이션에 불과하다 싶을 정도다.



또한 앞서 말했듯 무한도전은 어려운 시기를 겪어 지금 다시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중이다. 이 궤도의 방향점을 지금 당장 길의 투입으로 틀어버리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현재 무한도전의 80%를 책임지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노홍철의 위치를 고려해야만 한다. 특유의 산만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노홍철은 무한도전의 절대적인 에이스이며 존재감은 유재석 이상이다. 그런 그의 프로그램 안에서 장기적인 집권 체제와 유재석과의 콤비 플레이를 원할하게 전개하기 위해서는, 길과 같은 캐릭터의 중첩 투입은 곤란한 결정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완성되기 위해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휘재가 모여있는 것보다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이 모이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느 방송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다. 어렵게 창조해낸 조화와 균형의 미덕을 대박 방송 1회 신드롬에 휩쓸려 길이라는 인물 하나로 깨부수는 것은 자충수가 되리라 예고하는 것이다.


물론 김태호 PD가 길을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로 출연시킬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연속적인 길의 방송 투입은, 저번에 넌지시 박명수가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말한것처럼, 대타 멤버들을 가끔씩 투입시키며 무한도전에 약간의 양념을 더하는 형식상의 조크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일시적인 길의 투입으로 방송에서 성공적인 효과가 실제 눈에 두드러졌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인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경고하고 싶을 뿐이다. 만약에 그런 반짝 효과에 현재 무한도전 멤버들의 장기적인 조화와 시너지 효과가 하찮은 것으로 매도될 위험성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아직 무한도전은 진득한 자신들의 힘을 믿고, 지금처럼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며 하하를 기다려야만 한다. 변화는 언제든 가능하지만, 무리한 변화는 근본적인 구조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길이라는 인물 하나로 무한도전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무한도전은 여전히 무한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