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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김연아의 TV 출연, 우려스럽다

지금껏 수없이 많은 연예인들을 여러 논거를 가져와 비판해왔어도 포스팅을 올린다는 행위에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문화대통령이라던 서태지를 비판했어도, 80만 팬을 거느렸다는 동방신기를 비판했어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본좌라 부르는 김태희를 비판했을때도, 누군가를 그 자체가 아닌 어떤 행위 자체를 빗대어 비판하는 것이기에 두려움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그저 단순한 표면을 끄집어내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김연아를 비판하는 것은 무섭게 느껴졌다. 그녀에 대한 비판적인 포스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블로그가 아예 통째로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걱정까지 했으니 말을 다한 셈이다.

물론 내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단순히 김연아의 든든한 호위부대인 승냥이떼들이 무섭다는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그만큼 내 가슴 깊숙한 곳에 김연아라는 인물과 상징이 전해다주는 경외심이 자리잡고 있기에 그녀를 비판하기가 무서운 것이다. 어떻게보면 김연아를 비판하는 행위는 완벽한 자기부정이기 되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대단하다. 나는 그녀의 등장 이전까지 피겨스케이팅을 즐겨보지 않았다. 정직하게 말해 피겨가 어떤 장르의 스포츠인지도 몰랐다. 난 피겨 여왕이라고 불리던 미셸 콴이 할리우드 스타인줄 알았고, 트리플 악셀이 경마 용어라고 생각했다. 피겨가 겨울 스포츠인지 여름 스포츠인지도 구분을 못할 정도로 젬병이었다.


물론 김연아의 등장 이후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러하듯 나도 가끔 밤도 새워가며 김연아 경기 본방을 사수했고, 본방을 놓치면 열심히 동영상을 구걸하러 다녔다. 그만큼 그녀의 경기를 꼭 시청해야만 한다는 의무감까지 가졌다. 물론 그래도 난 아직도 그녀가 빙판 위에서 보여준다는 환상적인 기술들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트리플 악셀, 러츠, 스파이럴 뭐 여러가지 기술은 많은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김연아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비록 어리지만 그녀를 존경한다. 이건 피겨를 알고 모르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술과 예술, 점수 200점이니 220점이니 이런 부수적인 것을 다 떠나 그녀는 그냥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예술가 그 자체다. 피겨의 피도 모르고 빙판 위의 스케이터를 귀 후비며 감상하던 까막눈이 봐도, 경기장 안의 김연아는 매혹적이다. 그냥 엄청 아름답고 그냥 엄청 멋지다. 정말 그냥과 엄청이라는 표현밖에 쓸 수 없을만큼 그녀는 그렇다. 이는 그만큼 김연아가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김연아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고의 마스터피스다. 존재 자체가 국보인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김연아에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팬입니다, 사랑합니다 이런 말들을 제껴두고 이렇게 입을 뗄 것이다. 연아양 이제 TV에 그만 나오세요. 지겹습니다. 그렇게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자체가 예술인 피겨선수 김연아와 눈물조차 그룹 광고에 갖다붙이는 것을 용인하는 김연아는 내게 다른 존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만큼 TV를 틀때마다 나오는 김연아의 모습은 지겹고, 또 각종 CF들을 모조리 점령한 그녀의 상품화 된 모습도 지겹다. 너무 많이 나온다 싶을 정도다. 가히 도배다. 사회적 신드롬이 만들어내는 후폭풍이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이거 너무 뽑아먹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해보인다.

또 단순하게 지겹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걱정도 있다. 바로 그녀가 언젠가 지금처럼 자유롭게 TV에 나오지 못하게 되는 순간. 그때 그녀의 심정이 어떨지. 모든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멀어지고 외면당하는 순간. 그때 그녀의 심정이 어떨지. 그것 또한 걱정된다.


김연아 열풍. 물론 지금 대단하다. 그리고 엄청나다. CF와 각종 쇼 프로그램 그리고 김연아 특집쇼까지 온 대한민국은 지금 김연아 홀릭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 현상이 영원히 지속될까. 영원하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 대중들은 김연아의 스케이팅 점수가 200점에서 190점으로. 190에서 180점으로. 180점에서 170점으로 떨어지는 순간 그녀를 점점 가슴 속에서 지울 것이다. 그녀를 캐스팅하고 싶어 안달나 줄서 대기표 뽑아놓고 있는 방송국 관계자들도, 그녀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그 즉시 매몰차게 등을 돌릴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하루 아침만에 모두에게 잊혀진 꿈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그것은 언젠가는 닥칠 그리고 예견된 김연아의 미래이며 운명이다. 신드롬과 열풍은 늘 그런 최후를 맞이했다. 이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니 지금 잡다한 프로그램들과 CF에 그녀를 계속 어거지로 밀어넣는것은 참 우아하지 못한 짓이다. 감당할 수 있을만큼 올려놓아야 내려오는 순간이 우아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김연아의 주변 사람들은 전혀 그런 것들을 숙지시켜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정상에 있는 벌써부터 지겹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음지에서 조용히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은 돌변할 것이다. 지금은 발톱을 내리고 있지만, 언젠가 발톱을 치켜들고 김연아를 할퀴려고 달려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내려오는 순간을 생각하고 별명인 여왕처럼 우아하게 발걸음을 옮길 필요가 있다. 마땅히, 그녀가 예술이라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제발 더는 그녀를 괴롭히지도, 제발 하늘로 날려버리지도 말자. 열아홉 그녀를 지치게 만들며, 달콤함에만 취하게 만드는건 위험하다. 적절한 선에서 끊어야만 한다.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훨씬 많이 남아있다.  김연아 본인을 위해서도 이제 하늘 끝으로 그녀를 내던지는 일. 그만둬야 한다.

물론 정상의 자리에서 모든 대중들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을 때, 모든 것들을 다 누려보려는 그녀의 열정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 그녀가 CF를 많이 찍는다고해서 마치 돈벌레마냥 그녀를 매도하고 예술가가 아니라고 손가락질하는 행위도 철없는 짓이다. 상업적인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고, 뛰어난 예술가에게 금전적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가면 품위를 잃는다. 이제는 적당한 선에서 끊어야 함이 옳다. 너무 큰 환호성과 달콤함 안에 그녀를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팬들의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매스컴을 향해 적극적인 소통의 손길을 내미는 김연아의 모습은 참 좋다. 그녀의 그런 행동이 폐쇄적이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소통하지 않는, 똥고집 스타들에게 모범이 되는 행동으로 보여서 기쁘기도 하다. 하지만 김연아는 빙판 위에 있는 순간이 가장 우아하고 멋지다. 김연아 본인도 절대 이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연아는 여신이다. - 최소한 필자의 기준에서 - 하지만 누구나 가능한 가벼운 패러디마저 앞장서 비난해주며, 마치 그녀를 여신으로 떠받들었던 사람들이 모두 관심을 끊어버리는 순간. 그 순간의 냉혹한 현실과 달콤하지 않은 쓴 맛도 미리 느껴보길 바란다. 5년이건 10년이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대를 기억하는 100의 80은 어쩌면 이렇게 이 시대를 회상할지도 모른다. 그때? 뭐 김연아. 정말 지겨웠지. 사골이었어. 절대 영원한 것은 없다. 김연아도 이를 깨닫고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덧1)
결코 김연아 선수를 비판하고자 하는 글이 아닙니다. 소중한 의견들은 다 경청하고 있습니다.

덧2)
리플은 다 남겨둡니다. 먼저 차단해달라고 하는 찌질이 한 명. 연아양에게 입에 담기도 힘든 악플 남기는 사람 두 명 차단했습니다. 그리고 연아 안티분들 뭔가 착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연아양 안티 아닙니다. 저한테 욕하는건 남겨도 김연아 선수 욕하는 댓글남기면 무조건 차단입니다.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