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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권상우, 소지섭의 열정을 배워라

최근 톱스타 중에서 권상우만큼 파문과 파장 그리고 수없이 많은 뒷이야기들을 몰고 다녔던 이는 없었다. 데뷔 당시만해도 권상우는 연예인들 중에 손꼽힐만큼 이미지가 건실한 스타였다. 젊은 배우로서는 흔치 않게 일찍 군대를 다녀왔다는 기록과 건강하고 바르고 성실하게 묘사된 이미지는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호감을 이끌어내는 요소가 되고는 했다. 그가 데뷔 시절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톱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이미지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04년을 기점으로 그는, 훼손되기 시작한 이미지 덕분에 점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비디오 합성 파문, 헌혈 에이즈 발언, 저희 나라 그리고 모 조폭 두목과의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는 드높고 건실했던 그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스스로도 더 이상은 안되겠는지 만들어진 이미지보다는 솔직한 모습으로 어필하겠다고 선언하였으나, 이어진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그렇게 그의 이미지는 바르고 착실한 것에서, 생각이 없고 경솔한 것으로 흘러가 개선되지 않은채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는 최근 대한민국 최고의 토크쇼인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자신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세탁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한 영화 잡지와의 인터뷰 내용이 곧장 또다시 구설수에 휘말리며 다시금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거기에 작품성과는 동떨어진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작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또한 기대만큼 관객들을 끌어모으지 못하며 실패하고 말았다. 배우로서 스타로서 이제 막다른 길에 내밀렸다해도 과언이 아닌만큼 최악의 상황에 몰린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시기에 그가 드라마 출연을 선택한 것은 어떻게보면 상당히 부적절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드라마가 과거 그의 흥행작인 천국의 계단이나 태양속으로처럼 성공의 결과를 남긴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하게 된다면 그 후유증은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크게 불어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만약 드라마가 실패한다면 이번만큼은 실패의 모든 모든 이유가 그의 바르지 못한 이미지와 더불어 집중적으로 부각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권상우가 배우로서 또한 스타로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는 것일까. 물론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단순하고 또 단순한 해답이겠지만, 그저 열심히 죽어라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는 방법. 위기를 극복해내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그렇다면 신데렐라맨 안에서의 권상우는 과연 어땠을까. 아쉽게도 2회까지만 놓고보면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 하는 우려로 전락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 1회만 그것도 몇 십분간의 연기만 보고 선입견만으로 배우의 연기가 형편없다고 평가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1회에서 1인 2역을 맡은 권상우의 연기가 상상 이상으로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2회를 보고 판단해야한다는 생각에 평가를 유보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2회까지 감상한 결과 또한 1회를 보고 난 뒤의 평가와 다를 수가 없었다. 그만큼 권상우는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연기 자체보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흥이 없어보이는 그의 모습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사실 권상우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가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고 이 드라마를 시청한다. 하지만 신데렐라맨 안에서의 권상우는 자신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가 낮다는 사실과 1인 2역이라는 쉽지 않은 역에 도전하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전혀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시청자를 맞이하고 있다. 시청자로서 단순하게 연기 못하는 배우를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짜증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권상우의 이같은 부적절한 태도다. 권상우의 이미지를 상하게 만들었던 궁극적인 이유. 바로 부적절한 태도가 그의 연기에서까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005년도에 조연급 배우이던 엄태웅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이 있었다. 바로 그의 배우로서 첫 주연작이었던 부활로, 그는 이 작품에서 쌍둥이 형제 유강혁역과 유신하역을 동시에 맡으며 크게 주목받는다. 엄태웅은 전혀 성격이 다른 쌍둥이 형제를 연기해내며 목소리 톤과 평소의 손짓 모양까지 다르게 만들었다. 1인 2역을 맡기 전에 배우로서 철저한 준비과정과 캐릭터 설정과정을 거쳤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최근 신데렐라맨과 동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카인과 아벨의 소지섭 또한 기억을 잃기 전의 의사 이초인과 기억을 잃은 뒤의 오강호 역을 동시에 연기해내며 치밀하고 치열한 방식으로 캐릭터의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물론 두 배우가 완벽한 배우일수는 없기에 연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형태로 좋았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어려움과 메워지지 않는 간극조차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메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권상우는 초반이지만 전혀 작품 안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혀 다른 캐릭터 그것도 극과 극을 상충하는 인물상을 연기함에도 대사의 톤도 행동도 심지어 몸짓조차 같은 모습으로 일관하고만 있다. 드라마 안에서 도저히 1인 2역을 연기하는 모습이라 해석될 수 없을만한 행동만을 연이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권상우는 더 이상 이미지만으로 대중을 상대할 수 있는 스타가 아니다. 만약에 이 드라마가 한창 그의 이미지가 절정기에 있던 2004년도 방영작이라면 그도 어느 정도 이미지에 가려진 이면 뒤에 숨어 부족한 연기력의 부담을 덜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권상우는 결코 그러지 못한다. 반대로 황폐화된 그의 이미지 덕분에 그나마 가진 연기력조차 깔리고 뭉개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제 본인도 스타로서의 유지가 아닌 최소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못하는 것은 용납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영화 속에서 죽어가는 불치병 환자역을 맡으면서도 근육 하나 지우지 않았던 그에게 김명민처럼 캐릭터를 위해 20kg의 체중감량을 요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저 기본만. 배우로서 최소한의 것만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1,2회의 권상우에게서 눈에 두드러지게 나쁜 부분만이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사실 많은 이들이 권상우의 연기를 무조건 좋지 않은 것으로만 몰아가고 있지만, 실상 그는 그렇게 테크닉적으로 형편없는 배우는 아니다. 최지우처럼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순정남 이미지의 극단까지 갔던 천국의 계단에서나 본인의 본래 성격과 맞아보이는 야수에서 그는 상당히 괜찮은 연기를 보여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그는 이미지에 맞는 배역을 맡으면 생각 이상으로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높은 시청률의 히트작들을 연이어 발표해내며 스타의 위치에 서게 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신데렐라맨은 전체적으로 그의 전작인 못된 남자의 야누스적인 분위기나 억지로 멋드러진 분위기가 아닌 코믹스러운 권상우의 모습을 강조하며 그의 히트작이었던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청춘만화에서의 모습을 오버랩 시키고 있다. 2회에서 여주인공인 윤아를 위해 노점을 펼쳐놓고 이효리 노래에 춤을 추며 옷을 팔기 위해 노력하는 권상우의 모습은 드라마가 가고자하는 방향과 색깔을 고스란히 담은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밝은 색깔과 빠른 전개를 담고 있어 히트작으로서의 충분한 가능성 또한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직 초기 시작단계에 있는 몇 가지 잘못된 부분을 되돌릴만한 시간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권상우는 의외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다. 여기서 스스로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어쩌면 그는 배우 그 이상의 단계로 나아갈 원동력을 가지게 될런지도 모른다. 그가 소지섭처럼 엄태웅처럼 배우라는 타이틀과 스타라는 타이틀에 책임감을 느끼고 열정을 더불어 연기를 해나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이제 권상우에게는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연기자로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느냐 아니면 그조차 유지시킬 수 없느냐와 연관되어 있다. 스타라면 그리고 배우로서 거듭나고 싶다면 이제 권상우도 변해야 할 때다. 그리고 열정을 가져야만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