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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해외축구

박지성,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 되어라


영국 현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국내에 있는 축구팬들보다 박지성의 기량과 맨유에서의 필요성을 더 우수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박지성이 가지고 있는 팀원들을 위하는 자세와 활발한 활동량이, 전체적인 팀의 전력상승과 승리의 필승공식으로 연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 편으로는 박지성에 대해 완연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축구팬들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박지성이 활발한 활동량으로 경기장을 누비며 얻는 수비효과만큼이나 그의 부족한 결정력과 공격력을 지적하며 그가 맨유의 공격패턴을 단조롭게 만드는 선수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안에서 박지성이 보여주고 있는 골결정력과 공격력이 생각보다 날카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이번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는 맨유로서는 결코 버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일전이었다. 주중에 포르투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는 있었지만, 저번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에서 1-4 대패를 당한 후유증을 극복해내고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 경기에서의 승리가 절실했다. 공교롭게도 리버풀이 맨유를 침몰시킨 풀럼을 상대로 인저리 타임에 터진 요시 베나윤의 극적인 골로 승리를 거둠으로서 프리미어리그 선두로 치고 올라섰기에, 맨유로서는 더욱 승리가 절실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부상 선수를 제외하고 가용 가능한 풀전력이 모두 투입되어야 했을 이 경기에서 박지성은 끝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은 그동안 주전 경쟁에서 철저하게 배제되던 경쟁자 루이스 나니를 스타팅으로 중용하였고, 루니와 스콜스가 나오지 못하는 공백에도 불구하고 끝내 박지성을 그라운드에 투입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가장 중요한 게임이었던 07-08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에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끝내 선택받지 못한것처럼, 이번에도 그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퍼거슨 감독의 시선에서 벗어난 위치에 있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아스톤 빌라전 박지성의 스타팅 라인업 제외가 모두 그의 공격적인 능력 부족에서만 일어난 일라고 해석하는데는 무리가 뒤따른다. 왜냐하면 맨유의 다이나믹한 전술적 수비균형을 이루는 4명의 미드필더 포진에서 박지성은 늘 뒤로 밀려난 2선의 위치에서 플레이하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박지성은 맨유에서보다 더 공격적인 임무가 주어지는 대표팀 경기에서는 최종예선 이란전을 포함 중요 경기에서 많은 골을 쓸어담으며 팀의 월드컵 본선행에 가장 중요한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박지성의 공격적 능력이 몇몇 이들의 평가처럼 형편없는 것으로 매도당할 수준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유독 박지성은 맨유에서만큼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정력으로 팀원들을 자주 실망시킨 경우가 적지 않다. 그것이 팀의 전술적인 이유에서든 박지성의 능력 부족으로 벌어진 일이든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사실이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여러 장점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음에도 그를 스타팅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박지성 본인이 만들어낸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박지성으로서는 앞으로 어떻게해야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호날두 못지 않은 공격능력과 골세례를 선보여주면 된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주문이다. 결국 박지성이 지금보다 더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맨유의 주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헌신이다. 지금의 장점을 더 두드러지게 살려내고 팀에 도움이 되는 팀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방법만이 궁극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맨유에는 최고의 선수들이 많다. 호날두와 루니를 비롯한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박지성이 당당히 주전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다른 스타들과는 다른 평범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타들이 즐비한 맨유에서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해주는 박지성의 모습이 그의 맨유에서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수단이 되었다는 뜻이다.

박지성의 가장 큰 장점은 그라운드 안에서 결코 이기적인 방법의 플레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물론 그는 가끔씩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팀원들을 너무 배려하는 모습만 보이며 개인적으로 남기게 될 기록에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껏 그런 그의 희생정신이 없었더라면 지난해 맨유의 2관왕 달성은 없었을 것이고, 박지성 또한 지금까지 맨유의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박지성은 이번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그라운드에 나서는 주역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더 다져나간다면, 향후에 다시 충분한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또한 지금처럼 묵묵히 음지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는 스콜스나 긱스처럼 맨유의 베테랑 선수이자 멘토로서 장시간 자신의 가치를 맨유에서 증명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비판하거나 조바심나도록 채찍질하기보다는, 현지 팬들이 인정하고 있는것처럼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며 박지성만의 장점을 살려 다시 그가 그라운드 안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