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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갈림길에 선 김태호

흔히 무한도전을 비판하는 안티들의 고정적 패턴 중 가장 식상한 주장 중에 하나가 너무 프로그램이 오래되어 지루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와 같은 이들의 주장의 근거가 100% 틀린 것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분명히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오래 지속되며 아이템이 고갈되고, 각 캐릭터들이 눈에 익어가며 시청자들에게 식상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식상함 때문에 무한도전만을 비판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보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무한도전뿐만이 아니라 패떴이나 1박 2일 또한 캐릭터와 관계의 식상함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들은 무한도전과 거의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무도보다 방영기간만 짧았을뿐 1박 2일의 허당이나 달인 캐릭터, 패떴의 달콤살벌 천데렐라 캐릭터가 무한도전의 돌아이 캐릭터보다 창의적이고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아니 반대로 그 캐릭터들은 무한도전 내 다른 캐릭터들보다 더 식상하면 식상하지 신선하지 않다. 그러니 무한도전만 콕 찝어서 식상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떻게보면 말이 안되며 옳지도 않은 주장이다.


이번 무한도전 지못미 특집, 런웨이 프로젝트 특집은 최대한 무한도전만의 색깔과 장점 그리고 그들의 캐릭터들이 방송 안에서 노출되려는 노력들이 드러나는 방송이었다. 무한도전은 늘 스튜디오 안이 아니라 밖에서 활동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을때 최고의 방송을 만들어내고는 했다. 대표적으로 2년전에 있었던 서울나들이 특집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간단한 서울 여정기를 보여주는 포맷이었음에도, 당시 최고의 웃음을 만들어냈다는 찬사가 가득한 방송이었다. 

이번 특집은 거기에 분장까지 플러스 된 멤버들의 모습이 노출된 방송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때보다 업그레이드 된 방송내용과 웃음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멤버들이 분장 상태에 임한 그대로 다른 프로그램 녹화에 들어간다는 설정 또한 신선한 도전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한 부분이었다. 물론 이와 같은 방송 내용들이 100%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 이제 사실상 무한도전의 99%가 되어가고 있는 노홍철이 없는 부분에서 다른 멤버들의 눈에 띠는 매너리즘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방송 내용을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었다. 최소한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고정 시청자층에게는 만족감을 줄만한 포맷과 내용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호 PD는 최근 무한도전 멤버들을 향해 다그치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는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였다. 그리고 멤버들이 늘 같은 캐릭터 그대로 무한도전에서 연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는 옳지 않은 것이기에 캐릭터를 각자 변화시킬 것을 주문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런 김태호 PD의 인터뷰는 말 그대로 안티들의 주장을 그대로 읊어나가는 제 살 깎아먹기에 가깝다. 정말 PD가 자기가 느끼기에 매너리즘으로 연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멤버가 보인다면, 굳이 그는 언론을 향해 캐릭터 변경주문을 내릴 필요가 없다. 무한도전에 한 번만이라도 출연하고 싶어 안달이 나있는 유능한 예능인들이 줄을 지어 서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있는 멤버들이 웃기지 않으면 간단하게 그는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PD의 진짜 역할이다. 웃기지 않은 멤버에게 전화를 걸어 그냥 다음주 녹화에 참여하지 말라고 통보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다른 유능하고 신선하게 느껴질만한 캐릭터를 찾아 그 자리에 투입시키면 된다. 그런데 김태호는 그러질 못한다. 그리고 그는 식상한 캐릭터들을 가지고 있는 멤버들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바꾸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볼때 이는 말도 안되는 요구사항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무한도전 하나만을 고정적으로 하는 예능인들도 아니고 각자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들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바꾸고 버린다? 순한 박명수나 차분한 노홍철이 상식적으로 생각되는가. 이건 말도 안되는 요구라 할 수 있다.


결론을 지으면, 최근의 무한도전은 여전히 똑같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볼때마다 깊숙한 곳 너머에서 김태호 PD가 느끼고 있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계속 엿보인다. 그리고 김태호 PD는 그 스스로도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매우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시청률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앞으로 프로그램이 시청률 때문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악몽. 아마도 그는 그런 불안함에 떨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멤버들을 상대로 매너리즘을 느끼지 않도록 캐릭터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말해두건데 욕심은 금물이다. 결국 그가 지금 위치에서 안정을 추구하고 싶다면 이대로 쭉 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다면 오늘 보여준것처럼 평타 이상의 방송이 나올 것이고, 시청률도 이변이 없는 이상 당분간 15% 혹은 그 이상대의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킬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대로만 계속 가게 된다면 아무리 멤버들의 캐릭터들을 바꾸더라도 언젠가 프로그램은 막을 내리게 되어있다. 그것이 이 시대 방송프로그램들의 숙명이고 법칙이다. 만약 김태호 PD가 언젠가 벌어질 무한도전의 종영이 두렵고 말 그대로 초심과 같은 마음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멤버들에게 캐릭터를 변경하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 박명수, 정준하에게 전화를 걸고, 곧이어 다른 예능인들에게 출연 섭외요청 전화를 걸어야만 한다. 고정 패밀리의 법칙과 그늘 안에서 편안하게 차지하고 있는 시청률 15%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멤버들의 캐릭터를 바꾸더라도 더 발전할 수 있는 무한도전은 없으며 결국 한계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멤버들을 끌어안고 매너리즘이 느껴지지 않는 무한도전을 만드는 것은 신이 와도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새로운 멤버들을 데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방송을 만들어 나간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김태호 PD로서는 참 힘들고 괴로울 수밖에 없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버릴수도 그렇다고 끌어안을 수도 없는 계륵들을 바라보며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