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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임창정, 박중훈이 되지 않으려면

2007년에 한국 영화시장에서 가장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했던 배우는 바로 임창정이었다. 그는 2007년 2월에 개봉한 1번가의 기적을 시작으로 5월에는 만남의 광장, 11월에는 스카우트, 12월에는 색즉시공2를 연달아 개봉시키며 무려 네 개의 영화 작품에 주인공으로 나섰다. 더불어 상복도 있었다. 그동안 임창정은 데뷔때부터 가지고 있던 특유의 코믹 이미지에 묻혀 무명시절부터 다져온 뛰어난 연기력이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그는 96년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비트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과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차지하였으나, 그 이후 십수년간은 무관의 제왕에 머무르며 상과 인연이 먼 상태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첫 스타트를 끊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스카우트에서의 열연을 인정받아 남자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다작에 상복까지 연달아 터지며 임창정의 새로운 전성기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화려한 시작과는 달리 2008년은 그에게 쓰디쓴 시련만을 가져다준 한 해였다. 그는 각종 작품에서 연달아 주연제의를 받았으나, 일찍이 캐스팅된 영화 돌 플레이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캐스팅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가 출연하려던 영화 돌 플레이어는 몇 개월이나 제작이 표류된 끝에 결국 제작사의 사정으로인해 제작이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전에는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던 임창정은 타의에 의해 2008년 한 해를 통째로 날려먹어야만 했다. 


특히 가장 속쓰릴만한 사건은 2008년 최고흥행작품 과속스캔들 출연제의를 거절한 것이었다. 당초 과속스캔들의 남자주인공 후보 0순위였던 배우는 단연 임창정이었다. 코믹한 이미지와 나이대 거기에 실제 가수출신이라는 경력까지 그는 과속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에 완벽한 후보이자 모자람 없는 후보였다. 실제 그는 가장 먼저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은 배우였고,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스케쥴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고, 어쩔수 없이 그는 돌 플레이어를 선택했다. 그 선택은 모두가 알다시피 과속스캔들의 대박흥행과 돌 플레이어의 제작 무산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말았다. 거기에 같은 장르에서 선의의 라이벌 경쟁을 벌이던 후배 차태현이 과속스캔들의 주인공을 맡아 승승장구했으니 그로서는 더 속이 쓰릴만했다.

2003년 배우 생활에 집중하겠다며 가수 생활을 은퇴한 임창정이 다시 여러 장르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타의에 의한 그리고 작품 선택 실패로 인한 휴식으로 장기간 활동을 이어나가지 못하며 입은 경제적 손실과,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사정으로 한국 영화 제작 편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더 이상 연기자를 배우생활에만 집중하도록 만들만한 환경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이내 가수로서의 은퇴선언을 번복하고 컴백을 선언 11집 앨범을 발표하였다. 사실 임창정이 스타로서 또한 배우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훌륭한 가수 커리어가 존재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곡가 김형석이 고음걱정 없이 곡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가수라고 극찬했을만큼 그는 뛰어난 가수였었기에 컴백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더 이어지는 행보다.


그는 최근 4월부터 주말 프리미엄 시간대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자신이 메인을 맡는 프로그램의 편성이 결정했다는 소식을 발표하였다. 이는 우려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임창정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그 버라이어티가 실패할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 연예계가 만들어낸 최고의 만능엔터테이너였고, 금촌댁네 사름들과 같은 버라이어티 시트콤이나 공포의 쿵쿵따와 같은 히트 예능에 출연하며 화제와 인기를 끌어모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했던 과거를 지니고 있더라도 냉정하게 판단해 그것은 과거에 불과하다. 그가 예능에 고정적으로 출연하지 않은지는 벌써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그나마 TV 무대와도 등을 돌린지도 5-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임창정이 활동하던 시기의 버라이어티와 지금의 버라이어티 환경은 그만큼의 간격이나 폭이 넓어진 상태다.

불안요소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야구 버라이어티 그것도 대본이 전혀 없는 100% 리얼예능이라는 설정이 과연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날 수 있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성공할만한 소재가 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100% 리얼예능을 추구하며 얼마전 일밤에서 방영된 대망은 연예대상을 차지한 MC만 3명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였으나 엄청난 실패와 더불어 후폭풍까지 일으키며 지금까지도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그나마 임창정 외에 구성되어 있는 버라이어티 출연진 면면을 보면 프로그램의 성공여부가 더욱 의심스럽다. 평소 그와 절친하다는 김창렬과 이하늘이 함께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추게 될 멤버로 확정된 상태이나, 김창렬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공중파 예능에서 사실상 퇴출된 상태였고, 이하늘 또한 최악의 패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명랑히어로에서 퇴출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 출연진들 중에서도 예능 감각이 떨어진 임창정을 도와줄만한 출연진이 없는 것이다.

시간대 또한 불안요소다. 임창정의 버라이어티가 방영될 토요일 오후 7시에는 무한도전과 스타킹이라는 강력한 프로그램들이 이미 수많은 마니아층의 성원과 더불어 굳건한 터전을 마련한 상태다. 거기에 이 프로그램들은 강호동과 유재석이라는 말만 들어도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버라이어티의 최고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기도 하다. 과연 임창정이 이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프로그램을 제대로 조율해나갈 수 있는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임창정으로서는 쓰디쓴 실패를 맛본 박중훈쇼의 시작과 몰락하기까지의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전혀 준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활동의 연장성을 위해 자신의 욕심으로 버라이어티나 쇼를 런칭하는 행위는, 자칫 배우나 다른 활동분야에서의 커리어에까지 심각한 오점을 남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정극 영화나 드라마를 하겠다고 나서며 임창정과 경쟁하겠다고 선언하는 어처구니없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서 어설프게 도전장을 내미는 행위의 불안정함을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몇몇 배우나 다른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은 버라이어티와 예능을 우습게 여기고 무조건 자신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행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이 없었던 박중훈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쇼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배우로서의 화려한 커리어 덕분이었다. 결코 그가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 아닌 것이다. 검증되지 않았고 몇 년간이나 예능을 쉬어온 임창정에게 프리미엄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배우 임창정의 이름값이 높았기에 가능한 것이지 결코 그가 버라이어티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녔기에 기회를 잡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천희, 박예진, 전진등의 배우 혹은 가수 출신 버라이어티 출연자들의 성공신화가 연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출연은 여러모로 다양성의 측면에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안겨다줄 수 있기에 충분히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한 결과다. 하지만 이들이 버라이어티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이전까지의 행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결코 자신들 분야에서의 성공을 버라이어티 환경에까지 끌어들여 거만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창정이 박중훈과 같은 실패과정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가짐을 비우고 버라이어티 신인의 자세로 겸손해지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만약에 그가 그렇게하지 못하고 마치 박중훈처럼 쇼 트렌드를 탓하며 버라이어티를 깔보는 진행을 이어나간다면, 그에게도 연기자의 어설픈 쇼 버라이어티 진출 실패라는 꼬리표가 뒤따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앞서 말한것처럼 임창정의 버라이어티 도전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어렵겠지만 이를 극복해낼 수 있는 답을 찾아내 더 좋은 성과를 거둘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