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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손담비 열풍에 아이비를 추억하다

지난해 미쳤어라는 곡 하나로 가요계에 열풍 아닌 열풍과 신드롬을 일으켰던 손담비가 전격 컴백하였다. 새롭게 발표된 그녀의 정규 1집 타이틀곡인 '토요일밤에'는 벌써부터 수많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그녀의 이름 또한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며칠째 검색어 순위 정상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또한 그녀의 곡은 최근 진짜 곡의 대중적 인기도를 가늠한다는 음원 순위에서도 발표 직후부터 정상의 위치를 점하고 있고, 가요계와 대중 문화 예술계 또한 손담비라는 한 여가수가 만들어내고 있는 브랜드 파워 하나로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손담비 신드롬이 하나의 사회적인 현상이자 열풍으로 퍼져나가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정확하게 2년전으로 시계추를 되돌려보자. 지금의 손담비의 위치에 서 있었던 한 여가수가 있었다. 섹시한 카리스마. 완벽에 가까운 퍼포먼스와 가창력. 지금의 손담비가 받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던 여가수가 실제 있었다. 그녀는 바로 아이비. 찬란하게 빛나는 최고의 스타였으나, 지금은 모두가 까맣게 잊고 있는 그녀 아이비가 그 자리에 있었다.


2007년 3월 정규 2집 '유혹의 소나타'를 들고 가요계에 돌아온 아이비는 곧장 열광적인 신드롬과 동시에 아이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복귀하자마자 뮤직비디오 표절논란이 일어나며 엄청난 곤경을 겪는듯 했으나, 이조차도 그녀의 모습에 홀딱 반해버린 대중들의 반응에 묻혀 높은 인기가 불러온 헤프닝으로 취급되었을 정도였다. 가요프로그램을 포함한 각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비를 모시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느라 바빴고, 심지어 영화계와 드라마계의 러브콜까지 잇따랐다.

거기에 더해 언론에서는 거의 같은 시기에 컴백했으나 아이비에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던 이효리와 그녀를 비교해 아이비를 우위에 놓기도 하였다. 대중들은 아이비가 대한민국 최고의 여가수로 우뚝 섰다는 평가를 하기 시작했고, 실제 한 공중파 가요프로그램에서는 아이비를 상반기 최고의 여가수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때만해도 앞으로 그녀에게는 장및빛 찬란한 미래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사건으로 인해 그녀는 가수로서의 삶도 여자로서의 삶도 한순간 송두리째 빼앗겼기 때문이다.

물론 만약이라는 가정법이 필요하겠지만,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지금도 아이비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면 가요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지난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를 불러모았던 여성 솔로가수는 서인영이었다. 그녀는 쥬얼리의 성공적인 컴백과 동시에 우결과 신상녀 신드롬까지 차곡차곡 자신의 입지를 쌓아올렸고, 이내 성공적인 방법으로 솔로가수로 정착하였다. 그리고 후반기 서인영의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이 손담비였다. 그녀는 서인영의 길을 그대로 걷겠다는듯 우결에 출연하였고, 비슷한 템포의 중독성 있는 노래로 이내 솔로 여가수 정상 자리를 획득하였다. 사실상 언터처블이라 할 수 있는 이효리의 위치를 제외하고는 새롭게 떠오른 두 여가수가 사이좋게 여성 솔로 시장을 양분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들었던 이들의 앞에 만약 아이비가 있었다면 실력으로 겨루어서도 그녀들이 지금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앞서 말했듯 만약이라는 가정이 필요하겠지만, 정답은 거의 확실하게 NO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가수로서 무대 위에서의 아이비는 환상적이었고 완벽했다. 그녀 또한 데뷔 초창기때는 언론플레이 놀음으로 이미지만 가꾸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속빈 강정같은 가벼움만을 지니고 있다는 혹평도 이어졌다. 수많은 언론플레이의 초상 끝에 탄생한 그녀의 1집 앨범은 아이비라는 가수의 능력이 아닌 원초적 섹시미만이 강조된 스타일의 곡들이 가득했다. 대중들의 시선이 차가운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아이비는 박진영이 창조해낸 박지윤의 패러디라는 비판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그녀가 가진 가수로서의 재능과 능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호소력 짙은 발라드 '바본가봐'로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더니, 이내 쏟아지던 비판의 추를 환호성으로 돌려놓았다. 컨셉이 만들어준 열풍을 실력으로 이어나가며 가요계 정상의 자리까지 향해간 것이다. 그러니 그런 그녀의 무대를 지금도 간절히 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아이비에 대해 무조건적인 옹호로 그녀의 모든 잘못된 행동들을 감싸주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녀 또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이자 공인으로서 행동을 바르게 하지 못해 자신을 사랑해주던 팬들을 실망시키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비해 엄청난 고통과 비난들을 이미 겪었고, 지금도 충분히 겪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녀는 그 이유때문에 2년동안이나 숨듯 도피해 지내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녀가 그렇게 지내야 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백지영은 지금 모두가 알고 있는 고통스러웠던 그 파문을 겪였을때, 자신에 대한 수치스러움이나 주위의 손가락질만큼 다시는 무대 위에 설 수 없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밝힌바 있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아이비는 대중들에 의해 백지영과 같은 전철을 밟아나가고 있다. 이미 우리는 백지영의 훌륭하고도 완벽한 컴백으로 그녀를 오랜시간 방치하고 외면했던 시기가 명백한 실수였음을 깨달은바 있다. 다시 후회할 일을 만드는 행위는 어리석은 짓이다. 그리고 그녀를 제 2의 백지영으로 만들어 같은 고통의 수렁으로 밀어넣어서도 안된다. 그녀는 가수다. 그리고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훌륭한 가수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더는 그녀에게서 노래부를 기회를 빼앗아가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다. 무대 위에서의 활동과는 별개인 외부적인 이유로 그녀의 직업과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노래 부를 권리를 빼앗아갈 수는 없다는 뜻이다.


몇몇 대중들은 아직도 아이비를 비난하고 비판한다. 그리고 아직도 그녀를 가십과 조롱의 대상으로 올려놓으며 난도질하려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힐난섞인 시선으로 그녀를 비난만하는 결과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더라도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가수의 실력에 주목해야만 한다. 온 연예계가 스폰서와 비리의 얼룩과 홍역에 시달리는 지금, 아이비는 이미 몇 개월 전에 자신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억대 백지수표를 흔드는 스폰서의 제의를 공개적으로 거절했다고 밝힌바 있었다. 그 당시에 아이비는 있지도 않은 스폰서 논란을 유발하며 대중들에게 동정심을 일으키려는 수작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었다. 하지만 진실은 결코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일로 밝혀진 상태다.

대한민국에서 능력만 갖춘 여자 가수로 살기는 어렵다. 아이비는 그 누구보다 어려운 고난의 시기를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최소한 그녀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았고, 끝까지 당당했다. 이제 그런 그녀에게 무대 위에 설 수 있도록,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한 무대 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손담비, 이효리, 아이비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음악과 대중가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꿈일 것이다. 아이비. 그녀가 하루빨리 가요계로 돌아와 더 좋은 노래와 활동을 보여주며 예전처럼 멋진 모습들을 무대 위에서 선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