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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연예스토리

뜨는 이민호와 지는 정일우의 차이점

사람의 인생이란 이래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까지만해도 실제 절친사이로 알려진 이민호와 정일우는 연예계에서 극과 극의 대접을 받고 있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정일우는 새로이 제작되는 드라마마다 주연 0순위로 손꼽히며 쏟아지는 러브콜들을 받는 주역이었고, 이민호는 영화나 드라마들의 작품 오디션들을 앞서 열심히 보러 다녔음에도 늘 미끄러지고 떨어지는 비극을 맞이해야하는 조역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모두가 알다시피 그런 이민호와 정일우의 위치가 단 한 번에 뒤집어지며 역전된 상태다. 이민호가 전국민적인 구준표 신드롬을 일으키며 꽃보다 남자의 주역으로서 단숨에 포스트 조인성으로 부각받고 있는 현실속에서, 정일우는 첫회 20%에 가까운 시청률로 출발했던 '돌아온 일지매'의 시청률이 애국가급 한자리대 시청률로 떨어지는 비극을 감당하고 있는 중이다. 말 그대로 변변치 않던 이민호는 뜨고 있는데, 스타였던 정일우는 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갑작스럽게 왜 이런 결과가 도출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두 배우의 인기와 인지도가 정반대의 지점을 향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공하고 있는 꽃보다 남자와 실패하고 있는 돌아온 일지매의 시청률과 인기도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직 그 이유만이 현재 두 배우가 처한 현실과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의 전부라 말할 수는 없다. 정확하고 솔직하게 말해 이민호는 막장극 안에서도 뛰어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며 준비된 연기력으로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는것에 반해, 정일우는 터닝 포인트 지점을 한창 넘긴 드라마 속에서도 1회때 보여주었던 설익은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은 답답한 연기로 빈축만을 사고 있다. 즉 스타로서 갖춰야할 연기력과 매력의 발산능력에서 이민호가 정일우를 상대로 압도적인 판정승을 거두고 있는 현실이 두 배우의 평가가 역전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돌아온 일지매와 꽃보다 남자 중 드라마로서의 기승전결이나 완성도가 더 뛰어난 작품은 압도적으로 돌지매다. 돌지매는 초반 책녀의 필요성 여부와 지극히 비현실적인 액션신들이 도마 위에 오르며 논란도 있었으나, 황인뢰 PD는 확실하게 감각적인 영상미를 만드는 장인으로서의 솜씨를 발휘하며 새로운 형태의 퓨전 사극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심심하고 따분한데다가 말도 되지 않는 스토리가 될 것 같았던 구자명(김민종)의 백매(정혜영)를 향한 로맨스도 베테랑 연기자인 김민종과 정혜영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은은한 색깔을 가진 로맨틱한 장면으로 재창조해내고 있으며, 박근형이나 정동환과 같은 노년 연기자들의 포스도 훌륭하다. 하지만 다 갖췄는데 정작 주인공인 일지매가 문제다. 돌아온 일지매 속에서의 정일우는 그만큼 실망스럽다. 지난 26일 방영된 20회에서 월희(윤진서)는 방안에 들어온 일지매(정일우)를 껴안으며 말한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사랑하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울먹인다. 그런 월희를 안으며 일지매가 말한다. 우리 두 사람은 이어질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잖아. 책녀가 뒤이어 부연설명에 들어간다. 붙잡은 손은 가늘지만 강했고 보듬는 손은 무겁지만 떨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닭살이 확 돋아나는 민망스럽고 부끄러운 대사와 장면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느끼함을 가득 담은 일지매가 뒤이어 말한다. 가야겠다. 그러자 월희가 말한다. 안돼 조금만 있다 가. 조금만 이대로.

이런 닭살스러운 정일우의 일지매는, 앞서 방영되었던 이준기의 일지매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명분을 제공한다. 이준기가 누구인가. 예쁜 남자를 소재로 한 왕의 남자로 인기를 끌었고, 석류를 원한다며 미녀들 틈에 끼어 피아노까지 땅땅거리던 남자였다. 이준기의 일지매에서도 닭살스러운 장면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이준기는 선이 없던 자신의 모습에 굵은 카리스마를 덧칠해내며 새로운 형태로 일지매를 창조해냈다. 배우가 지닌 매력과 카리스마로 통속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작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하지만 정일우는 닭살스러운 장면은 닭살스러운 그대로 실망스럽고, 여장에 귀공자에 각종 분장을 하며 뛰어다니는 일지매로서의 모습도 예쁘기만 할뿐 전혀 카리스마가 없다. 일지매를 오롯이 일지매로서 표현해내지 못하고, 여전히 하이킥 정일우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돌아온 일지매가 높은 영상미를 갖춘 장면들과 서브 캐릭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이유는 즉 정일우의 설익은 연기력 때문인 것이다.


반면 꽃보다 남자는 어떠한가. 막장극에 스토리 기승전결도 맞지 않고 튀는 레코드판마냥 이리저리 스토리가 왔다리 갔다리하고 있다. 이는 꽃남을 즐겨보는 시청자들까지 불만을 터트리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다. 그런데 그 중 어느 누구도 구준표 역을 맡은 이민호에게 불만을 터트리는 이는 없다. 매력 넘치는 나쁜 남자였던 구준표가 한심한 마마보이로 전락하고 있음에도 이민호는 캐릭터에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덧칠해내고 있다. 배역이 막장으로 가고 스토리가 막장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준비된 연기력과 매력으로 드라마를 확실하게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정일우와 이민호의 평가가 뒤집어진 것은 예견되었던 미래가 자연스레 도래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지금 배우로서 가진 능력과 재능에서 이민호는 정일우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단계를 착실하게 밟아온 이민호와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 정일우의 차이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정일우는 시트콤 한 편으로 벼락 스타가 되었다. 즉 이전에는 여러 작품이나 밑바닥에서 조연으로서의 쓴 맛을 경험한 기간이 절대적으로 짧다. 연기력을 갖추기 전에 이미 스타로 발돋움한 것이다. 하지만 이민호는 수차례나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캐스팅되었던 드라마에서도 하차하며 비중없는 역할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지만 조기종영되는 쓴 아픔을 겪어야했던 드라마도 있었다. 어린 나이지만 어느 정도의 배우로서의 혹독한 시련을 경험하고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져오며 연기력을 키워온 것이다.


결국 뒤집어진 이민호, 정일우의 평가와 인기의 결과물은 다른 배우들이나 연기자를 지망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결국 아무리 젊고 매력적인 배우라도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연기력이라는 진리를 확실히 보여주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정일우가 부족하다고해서 그에게 미래가 아예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가 지금 돌아온 일지매로 쓴 맛을 느꼈듯, 지금의 쓴 맛을 약으로 삼아 배우로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낸다면 그것이 충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민호 또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 스타가 되었다는 이유로 자만하기 시작한다면 배우로서의 성장이 멈출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직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실에 만족한다면 여기서 더 발걸음을 내디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여러모로 정일우와 이민호는 향후 10년 혹은 그 이상을 장동건 정우성이 그러했듯이, 송승헌 권상우가 그러했듯이 경쟁하게 될 선의의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두 배우의 차이점을 이렇게 계산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지금 이렇게 평가가 뒤집어진 것처럼 앞으로 다시 두 배우의 평가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모쪼록 두 배우 모두 앞으로 자신을 갈고 닦아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자신들만의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