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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라의 버라이어티

꽃보다 남자, 뻔뻔스러운 바보가 된 금잔디

매일 아내의 유혹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전개나 흘러가는 내용들이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억지라는 것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흥미롭게 이목을 당기는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는 재미에 취해 막장극인 아내의 유혹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즉 시청자들은 브라운관 속의 세상이 인간들의 세상이 아닌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판타지라는 것을 이해하고 자극적인 맛과 재미를 취하기 위해 막장 드라마인 아내의 유혹을 시청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꽃보다 남자 또한 이와 마찬가지의 법칙이 적용되는 막장드라마라는 것은 이미 전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사실 이제 더는 꽃보다 남자를 매주 즐겨보며 시청하는 매니아들이라도, 이 드라마에서 스토리 개연성 혹은 내용들을 바라거나 요구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이미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에게서 기본적인 기대를 버린 상태다. 그저 원초적인 재미와 스토리의 빠른 전개 그리고 여러가지로 최소한의 납득이 가능한 상황에서의 재미만을 원하고 있을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꽃남이 그런 시청자들의 기대치조차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만큼 계속 방영되고 있는 꽃남은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 여전히 드라마 내용은 시청자들을 괴롭게 만들 정도의 막장스러운 내용임에도, 지루한 전개와 질질 스토리를 끌고다니는 내용 거기에 버뮤다 삼각 사각지대를 연상시키는듯한 진부하게 얽어놓은 연애스토리만이 있을 뿐이다. 아무리 막장이더라도 재미있어야 필요성을 갖춘 드라마이고 구제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는데, 재미조차 없으니 구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4일 방영된 22회에서는 그렇잖아도 잘못 나아가고 있던 금잔디 캐릭터가 사실상 최악의 안드로메다행 열차표를 끊었다. 예정되어있던 구준표와 그녀의 약혼녀 하재경의 결혼식은 구준표도 금잔디도 아닌 하재경의 손에 의해 깨졌다. 금잔디에게 자신을 잡아달라고 애원하던 구준표는 결국 자기 두 발로 결혼식장 안으로 걸어들어갔고, 금잔디는 되려 구준표에게 뭐라 쏘아붙이다 멍한 얼굴표정으로 눈물만 질질 흘려대며 이리저리 나다녔다. 하재경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혼남을 놓아주며 쿨하고 멋진 여자로 거듭나고 있을때, 금잔디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 하재경이 빌려주고 가꾸어준 저택 안에서 악 소리만 질러댄 것이다.

물론 일본판 원작 또한 한국판과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하재경이 극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판의 결론을 한국판 꽃보다 남자가 공식처럼 뒤따라가야한다는 규칙이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마도 PD나 작가는 잔디를 찾아와 막말을 하는 강회장에게 "잔디는 두 사람(준표, 재경)이 이어지길 바랬어요." 라고 말하는 가을양의 대사처럼 잔디를 착하디 착한 성녀로만 만들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누가 사랑하는 남자를 그렇게 한심하게 떠나보내버리는 착한 여자에게 현실성을 느낄까. 처음에 금잔디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악바리 서민에 구준표에게 발차기를 날리던 당차고 독보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최근의 금잔디는 무조건 착해야만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더 이상 전진이 불가능한 캐릭터가 되었다. 그 덕분에 어떤 방법으로든 극에서 물러나야만했던 하재경은 떠나는 순간까지 쿨한 여자로 부각되고 있고, 금잔디는 이 와중에 사랑놀음의 바보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씩씩하고 당차던 모습의 금잔디는 아예 실종되어버린 것은 물론, 착하디 착해빠졌으나 정말 착한건지 바보인지 아니면 멍청한건지도 구분이 되질 않는 금잔디만 남아버린 것이다. 


여주인공을 착하디 착한 수동적인 바보로 만드는 트렌디 드라마는 90년대에 방영되었던 한국형 트렌디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21세기에 들어선 이후로 성공한 트렌디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아무리 착했어도 최소한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저돌적이었고 발을 빼는 일이 없었다. 대표적으로 장동건, 채림이 주연했던 트렌디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에서 착한 여자 선미(채림)은, 악녀인 영미(김소연)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상황에 몰렸음에도 여전히 착하디 착한 답답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착하던 그녀 또한 영미가 자신의 연인인 형철(장동건)까지 빼앗으려는 음모를 꾸미자 더 참지 않는다. 영미를 찾아가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며 영미의 약점을 잡아 그녀를 궁지에 내몬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런 선미의 발악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것이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시각에서 형철과 선미와의 그동안의 깊은 관계를 놓고볼때 납득이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 예를 들어보자면 최근에 방영되었던 트렌디 드라마 궁이 있다. 궁의 여주인공인 신채경(윤은혜)은 씩씩하고 밝은 캐릭터이며 황태자 이신(주지훈)과 자신을 좋아하는 이율(김정훈)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는 금잔디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 또한 씩씩한 악바리 근성을 가졌던 초기 모습과는 달리 극의 중반 이후부터는 궁 안에서의 생활을 버거워하며 순정파 캐릭터로 점차 변모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착하디 착한 그녀 또한 결코 이신을 빼앗으려는 효린(송지효)의 음모에는 굴하지 않는다. 신데렐라 캐릭터로서 주변 남성들의 발걸음에 끌려다녔음에도 최소한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주도적이고 당당한 역할을 자행한 것이다.


그러나 꽃보다 남자는 그동안 줄창 구준표와 금잔디의 관계를 기껏 설명해놓고는 그들을 주도적인 사랑조차 가져가지 못하는 캐릭터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또한 이렇듯 다른 트렌디 드라마와 비교해도 확연하게 드러날만큼, 여주인공 금잔디의 캐릭터를 망쳐가는 실수를 연이어 저지르고 있다. 지난해 방영되었던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결코 착한 남자가 아닌 나쁜 남자였으나 2008년도에 가장 매력적이고 진취적인 드라마 속 남성 캐릭터였다. 즉 제작진으로서는 나쁘다는 것과 착하다는 것의 현실적인 감각을 조금 더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드라마 속에서 캐릭터가 착하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없고 단순하고 따분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 누구보다 활력넘치는 모습으로 현대 여성상을 대변해야 할 트렌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눈물만 줄창 흘려대며 자신의 사랑조차 타인의 결정에 맡기는 모습은 현실적인 것을 떠나서 너무나 재미없는 일이다. 금잔디 캐릭터가 유독 뒤쳐지기 시작하면서 꽃보다 남자 속에서 하재경이 부각받으며 재미없는 드라마로 전락해버린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잔디의 캐릭터를 놓고 아직도 드라마 시청자들끼리는 격론을 주고받고 있다. 물론 대부분 시청자들은 금잔디를 연기하는 구혜선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도 오지랖만 넓은 드라마 속 금잔디에게는 무조건 호의적인 시선만을 보내고 있지는 않다. 금잔디가 주도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건들만 많아 드라마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이고, 특히 그녀가 윤지후와 구준표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멘사급 어장관리를 펼치고 있음에도 착한척만 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금잔디의 진취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인 70년대 아낙네 스타일과 이리저리 따지고 재는듯한 모습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대한민국 여성 시청자들이 꽃보다 남자를 주목하기 시작했던 것은,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대변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꽃보다 남자는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그 재미조차 상실한듯하다. 얼마 남지 않은 종영시기까지 조금 더 진취적인 여성상의 모습으로 씩씩한 서민을 대변한다는 금잔디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무리일까. 꽃보다 남자속에서 진취적이지 못한 바보같은 금잔디만 있다면, 그것은 결국 실패한 결과만을 불러일으키는 따분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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